제12회 미친 중이 망령되이 대보(大寶)를 탐하고, 어리석은 술사가 헛되이 역모를 꾸미다
「오야제(烏夜啼)」:
밤 달빛 아래 봄 여름 몇 번이나 지나갔던가,
저녁 노을 속에 얼마나 많은 흥망이 지나갔던가.
부질없이 스스로 까닭 없는 꿈을 꾸어,
쉽사리 생각을 허비하는구나.
썩은 불꽃이 들뜨게 빛나고,
우물 안 개구리가 하늘에 날기를 망상하네.
연달아 연나라 저잣거리에서 처형당하는 것을 슬피 보나니,
피가 푸른 땅에 뿌려지는구나.
예로부터 말하기를, 천심(天心)에는 귀속됨이 있어 대보(大寶)는 쉽게 넘볼 수 없다 하였다. 이위공(李衛公)이나 장규염(張虯髯) 같은 이들이 어떤 영웅이었던가. 또한 수(隋)나라가 사슴을 잃어 뭇 영웅들이 다투던 때, 스스로 천하를 뒤집기가 손바닥 보듯 쉽다 자부하였다. 그러나 이세민(李世民)을 보고 한 명은 즉시 고개를 숙이고 용을 따랐고, 다른 한 명은 바다 밖으로 달아났다. 그 당시 이밀(李密) 또한 일시의 호걸이었으나, 오직 때를 알아보지 못하고 당(唐)에 항복하지 않으려다가 이내 사로잡혀 멸망하였다. 하물며 천하가 통일되어 태평무사한 때에 있어서랴. 보잘것없는 소인배로서 신기(神器)를 엿보고자 하는 것은 마치 알을 바위에 던지는 것이니 즉각 박살나고 만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이야기가 있으니, 하늘이 한 명의 미치광이를 낼 때는 일이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살아 있을 때 반드시 어떤 좋은 징조가 있고, 태어날 때부터 이미 기이한 상(相)을 갖추게 된다. 또 한 무리의 망령된 자들이 모여들면 곧 큰 일이 벌어진다. 당명황(唐明皇) 때, 병주목(幷州牧)이 밤에 나가 앉았다가 동남쪽에서 붉은 빛 한 줄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놀라며 말하기를, "이것은 천자의 기운이다" 하였다. 다음 날 민간을 수소문하여 갓 태어난 아이를 모두 가져와 보았으나 좋은 상이 없었다. 다시 부곡(部曲) 중에 아이 하나가 태어났다 하여 보니, 용모가 매우 기이하였다. 주목이 말하기를, "이것은 가짜 천자다" 하였다. 좌우에서 말하기를, "가짜 천자라면 훗날 반드시 반역할 것이니 차라리 지금 죽여 후환을 없애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자, 주목이 말하기를, "하늘이 낸 것을 누가 죽일 수 있겠는가" 하였다. 이 아이가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양귀비의 수양아들 안록산(安祿山)이다. 전하는 말에 안록산은 마멸왕(磨滅王)이 환생한 것이라 하여, 그래서 생령을 해치고 황제의 수레를 강제로 옮기게 하여 거의 큰 일을 이루었다. 결국 죽고 일족이 멸하여 난적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그래도 사업을 이루어 성지(城池)를 차지하고 왕을 칭하고 황제를 칭하기도 하였다. 어떤 인연도 없고 또 태평성세에 처하면서도, 다만 얼굴이 네모나고 귀가 크다 하여 스스로 하늘이 낸 제왕이라 자허하고, 무뢰배들을 규합하여 강산을 차지하려다 일을 벌이기도 전에 꼼짝없이 묶이는 경우가 있으니, 이는 제만년(齊萬年)이나 송강(宋江) 등이 한때 종횡했던 것만도 못하니 어찌 우습지 않은가!
한 목숨 쉽게 부름 받지 못하고,
구중(九重)의 황위 어찌 요행으로 얻겠는가.
평평한 초(楚) 땅에서 먼저 기회를 점쳤다지만,
혈육은 푸른 들에 응어리져 있구나.
이제 성화(成化) 연간의 이야기를 하겠다. 보정부(保定府) 역주(易州)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성이 후(侯) 씨였다. 그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입주아(立柱兒)였다. 아이가 태어날 때 마침 이웃집에서 집을 짓다가 기둥을 세우는 날이었다. 아비가 말하기를, "참으로 길한 날이로구나. 아이가 커서 나라를 위해 하늘을 떠받치는 푸른 옥 기둥이 될 것이다"라고 하여 입주아라 불렀다. 어려서부터 병이 잦아 부모가 절에 맡기려 하였으나 아직 그리 하지 않았다. 여섯 살에 학교에 보내어 이름을 득권(得權)이라 부르게 하였는데 글도 제법 읽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부모가 잇달아 병으로 세상을 떠나 의지할 데가 없어졌다. 이웃에 금공(金公)이라는 이가 그의 부모의 오랜 뜻을 받들어 낭산(狼山) 광수사(廣壽寺)에 보내어 스님을 삼게 하고, 법명을 명과(明果)라 하였다. 머리를 깎으니 네모진 얼굴에 큰 귀, 넓은 이마에 우뚝한 코가 참으로 기이한 상이었다. 스무 살이 넘어 제방(參方)하여 천하의 명사(名師)와 선지식(善知識)을 만나고 싶어 행장을 꾸려 본사의 주지에게 작별을 고하였다.
삿갓은 기울어 아침 달빛에 그림자 지고,
나막신 부서져 새벽 서리 자국 남기네.
발우 씻으며 시냇물을 찾아가고,
참선하며 나무뿌리에 기대어 앉네.
바람과 비를 맞으며 온갖 艱苦를 다 겪으며 하남(河南) 소림사(少林寺)에 이르렀다. 이 절은 훌륭한 봉술(棒術)이 전해져 천하에 이름이 나 있었다. 또 명나라의 신선 주전선(周顚仙)과 양(梁)나라 때 달마조사(達摩祖師)가 모두 이곳에 자취를 맡긴 바 있어, 천하의 명류들이 머무르는 곳이었다. 명과가 들어가 주지에게 참례하고 객방(客房)에 짐을 풀었다. 먼저 한 도인이 거기에 있었고, 두 사람이 서로 만났다. 다음 날 함께 불전(佛殿)으로 걸어가니 마침 바깥에서 한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수염 다섯 가닥이 드리워져 신선 바람 같고,
가을 물처럼 맑디맑은 두 눈동자.
입에서는 강물 떨어지듯 말이 쏟아지고,
영웅을 감별하는 거울 속에 들어갈 만하네.
명과를 한번 훑어보고 말하기를, "좋은 상이로군!" 하였다. 명과가 합장하며 말하기를, "선생은 관상을 보시오?" 하자, 그 사람이 말하기를, "약간 알 뿐이오. 성명(星命)은 내 전공이오" 하였다. 명과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객방에 가서 길흉을 한번 봐주시오." 객방에 이르니, 이 선생이 종이와 붓을 꺼내고 명과는 자신의 생년월일시를 읽었다. 그 선생이 손을 한 바퀴 돌려 팔자(八字)를 써 내렸다. 대운(大運)을 배열하고 한번 보더니 놀라며 말하기를, "화상! 그대에게 이런 귀한 사주가 있소. 이 귀한 사주는 부귀가 비할 데 없고 위권(威權)에 짝이 없으니, 제왕의 사주로 경상(卿相)의 존귀함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것이오. 앞으로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어, 귀하게는 구오(九五)의 자리에 오르고 부하게는 천하를 가질 것이니, 명(命)과 상(相)이 모두 합하오. 다만 뜻을 이루는 날, 소생 강조(江朝)를 잊지 마시오." 명과가 말하기를, "소승은 바가지 하나 삿갓 하나에 구름과 물을 벗 삼으니, 꿈에서도 부귀공명은 생각지 못합니다. 선생이 아마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이 선생이 말하기를, "화상이여, 우리 조정 태조 고황제가 어떤 분이셨소? 일찍이 황각사(皇覺寺)에서 중이 되셨다가 훗날 대보(大寶)에 오르셨습니다. 화상과 꼭 같으니, 일은 사람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소생도 많은 사람의 사주를 보았지만 이런 사주는 없었소. 많은 사람을 보았어도 한 명도 틀린 적이 없소." 생각해 보면 강호에서 사주를 보는 자들은 한결같이 허황된 말로 사람을 속이는 법이다. 장사하는 자에게는 모두 재주(財主)가 되어 천금만금을 얻을 것이라 하고, 글 읽는 자에게는 모두 과거에 합격하여 거인(擧人)이나 진사가 될 것이라 한다. 그런데 감히 황제라며 사람에게 허락하는 자는 없었으니, 이 강조는 참으로 정신 나간 자였다. 그러나 사람이 자기를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다. 해낼 수 없는 일이라도 처음엔 놀라고 두려워하며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하다가, 나중에는 필경 '이 사람이 어찌 내게 가볍게 허락하겠는가, 혹시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된다.
본시 둔한 말인데,
망령되이 준마라 허락받았네.
마구간 콩을 씹으면서도,
천 리를 달리고 싶다 생각하네.
저 명과는 정신을 집중하고 미소를 머금은 채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어찌 황제 한 자리가 나에게 돌아올 수 있겠는가? 이 선생의 말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그 허풍 도인 주도진(周道眞)이 옆에서 말하기를, "지금 진주(眞主)는 이미 정해졌소. 북쪽에서는 모두들 알고 있고 이쪽에도 적혀 있소." 하고는 자신의 행장에서 책 한 권을 꺼냈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섬서(陝西) 장안현(長安縣) 곡강촌(曲江村), 금분(金盆) 이씨 집안. 어머니가 열네 달을 잉태하여 사내아이 룡(龍)을 낳을 때 붉은 빛이 방 안에 가득하고 흰 뱀이 서려 있었으니, 장래 천자의 분수가 있을 것이다." 모두들 보았다. 주도인이 말하기를, "이자룡(李子龍)이 진주(眞主)라면 화상은 다만 공후(公侯)의 명일 뿐이오." 강술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기를, "이 일을 함부로 사람에게 약속할 수 있겠소? 만약 나중에 맞지 않으면 나는 다시 사주를 보지 않겠소. 등극은 다만 축(丑)자 운에 신유(申酉)의 해에 있을 것이니, 반드시 내 '철관도인 원류장(袁柳莊)'을 믿으시오." 명과는 매우 기뻐하여 돈을 꺼내 이 두 사람을 주막으로 청하여 흠뻑 취하도록 마셨다. 명과는 홍홀하게 자신이 '태조 고황제'라 확신하였고, 강조는 자신이 '철관도인'이라 확신하였으며, 주도진도 '유백온(劉伯溫)'이 되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치광이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부질없이 부귀의 마음을 품었네.
물고기와 물이 우연히 만난 것처럼 기뻐하나,
재앙의 숲으로 들어감을 어찌 알겠는가.
이 두 어리석은 자들은 모두 '부귀해도 잊지 말라' 하며 명과에게 기회를 틈타 일을 도모하라고 하였다. 명과는 떠나며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강조의 말에 따르면 나는 천자인데, 주도인은 또 진명천자(眞命天子)는 이자룡이라 한다. 내가 이자룡을 자처하면 이 진명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겠는가? 더구나 우리 태조도 머리를 기르고 황제가 되셨다. 나도 머리를 기르리라.' 처음에는 스님이 두타(頭陀)를 하다가 나중에 머리를 묶어 올려 좋은 사나이 행색이 되었다. 소림에서 봉술을 익히고 호걸들과 사귀려 하였다. 대체로 북쪽 사람은 강하고 용맹하여 의리를 중히 여기는 자가 많고 도리를 아는 자가 적다. 한 번 의기(意氣)가 솟구치면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이 일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되면 좋은지 나쁜지를 헤아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환난을 서로 부축하고 험난함을 피하지 않으며, 나라를 위해 죽고 부모를 위해 죽는 것 — 이것은 해야 할 일이다. 될 수 있든 없든 좋은 것이다. 형제와 친구를 위한 것이라면 은혜와 해로움을 헤아려, 그를 위한다는 것이 도리어 그를 해치지 않는지, 그를 위하다가 잘 안 되어 자신도 해치지 않는지, 우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자신도 빠지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이것도 해야 할 일이지만 역시 될 수 있는지 되면 좋은지를 상의해야 한다. 이것이 겁쟁이가 아니다. 경전에 이르기를, "부모의 원수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지 않고, 형제의 원수는 병기를 두고 돌아가지 않는다" 하였으나, 이것도 분수가 있다.
올바른 기운은 없어서는 안 되고,
객기(客氣)는 가지지 않아도 되네.
분노를 경계하며 잠깐의 충동을 생각하면,
현명한 자는 잘 헤아릴 줄 아네.
만약 한 사람의 의기를 부려 친구를 능멸하고 관부에 돌진하며, 동하면 주먹질을 하고 소송 걸기를 좋아하고 이기기를 탐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고 될 수도 없으며 되더라도 좋지 않은 것이다. 사람에게 폭행을 가하고 사람을 대신하여 억울함을 푼다고 사람을 때려죽이는 것도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지 않다. 하물며 못된 짓을 하고, 심하게는 비분(非分)을 도모하여 혹은 무리를 모아 스스로 우두머리가 되거나, 혹은 남을 따라 짝이 되어 왕도를 꾀하고 패권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랴. 이것은 더욱이 해서는 안 되고 절대로 될 수도 없으며, 되면 모반 대역(謀反大逆)으로 십악(十惡)의 사면받지 못할 죄이다. 지금 유구(流寇) 이후 또 다른 백병(白兵)이 있는데, 총체적으로 다만 의기는 있으나 도리를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아무 인연도 없이 천하를 얻은 것이 명나라 태조황제이다. 그 당시 원(元)나라 사람이 몽고인으로서 중국에 입주하여, 순제(順帝)에 이르러 음탕하고 정사를 잃었으며, 또 자국인을 지부(知府)와 지현(知縣)으로 삼아 중국의 민정에 통하지 못하고 위무하지 못하였으니, 그래서 민심이 난을 바라게 되었다. 먼저 이 탐욕스럽고 음란하며 견식 없는 자들이 선봉이 되어 천하를 어지럽혔다. 이번에는 민심이 이 전쟁을 싫어하여 죽이지 않고 음란하지 않으며 백성을 사랑하고 인재를 겸허히 대하는 이가 나오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래서 명태조황제께서 천심에 순응하고 인심에 응하여 천하를 얻으신 것이다. 먼저 악을 행한 자들은 다만 죽고 일족이 멸하였을 뿐이다.
하늘의 마음은 매번 선함을 복되게 하고,
민심은 덕 있는 자에게 귀의하네.
강함과 剛强은 멸망을 불러들이고,
때를 모르는 자는 스스로를 해칠 뿐이네.
성군(聖君)이 대를 이어 실덕(失德)함이 전혀 없었다. 관리 중에 비록 불초한 자가 있으나 좋은 자도 많다. 극에 달하면 난을 생각하고 난이 극에 달하면 다스림을 바란다는 말이 있을 수 없었다. 이 어리석고 사납고 우매한 자들이 알지 못하고, 더구나 탐욕으로 어리석음을 채우며, 하찮은 백성이 공후(公侯)나 백작(伯爵)을 꿈꾸어 서로를 부추겨 한두 명의 미치광이와 오만불손한 자를 속여 끌어들였다. 그들도 저마다 아는 이가 있고 기질이 같은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진정(眞定) 등지에서 이미 무뢰배들을 규합하였다. 이자룡은 이미 어느 정도 형세가 갖추어졌다고 하였다. 또 사주도 볼 줄 모르고 자기 사주도 볼 줄 모르는 두 명의 그 때가 되면 목이 잘릴 술사(術士)가 있었으니 흑산(黑山)이라 불렸다. 그의 사주를 보고 말하기를, "원숭이와 닭과 봉황이 만나는 해를 만나면 큰 명이다." 원숭이와 닭의 해가 점점 다가왔으니 일을 도모하는 것도 늦출 수 없었다. 흑산도 이자룡 곁에서 책사(策士) 노릇을 하며 이 사주로 사람들을 선동하였다. 지방의 힘이 세고 강한 자들과 집안 재산이 있는 부호들을 찾아가 모두 대관(大官)과 현직(顯職)이 될 명이라 봐주며 그 속에서 결탁하였다. 글을 전혀 모르는 자들이 어찌 관직을 얻겠는가? 다만 무공(武功)으로 얻을 수 있을 뿐이니, 자신도 모르게 그의 술수에 빠져들었다.
한 글자도 모르는 어리석은 자,
높은 뜻으로 벼슬과 부귀를 도모하네.
벼슬과 부귀는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재화와 허물만 몸에 얽히고 만다네.
그들은 또 흑산과 함께 의논하기를, "큰 일을 도모하려면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을 모으려면 군량이 필요하다. 외부에 비록 사람이 좀 있으나 오합지졸이라 통솔이 안 된다. 또 재물가(財主)가 있어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지 않으면 막상 일을 벌일 때 무슨 돈이 있겠는가? 지금 경성에는 경군(京軍)이 많고 가까이에 호걸도 많다. 안쪽에서 도울 사람을 만든다면 무기도 굳이 준비할 필요 없이 그 집에 활과 화살, 창과 칼이 없는 집이 없다. 안쪽 사람 중 재산 있는 자가 많으니 그들의 성정을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 안 가 몇 명을 잡을 수 있고, 돈 쓸 걱정이 없어진다." 하며 경성에 들어가려 하였다. 또 방수진(方守眞)이라는 도사를 만났는데 이 역시 분수를 지키지 않는 자였다. 그가 말하기를, "안쪽에 양도선(楊道仙)이라는 군장(軍匠)이 있는데 재산이 많고 달마다 군량을 나눠주니, 경사의 가난한 군사들이 모두 그에게 의존한다. 빌리는 자가 많고 또 평소 궁궐 안과 왕래가 많으며, 그가 돈을 쓰고 응대하고 처리하여 두루 호걸다운 사람으로 사귀기 좋은 자이다" 하였다.
호랑이와 악어는 깊은 못을 얻고,
매는 숲을 갖게 되었네.
수레와 말이 오가는 도성 사이,
이런 잡초가 자라고 있었네.
흑산이 듣고 말하기를, "경사스럽고 기쁜 일이로군. 이 큰 공이 모두 그에게 달려 있소. 우리가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였는데 그가 저 군사들과 결탁할 수 있고, 우리가 돈이 없음을 걱정하였는데 그가 또 저 부유한 내시(內侍)들과 아는 사이이며, 그는 군장이니 이런 무기를 마련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에게 가야겠다." 같은 무리끼리 모이는 것이라, 이 목이 잘릴 어리석은 놈들이 저절로 모여 말이 맞았다. 양도선이 이자룡의 생김새가 기이함을 보았다. 이 흑산이 극구 칭찬하여 말하기를, "그는 활달하고 대도(大度)하며 경세(經世)의 기재(奇才)이다" 하였다. 이자룡은 또 흑산이 성학(星學)에서 천하에 독보적이라 칭찬하였다. 양도선이 자신의 사주를 꺼내자 흑산이 보고 말하기를, "훌륭한 망의(蟒衣)와 옥대(玉帶)를 두른 귀인이로군! 이 분(李爺)에 비해 조금 낮을 뿐, 이세민을 만난 규염공(虯髯公)과 같소. 이 분의 사업을 양 분이 이루고, 양 분의 공명은 이 분으로 인해 얻게 될 것이오." 이 때 양도선은 이자룡의 상모를 보고 그보다 조금 못함을 느꼈다. 흑산의 말을 듣자 분명 이자룡이 주인이고 자신은 보좌가 되는 것이었다. 웃으며 말하기를, "이 분에게 의탁하겠소." 그러고는 처의 사주도 꺼내었더니 흑산이 말하기를, "이 분은 일품 부인의 명이시니 이 역시 망(蟒)과 옥의 공훈귀인이시오." 이 말에 양도선이 마음이 달아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공명심에 대해 말하면 마음도 탐이 나고,
손으로 용검(龍劍)을 튕기며 몇 번이나 칼집을 떠났던가.
재주가 한신(韓信)이나 팽월(彭越)에 미치는지 알아야 하는데,
공연히 분봉(分茅)받아 자남(子男)이 될 것을 꿈꾸었네.
양도선은 그 두 사람을 집에 머물게 하였다. 과연 그에게는 안쪽과 왕래가 있었으니, 그다지 크게 뜻을 이루지 못한 자들이었다. 내시 포석(鮑石)과 최홍(崔宏), 시종 정충(鄭忠)·왕감(王鑒)·상호(常浩), 사설감우소감(司設監右少監) 주량(朱亮), 문부(門副) 목경(穆敬)이었다. 그들은 이자룡의 네모진 얼굴에 큰 귀, 사자 코와 검사(劍士) 같은 눈썹을 보고 또 이인(異人)이라 여겼다. 그는 또 말이 강물처럼 흘러 끊이지 않았다. 주도진이 준 요서(妖書)를 가지고 모양대로 몇 개의 부적을 써서 말하기를, "이것을 지니면 재앙을 피하고 병을 물리칠 수 있다" 하였다. 흑산과 양도선이 또 퍼뜨리기를, "그는 성을 외치면 성이 갈라지고 땅을 그으면 강이 되며, 쌀을 뿌리면 군사가 되고 풀을 자르면 말이 되며, 날아가는 칼로 사람의 목을 벤다. 이런 초인적인 법술이 있다"고 하였다. 대체로 호걸에게는 의기와 공명을 말하고, 어리석은 이에게는 부귀와 이해를 말하며, 지식 없는 자에게는 귀신 같은 소리와 황당한 말을 하면 설득되지 않는 이가 없다. 이 작은 내관들은 모두 내서당(內書堂)에서 역사를 읽고 나온 자들이 아니었다. 이런 근거도 없는 말들에 그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부처처럼 공경하게 되었다. 흑산과 양도선은 그에게 호칭을 붙여 말하기를, "지금의 이 세상을 붙잡고 재앙을 뽑아 구하며 살생을 멈추는 불왕여래(佛王如來)이시니, 신유(申酉)의 해를 기다려 천하를 바꾸고 만민을 다스리실 것이다. 미리 누설하거나 마음 다해 보좌하지 않는 자는 천신(天神)이 주살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내관들은 과연 감히 전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만 알고 아는 이들을 이끌어 투신하게 하였다. 어떤 이는 말과 안장을 보내고 어떤 이는 의복을 보내며 금은전초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이자룡은 또 호언하기를, "이런 쓸모없는 것들을 내가 무엇에 쓰겠는가? 일단 여기 두어 너희들의 성심을 시험하겠다"고 하였다. 이 내시들은 처음에는 빈객으로 대접받더니 나중에는 모두 그를 불야(佛爺)·상사(上師)라 부르며 머리를 조아렸고, 그는 태연히 그대로 받았다. 어느 날 포석 등이 그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구경하게 하였다. 만세산(萬歲山) 작은 전각에 이르니 위에 용상(龍床) 하나만 놓여 있었다. 그가 걷다 지쳐 거침없이 그 위에 앉더니 말하기를, "우리에겐 금대(金臺)·은대(銀臺), 연꽃 보좌가 있으니 이까짓 자리가 무에 있겠는가? 다만 하늘이 세상 생령들을 위해 나를 내려보냈으니, 머지않아 강제로라도 여기 앉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굴뚝새가 높은 가지를 차지하고,
우물 속 붕어가 요지(瑤池)를 헤엄치려 하네.
처한 곳이 스스로의 것이 아님을 탄식하건만,
미치광이는 멀리 내다볼 줄 모르네.
이 내신들이 말하기를, "부디 불야(佛爺)께서 보위에 계시면 저희들도 마치 극락세계에 오르는 것 같겠습니다." 잠시 앉았다가 황성(皇城)을 나왔다. 본 자들 가운데 옳지 않다고 말하는 이가 없었고, 도리어 과연 그에게 천자의 복분이 있어 보통 사람이었다면 죽었을 것이라 하며 더욱 공경하고 믿게 되었다. 이자룡과 흑산·양도선 세 사람이 은밀히 의논하기를, "안팎이 호응하는 두 가지 일은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안쪽에 이 내신들이 있고 밖으로는 진정(眞定) 여러 곳에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호걸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 경성에서 무관 하나를 얻어 이 경군(京軍)들과 호응하게 해야겠다." 우림(羽林) 백호(百戶) 주광(朱廣)은 포석의 친척이고, 소기(小旗) 왕원(王原)은 정충의 친척이니, 그 두 사람에게 부탁하여 각자 그들을 설득하여 합류시키기로 하였다. 이 두 사람이 과연 와서 문하에 절하며 임시에 약속한 사람들을 이끌고 호응하겠다 허락하였다.
벼슬아치 세가(世家)로 은혜 입었건만,
충성을 다함이 마땅한 것.
무슨 일로 기꺼이 역모에 따라,
후손에게까지 화를 끼치는가.
그 무렵 어마감(御馬監) 태감(太監) 위함(韋含)이 있었는데, 비록 사례감(司禮監)에 있지 않지만 성상(聖上)과 가장 가까워 권세가 있고 재산도 있었다. 포석이 원래 그의 문하였다. 위함이 우연히 병이 좀 났는데 포석이 그를 위해 이자룡에게 부적수(符水)를 구해 병을 치료하였는데 뜻밖에도 나았다. 그 태감이 이자룡에게 매우 감사하여 돈을 가져와 사례하고 술자리를 마련하여 청하였다. 그의 일표(一表)인 인물을 보고 매우 기뻐하여 서로 왕래하게 되었다. 양도선이 말하기를, "잘 되었소. 이 사람이 오면 돈도 있고 권세도 있으니 우리 사업의 절반은 그에게 달려 있소. 다만 이 사람은 평소에 도리를 좀 알고 일을 경솔히 하지 않는다. 만약 이 일이 모반임을 그에게 말하면 그가 하려 하겠는가? 더구나 우리는 부귀를 도모하는 것인데 그는 이미 부유하고 이미 귀하니 어찌 이런 위험한 일을 하겠는가? 한 번이라도 따르지 않아 기밀이 새면 해가 작지 않을 것이다. 계책을 써서 그를 취해야 한다." 흑산이 말하기를, "양 어른은 꾀가 가장 많으시니 어른이 책략을 세우시오" 하였다. 양도선이 잠시 생각하다 말하기를, "됐소. 그에게 아우 위희(韋喜) 즉 위 노이(韋老二)가 있는데, 이 사람은 노둔한 자로 포석과 가장 친하다. 그에게 열여섯 살 된 딸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위 대감이 곁에 두고 혼처를 찾아주려 하였다. 그런데 이쪽 문사들인 수재들은 내시와 혼인하기를 거려하고, 무관은 훈척(勳戚)이라 역시 원하지 않는 이가 많다. 나머지 상인이나 부호는 대감이 또 원하지 않는다. 태감은 이자룡의 인품이 출중함을 보고 매우 공경하는 바이니, 이제 포석을 이용하여 먼저 위 노이에게 말하고 후에 태감에게 말하여 이 혼사를 성사시키자. 만약 일이 이루어지면 친척이 되어 화복(禍福)을 함께 하니 그가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자룡이 말하기를, "처를 맞이한다면 우리 상사(上師)의 행색이 아닌 것 같소." 흑산이 말하기를, "우리에게 그를 움직일 말이 있소."
스스로 역이기(酈食其)라 자처하며,
세 치 혀 하나로 제(齊)나라를 가볍게 여겼네.
중간에 변이 있을 줄 어찌 알았으랴,
목을 늘어뜨리고 가마솥에 들어가다니.
마침 포석이 와서 양도선을 만나 말하기를, "위 공공(韋公公)이 상사(上師)를 매우 공경하여 범상한 상이 아니라 하십니다." 흑산이 말하기를, "이 일은 전적으로 공공께 달려 있습니다." 양도선이 말하기를, "다만 근래에 이상한 일이 있소. 상사께서 '황제가 무슨 대단한 것인가, 하면 번거로움만 생긴다'며 싫어하시는 뜻이 있소. 우리 공후(公侯)나 백(伯)의 지위가 손에 들어올 때가 된 것인데 그분이 훌쩍 가버리면 우리 일이 모두 수포가 되오. 생각해 보니 돈과 재물 노리개는 몸 밖의 것이라 전혀 마음에 두지 않으시니 그분을 붙들기 어렵소. 황제가 되어도 황후와 삼궁육원이 필요한 법이니, 여색으로 그분을 붙들려 하오. 창기(娼妓)는 음란한 짓이라 그분이 결코 안 하실 것이다. 정궁(正宮)을 맞이하게 해드려야 하는데 복 있는 여인이어야 하고 또 황친국척(皇親國戚)이 될 만한 집안이어야 하오. 우리 중에 아들딸이 없고 친척 중에도 좋은 이가 없어 당혹스럽소." 포석이 말하기를, "상사는 부처이신데 어찌 형수(嫂)가 필요하겠소?" 흑산이 말하기를, "옛날 구마라습(鳩摩羅什)은 고불(古佛)이셨는데 서진왕(西秦王)이 일찍이 궁녀 열 명을 보내어 한 번 동침하고 두 아들을 낳았으니, 이에 근거가 있는 것이오." 포석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위 공공에게 조카딸이 있는데, 내가 일찍이 보니 매우 복스러운 상이었소. 공공이 상사를 중히 여기시니, 내가 먼저 노이에게 가서 말하고 그가 공공에게 이 혼사를 이루도록 말하게 하겠소."
작은 새가 봉황에 붙으려 꿈꾸고,
방어와 잉어가 용을 타려 바라네.
초가집 처마 아래
촛불 빛이 환하게 비치리라 기대했네.
흑산이 말하기를, "위 공공이 비록 상사를 중히 여기시지만, 우리의 이 일을 그분에게 말해서는 안 되오. 다만 상사의 이 귀한 상으로 훗날 공공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문관이면 경함(卿銜)의 중서(中書)도 할 수 있고 무관이면 분명 금의지휘(錦衣指揮)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시오." 포석이 말하기를, "당신 말대로 하겠소." 위 노이가 말하기를, "공공께 여쭤 보겠소." 공공에게 말씀드리니, 그 공공은 내력은 따지지 않고 말하기를, "이 사람도 좋은 인품이니, 우리가 힘써주면 이 정도 사모관대는 부족함 없이 해줄 수 있다. 내 조카딸도 이미 컸으니 혼수는 따지지 않겠다"고 하였다. 또 동화문(東華門) 밖 집 한 채와 천 금의 혼수를 내려주어 날을 골라 혼례를 치렀다.
갈대가 꺾여 물결 따라 흘러가니,
둥실둥실 스스로 오가더니.
어찌 기대했으랴 연꽃이,
어느새 곁에 다가와 함께하게 될 줄을.
전에는 양도선 집에 있을 때도 내력이 불분명한 부랑자였는데, 이제는 태감의 친척이 되었다. 날마다 높다란 말 위에 화려한 의복을 입고 종들을 부리며 사람들과 왕래하였다. 생각해 보면 한낱 소인이 가난하여 스님으로 떠돌며 집도 없고 가정도 없다가, 이제 처도 얻고 돈도 생겨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만족하고 손을 거두어도 될 터였다. 그러나 그가 멈추려 해도 부귀를 도모하는 자들이 멈추지 않았다. 이 사람은 사람들을 이끌어 투신하게 하고, 저 사람은 사람들을 꾀어 합류하게 하였다. 그 채울 줄 모르는 창자가 또 근지러워지고, 원숭이·닭의 해가 다가오는 것을 생각하며 이 무리들을 사절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일이 점차 드러나게 되었다. 그 무렵 금의위(錦衣衛) 교위(校尉) 손현(孫賢)이 가난한 군사 감효(甘孝)와 이웃해 살았다. 이 가난한 군사는 정말 심하게 가난하여 늘 처자식과 굶주렸다. 처자식이 투덜대자 그가 말하기를, "참아요. 반 년 석 달만 더 참고 그를 따라 뛰어다니면 백호(百戶) 하나는 될 수 있고, 정칠품 봉록이면 나와 당신이 누리기에 충분할 것이오. 좀 더 참아요" 하였다. 손현이 듣고 다음 날 그에게 말하기를, "노감(老甘)이 뭔 좋은 것이 있는데 나도 좀 끌어들여 주지 않겠소?" 하자, 감효가 말하기를, "당신이 나를 당겨줘야 내가 무엇을 당겨드리겠소." 손현이 말하기를, "형님, 배가 많아도 항구에 지장 없소. 우리가 좋은 걸 얻으면 당신 영감을 잊지 않겠소." 그가 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저녁에 소주 세 푼어치와 쇠고기 두 푼어치를 사서 청하여 먹이고 소개를 부탁하였다. 몇 잔 술을 마시고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내가 당신을 끌어들이기는 어렵소만, 이쪽에 이 상사(上師)라는 분이 계신데 그분이 당신을 이끌 수 있소. 좋든 싫든 내일 당신을 데리고 가서 그의 문하에 절하게 하면 틀림없이 좋은 것이 있을 것이오" 하였다.
술은 밖에서 들어오고,
기밀은 안에서 새어나가는구나.
후회는 깨어난 뒤에 생기지만,
네 마리 말도 혀를 따라잡지 못한다네.
다음 날 손현이 찾아왔다. 감효는 입을 다물고 오지 않으며 며칠을 꾀어보았으나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가 뵙게 하였다. 머리를 조아리고 맹세를 세우기를,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상사를 보좌하여 생령(生靈)을 구하며 결코 뜻을 돌이키지 않겠습니다. 만약 두 마음을 품으면 날아가는 칼에 몸이 갈리고 온 가족이 멸족당하리이다"라고 하였다. 손현도 어쩔 수 없이 맹세를 하고 사람들을 따라 어울렸다. 먼저 안팎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모두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 동서로 엿보고 탐문하여 이것이 모반임을 알아내고, 기유(己酉)년 칠월을 정하여 원숭이·닭의 때를 맞아 안팎이 호응하여 먼저 경성을 평정하기로 하였음을 알아냈다. 이때 위 태감은 바야흐로 이자룡에게 중서(中書) 자리를 얻어주려 노이에게 의논하였다. 노이가 말하기를, "형, 그분은 생각이 크소. 이런 참깨 같은 작은 관직은 필요 없다 하오." 위 태감이 말하기를, "그럼 어떤 관직을 바라는가?" 노이가 말하기를, "관리들을 관장하는 자리를 원하오." 하고는 위 태감에게 조용히 귓속말로 말하기를, "그의 명과 상이 모두 진명천자(眞命天子)에 합당하오. 밖에서는 이미 다 준비가 되었고 안에도 사람이 있으니, 한 팔을 더 보태어 주시오. 일이 성사되면 국척(國戚)은 말할 것도 없고 공신도 될 것이오" 하였다. 이 말을 들은 태감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
혀가 눌려 내려오지 않고,
입이 굳어져 말이 나오지 않네.
놀란 땀방울이 비처럼 떨어지고,
넋이 거의 날아가 버릴 것만 같네.
위 태감이 말문이 막혀 있는데 노이가 말하기를, "형님, 이 일은 이제 당신에게 달린 것이 아니오. 그를 도와 하다 보면 좋은 것도 있을 것이오. 만약 돕지 않아 일이 안 되더라도 당신도 빠져나갈 수 없소." 위 태감은 듣고 또 놀라고 또 화가 났다. 소리를 질러 소란을 피우면 소문이 좋지 않을 것이고, 그를 따라 하자니 나는 조정의 총신(寵臣)으로 망의(蟒衣)와 옥대(玉帶)를 하고 부귀가 극에 달했는데 또 이런 것을 생각하여 멸문(滅門)의 큰 화를 불러들이겠는가. 어쩔 수 없이 먼저 조카딸을 가볍게 그에게 주었으니 정말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마음이 침울하고 불쾌한 상태에 있었다. 이자룡과 양도선은 몰래 붉은 황포(黃袍)와 익선관(翼善冠)을 만들었으니, 마치 연극하는 것과 같아 다만 징소리가 무대에 오르기만을 기다렸다. 이미 황포를 몸에 걸칠 준비를 다 하고 소매 속에 선위 조서(禪詔)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 경사에서 조길상(曹吉祥) 숙질이 일찍이 반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의 숙부 한 명은 궁중에 있었고 조카가 서너 명이었으며 집에는 달관(達官)과 오랑캐 병사와 가정(家丁)을 양육하고 있었으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 이 몇 명의 한적한 내신(內臣)과 작은 무관 몇 명, 가난한 군사 몇 명이 일을 도모하려 하였다. 그런데 그 손현이 일찌감치 그들의 일을 확실히 파악하여 위인장(衛印掌)인 지휘(指揮) 원빈(袁彬)에게 고발하였다. 즉시 사람을 보내 이자룡을 체포하고 황포를 수색하여 발견하였다. 또 양도선과 흑산을 체포하였다. 이 황포가 곧 반역의 증거가 되었다. 다만 이 원빈은 사막에서 황제를 따라 공을 세운 자로 충직한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큰 공을 세우려고 필경 큰 옥사로 만들었겠지만, 그는 그러려 하지 않았다. 더구나 일이 궁궐 안 사람과 관련되어 있어 반드시 청탁이 있을 것이었고 그도 지나치게 연루시키지 않았다. 그가 말하기를, "이 문하에 절한 자들은 다만 식견 없는 가난한 백성들이오. 모반이라 하더라도 비밀 모의가 아직 실행되지 않았으니, 다만 몇 명의 미치광이가 꾀를 세운 것일 뿐이오. 이 중에는 친척도 모르는 이가 있으니 어찌 이 어리석은 자들에게까지 얽어 맬 수 있겠소." 주상의 덕을 잘 받들어 그물을 세 가지 풀어주었다. 싸리 토끼는 뿌리째 뽑히지 않아도 되고, 연꽃은 기쁘게 함 속에서 벗어났다. 주광(朱廣)은 직관(職官)이고 포석(鮑石)은 숨길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소를 갖추어 논죄하고 대략 공술 요약을 올렸다. 결국 일이 궁궐 안 사람에 관련되어 수완이 크고 청탁이 편하여 성지(聖旨)도 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이 이미 삼법사(三法司)에 이르렀다. 위 태감은 생각하기를, 이자룡의 모반은 사실이고 자신이 반드시 그의 지친(至親)인데, 위중(衛中)에서 비록 자신을 가려주었지만 법사(法司)는 숨겨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과도(科道)들의 구설수가 좋지 않다. 그들이 본(本) 하나를 올려 자신이 가까이 있는 신하로서 반역자와 교통하였다 말하면 어찌 좋겠는가? 만약 성상이 알게 되어 끌어내 심문하고 참수형에 처한다면, 차라리 먼저 죽어 온전한 시체를 남기는 것이 낫겠다 하고 독약을 먹고 목숨을 끊었다.
일월(日月)에 기대어 몸이 있으니,
부귀 또한 무엇을 더 구하겠는가.
싸늘한 재에 빠지는 것이 부끄러우나,
남관(南冠) 쓰고 초(楚) 나라 죄수를 배우지 않으리.
가련하구나, 이 위 태감도 오직 남에게 잘못 이끌렸을 뿐이다. 이 무리들이 법사에 이르니, 통상적으로 주로 초기 진술에 따르고 담당 관리도 위의 진술을 기초로 심문 내용을 더하여 보고하였다. 당상관이 갖추어 올리기를, "이자룡·양도선·흑산·주광·포석 다섯 명은 모의를 꾸민 주모자이다. 최홍·정충·왕감·상호·송량(宋亮)·목경·왕원은 종범으로 모두 사형에 처한다. 강조·주도진·방수진 일당은 일제히 소환한다." 그러나 성상께서 너그러운 은혜로 이 무리가 망발하여 스스로 죽음을 취한 것임을 아시고, 이 궁중 인원들도 다만 어리석어 남에게 미혹된 것으로 아셨다. 다만 주모자 이자룡 등 다섯 명은 즉시 처형하고, 최홍 일행은 정군(淨軍)에 충당하며 왕원은 위(衛)를 옮기고 나머지는 안에 따라 처분하였다. 우습게도 이자룡은 미치광이로서 망령되이 구오(九五)를 생각하였고, 양도선·흑산·주광은 후백원훈(侯伯元勛)을 꿈꾸었으며, 포석도 대사례(大司禮) 하나를 쥐겠다 하였는데, 지금 얻은 것은 이것이었다.
우리를 열어준 성은이 두텁건만,
오만하게 어리석은 얼굴을 비웃어라.
부귀 지금 어디 있는가,
주검이 옛 길가에 가로놓였구나.
과연 형과(刑科)의 뇌급사(雷給事) 한 명이 말하기를, 포석 등이 안팎을 교통하여 불궤(不軌)를 모의하였으니 악이 지극하고 죄가 크며 정상이 무겁고 법이 가벼우니, 미치광이의 모의를 징계하고 국법을 밝힐 수 없다. 원래 논죄에 해당하는 왕원 등을 모두 참수하기를 간청한다 하였다. 성상께서도 다만 너그러이 처리하시어, 일은 이미 진행되었으니 깊이 추궁하는 것을 우선 면제한다 하셨다. 이것이 비록 궁궐 안의 힘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루 추궁에 경성의 투신한 군민(軍民)들과 외부의 평소 교결한 무뢰배들을 잡아 추포하니 또 많은 일들이 생겨났다.
주모자는 엄하게 처벌하고,
협종자(協從者)에게는 법을 너그럽게 하네.
그림자를 잡고 바람을 쫓는 것은 삼가야 하나니,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하리라.
생각해 보면 사민(四民) 중에 선비는 관리가 되기를 도모하고, 농부는 가업을 보전하기를 도모하며, 공인(工人)과 상인(商人)은 이익을 얻기를 도모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구류(九流)에 이르러서는 속임수로 돈 몇 푼을 얻어 입에 풀칠하더라도 말은 이치에 맞아야 한다. 스님과 도인은 높은 이는 마음을 밝히고 본성을 보며 성(性)을 기르고 진(眞)을 닦아 생사를 마쳐야 하고, 낮은 이는 경을 읽고 성수(聖壽)를 빌어 여생을 꾸려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조정 태조황제께서 이르신 "각자 생업에 안주하여 비위(非違)를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다. 성명(星相)을 보는 자가 망령되이 황제 자리를 사람에게 허락하고, 유랑 중인 스님이 황제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양도선은 부유한 집안인데도 관직 하나를 구하지 않으면 집안 재산만으로도 자유로웠을 것이고, 주광은 세습 직위가 있으니 높은 자리를 얻지 못해도 이 세습 사모관대는 남길 수 있었으며, 포석은 내신으로 직업도 있었다. 무슨 까닭에 어리석고 미쳐 죽음에까지 이르렀는가? 이런 요망하고 황당한 말은 절대로 들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차라리 가난하여 굶어 죽더라도 양민으로 남는 것이 낫다. 만약 이 무리처럼 목이 잘리는 것을 잃고 또 반역자의 이름까지 얻는다면, 어찌 우스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백성이 된 자들은 모두 부지런하고 삼가며 스스로를 지키고 각자 생업에 종사하여 몸과 집안을 보전해야 한다. 미래의 부귀공명을 도모하다가 눈앞의 집과 처자식을 잃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