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성석 (醉醒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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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목경저는 유정랑을 잘못 알아보고 동문보는 헛되이 배은망덕한 귀신이 되다

슬프다, 박명이여,

바람에 흔들리는 꽃 하염없이 부유하여 정처 없고,

시름은 부평초 신세를 죽일 듯 짓누르네.

등라에 엉겨 붙기를 꿈꾸었으나,

구름 그림자처럼 솜털 같은 자취는 물을 길 없어라.

한 치 뜨거운 가슴 재가 되어도 식지 않으니,

지난날의 원한을 다시 다스리노라.

— 우조 「박명녀(薄命女)」

원한이 사람에게 미치는 힘은 참으로 크다. 만약 은혜를 저버리고 의리를 배신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치는 짓을 마음대로 행하여도 그 상대가 원한만 품을 뿐 갚지 못하고 피할 수만 있다면, 사람의 마음이 어찌 못할 짓이 있겠는가. 그러나 보복은 이치이고 원한은 정(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천하에 펴지지 않는 정이 없고, 행해지지 않는 이치가 없다. 오늘날 가장 가볍게 여기는 것이 부녀자이니, 그녀들이 규방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여 조금 이득을 취하고 그녀들로 하여금 깊은 원한을 품게 만들어도 끝내 자신에게 어쩌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모르는구나, 오직 부녀자이기에 원한을 발산할 곳이 없어 쌓인 원망이 깊고 깊어지면 반드시 한 번 갚을 것을 생각하게 된다. 살아서 갚지 못하면 죽어서라도 갚는다. 그러므로 방아친(龐娥親)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사소아(謝小娥)가 아버지와 남편의 원수를 갚은 일은 모두 외로운 여신(女身)으로 살아서 원수를 갚은 것이다. 비파녀(琵琶女)가 엄무(嚴武)에게 한 일, 계영(桂英)이 왕괴(王魁)에게 한 일은 모두 자신의 원한을 죽은 뒤에 갚은 것이다. 절서(浙西)의 한 부인에 이르러서는, 만력(萬曆) 정해·무자(1587~1588)년 사이에 수재와 가뭄이 잇따르자 그 남편이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여 몰래 두둑한 돈을 받고 아내를 수상(水戶) 사람에게 팔았다. 남편이 어쩔 수 없이 궁핍하여 아내를 버린 것도 이미 잘못된 일이거늘, 남은 것을 탐내어 그녀를 창녀로 전락시켰으니 마음이 편안하였겠는가?

살아남기 위해 잠시라도 죽음을 늦추고자

문득 결발(結髮)의 정을 잊었구나.

어찌 규방의 여인을

분 바르고 남을 섬기게 만들었는가.

이미 이 부인을 수상 사람에게 팔아, 그의 처라 하였다. 나중에 어떤 곳에 이르러 보니 더 여러 부인들이 있었다. 물어보니 모두 양가(良家)의 사람으로, 모두 이전에 처첩(妻妾)으로 구해온 것이었다. 부인은 자신의 처지가 좋지 않음을 알고 그 나그네를 꾀어 말하기를, "저는 남편이 못난 사람이라 일찍이 몰래 저축한 것이 있어 이웃에 맡겨 두었습니다. 제가 가져오면 함께 고향으로 돌아갑시다."라고 하였다. 나그네가 이익에 욕심이 생겨 함께 돌아왔다. 집에 이르러 사방 이웃에 소리쳐, 그 나그네가 양가의 사람을 사서 창녀로 만들었다고 알렸다. 처음에 이웃 사람들도 그녀를 위해 나섰으나 남편이 판 것인지라 이혼 증서와 손도장이 증거로 있었다. 게다가 지방 건달들에게 몇 푼 돈을 뿌려 자신의 몸도 붙잡아 둘 수가 없었다. 돌아가니 나그네에게 원망을 받아 채찍질과 능욕이 끊이지 않았다.

새가 이미 새장 속에 들었으니

날개 펼쳐 누구에게 하소연하랴.

박정한 남편을 원망하노니

깊은 규방 아낙네를 그르쳤구나.

이 부인은 기개 있는 여인이라, 마침내 그 능욕을 이기지 못하고 원한을 품은 채 죽었다. 죽을 때 뱀 같은 기운이 문을 뚫고 나갔다. 이후에 한 의원이 꿈에 한 부인이 동행을 청하는 것을 보았으나 깨어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길을 가다가 한 뱀 허물을 보니 검은 바탕에 흰 무늬가 있었다. 의원이 곧 약 상자에 집어넣었다. 이틀을 가다가 마침 나루를 건너는데, 상자 안에서 딸깍딸깍 소리가 났다. 의원이 상자를 열어 보니 아까의 허물이 이미 뱀이 되어 상자에서 날아오르더니 스스로 강을 건넜다.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건너편 기슭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갑자기 뱀에게 쫓겨 목을 물렸는데 지금 사람과 뱀이 함께 죽었다." 의원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말하기를, "일찍이 자기 처를 팔아 물에 빠뜨렸다 하는데, 그 처가 수모를 당해 억울하게 죽었다니 이것이 그 원수 갚음인 듯합니다."라고 하였다. 의원은 꿈속의 부인이 그 처임을 깨닫고, 그 허물이 자신의 약 상자에 들어와 자신을 따라 동행하며 남편을 찾아 원한을 갚은 것임을 알았다.

쌓인 기운 변하여 뱀이 되어

사람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왔네.

이 박정한 남편을 죽이고 나서야

평생의 원한이 비로소 끝났도다.

또한 한 청루(靑樓)의 여인이 있었으니, 성은 목(穆)이요 이름은 경경(瓊瓊)이었다. 원래는 양가의 딸이요 이름 있는 집안이었다. 처음 남편에게 시집가서는 두 사람이 금슬이 좋았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농사도 짓지 않고 장사도 배우지 않았다. 처음에 집안에 얼마간의 돈이 있었는데, 몇몇 건달들에게 꾀임을 받아 관청 전량(錢糧) 영리 사업에 투자하게 되었다. 성(省)의 안료·차밀·생견·관복 등 물자는 모두 배의 이익이 있어, 은자를 미리 받아 매입하고 그 은자로 차익을 내는 것이 가장 좋은 장사였다. 이익 앞에서 견식 없는 사람은 쉬이 마음이 움직이는 법이다. 그 집에 두 푼의 돈이 있으니 그를 낭가(囊家)로 삼아 자금을 댔다. 먼저 가서 관리인 자리를 맡고, 자신은 상인이 되었다. 먼저 그 관리에게 가서 큰 연줄에 청탁하고, 방 안의 서리(書吏)들에게도 사례를 하였다. 연줄이 닿아 위임을 받아 돈을 마련하러 나섰다. 관부에서 미리 지급하되 반드시 분례(分例)를 많이 빼고 적어도 두 할을 더 챙겼다. 창고 담당자가 눈을 감아주면 또 한 할을 더 챙길 수 있었다.

전량을 지급받으면 위임 관리는 군사들이 담담한 밥만 먹지 않도록 한 몫 떼고, 서리들도 각자 한 몫씩 챙겼다. 처음부터 계산해 보면 천 냥어치 전량에 오백 냥 원금, 오백 냥 차익이었다. 이 잡비만 이미 삼사백 냥이 나갔다. 게다가 사례금을 한 번에 쓰는데 전량은 보통 네다섯 번에 나누어 지급되었다. 첫째 번 둘째 번에는 보통 매입 전량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쓸 돈이 많고 자신이 다 감당할 수 없어 남에게 빌리면 바로 이자가 붙었다. 이런 건달들을 부리니 온 집안이 그들의 밥이 되었다. 그들이 아문(衙門)에서 몰래 빼돌려, 돌려보내면서 모두 전량에서 떼어내고, 모두 낭가의 몸에서 떼어냈다. 한두 번은 흐지부지한 관리를 만나 넘어갔지만 분명한 관리를 만나면 반드시 전량을 확인하여 지급하려 하였다. 돈과 인맥이 있으면 직접 꺼내 쓸 수 있었다. 자신의 자질과 조카가 매입하면 그래도 나았다. 앞이 지나면 뒤가 비어 반드시 높은 이자로 빚을 내고 전량이 나오면 갚으려 하였다. 홀몸이거나 살림살이를 잘 모르는 경우, 이런 건달들에게 맡겨 매입하게 하면 반드시 값은 비싸고 물건은 나빠지게 되었다. 안료·칠·오동기름, 진사·황단, 차는 좋은 것으로 나쁜 것을 덮고, 밀랍은 진짜로 가짜를 섞고, 관복은 검고 꽃이 희미한 거친 천, 생견은 무거운 것으로 견본을 만들고 나머지는 모두 성글고 조악하여 아문의 지원에 온통 의지하였다. 검사하고 저울로 재고 살펴보는 데 어느 것인들 돈이 들지 않겠으며, 어느 한 푼인들 전량 안에서 메워지지 않겠는가. 다행히 독촉을 완수하고 길에서 달리 불상사가 없다면, 비용을 어찌어찌 메워 위아래가 눈을 감아주었다. 그런데 성상(聖上)을 만나 내시(內侍)에게 맡기면, 내시는 전적으로 서리 영수에게 맡겼다. 만약 총명한 성상을 만나 창고 감독이 꼼꼼히 검사하면 가짜가 진짜 행세를 못하니 납부하지 못하게 되었다. 경성에서 이미 많이 썼고, 고향에서는 독촉과 심문에 드는 비용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덮어가는 일을 벌였다. 차 밀랍을 하면서 또 안료를 하고, 첫 납부가 완수되기 전에 또 두 번째 운송을 맡아, 이것으로 저것을 덮고 나중 것으로 앞것을 덮어 체납이 날로 깊어지고 부족액이 갈수록 늘어나 끝내 반드시 결말이 날 터였다.

살을 파내 상처를 메우니

구멍이 날로 커지고,

눈 속에 시체를 묻어도

날이 따뜻해지면 끝내 녹게 되리.

수개월이 지나도록 부에 납부를 완수하지 못하고 채매(彩買)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들통이 양쪽으로 쏠리니 반드시 추징이 따랐다. 분례를 받아 챙긴 관리들은 이미 살찐 돼지가 되어 뇌물을 뱉어낼 곳이 없었다. 뇌물을 받은 서리들은 여전히 도움을 받아야 하니 감히 뱉어낼 수도 없었다. 평소 의지하여 먹고 마신 건달들은 모두 빈털터리요, 집안의 비용은 크고 저축은 없었다. 해약하고 빌린 돈은 이미 바닥났고, 관부의 독촉이 끊이지 않아 마침내 밭을 저당 잡히고 재산을 팔아 가족과 친척까지 연루시키고, 자신은 옥에서 죽으며 처자는 뿔뿔이 흩어졌다.

이로운 것 속에 항상 해가 숨어 있거늘

어리석은 자들이 어찌 알겠는가.

한때의 결정이 화를 부르고

끝없는 재앙이 이어지리라.

목경경(穆瓊瓊)의 집안도 오로지 전량 사업으로 망하였다. 남편이 종일 비단옷을 걸치고 진귀한 음식을 먹으며 전량으로 먹고 입다가 결국 전량에 연루되어 죽었다. 재산이 다 없어지고 친척들도 다 연루되어 사람은 죽고 집안은 망했다. 시집온 지 채 일 년도 안 되어 잠시 안락함을 누린 목경경도 관청에 의해 팔리는 처지가 되었다.

기쁨이 얼마나 가겠는가,

나의 기쁨은 패함을 맞이했다.

관청은 오직 돈만 바라니

어떤 사람에게 팔리든 상관없다.

가련하다, 경경이여, 마침내 풍진(風塵) 속에 떨어졌다. 목(穆)이라는 성은 악호(樂戶)에서 쓰는 성이요, 경경이라는 이름도 악호에서 붙인 이름이었다. 한번 몸을 잃고 나서는 노래를 팔고 웃음을 팔며 완전히 문호(門戶) 안의 사람이 되었다.

술잔 앞에 웃으며 속으로 슬프고,

이 마음과 담을 누구에게 맡기랴.

바람에 꽃은 주인 없이 남에게 꺾이나니

이삼월 봄날이 얼마나 가겠는가.

경경은 금릉(金陵)에 흘러들어 기녀가 되었는데, 다행히 용모가 빼어나고 성품이 영리하였다. 또한 규중(閨中)의 기품이 있어 기원의 진부한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기방을 잘 모르는 이는 그 자태를 그리워하고 그 온화함을 사모하였으며, 기방에 익숙한 이들도 그 고아함을 칭찬하였다. 게다가 시름 속에 스스로 몇 구절을 지으면 어엿한 글이 되었고, 또 몇몇 사람의 가르침을 받아 입에서 나온 것도 시라 불리어 시인의 이름을 얻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몇몇 속된 손님들만 찾더니 나중에는 몇몇 호화 공자들이 찾아오고, 점점 몇몇 문인묵객(文人墨客)들까지 이끌려 왔다.

단봉도 둥지를 짓고 까마귀도 깃들며,

저녁 분 아침 연지 차례 없이 바르네.

달이 온 강에 지니 마음도 그와 같고,

맑은 빛은 누구의 집에도 머물지 않는다.

명성이 자자해지자 처음에 포모(鴇母)가 아직 속박하기를, 손님을 받지 않으면 억지로 받으라 하고, 돈 받는 법을 모르면 가르쳐 주었다. 이제는 날마다 그를 기다리느라 빈틈이 없어, 손님들이 스스로 기꺼이 돈을 꺼내 응하고 사적인 선물도 억지로 요구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목경경은 영민한 사람이라 늘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좋은 집안의 딸인데 불행히도 집안에 어려움을 당해 풍진 속에 몸을 잃었다. 속으로 부끄럽고 원망스럽다. 지금 나이도 젊고 용색도 좋아 몇몇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지만, 몇몇이나 내 마음을 알겠는가. 모두 색(色)을 보고 왔으니 결국 색이 쇠하면 떠나고 만다. 이 중에 몸을 의탁하여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찾지 않는다면 나중에 어찌 될 것인가?"

무궁화 꽃은 오래 피지 못하고

저녁 시장은 쓸쓸하기만 하다.

늙어 상인에게 시집가도

상인조차 여전히 나를 업신여기리.

그녀는 손님을 맞는 사이에 온 마음을 쏟았다. 글줄이나 긁는 가난한 선비들은 돈을 낼 처지가 아니었다. 산인(山人)이나 묵객(墨客)은 오로지 남의 돈을 꾀어내려 할 뿐, 어찌 줄 돈이 있겠는가. 그들에게는 겸허하게 교류하며 자신의 명성을 날려달라 하였다. 돈 냄새 나는 큰 장수들은 마음속으로 경멸하였으나 겉으로는 체면으로 붙잡아 돈을 뜯어 포모를 달랬다. 금수저 공자나 수전노들도 마음으로는 뜻이 맞지 않았으나 거짓 정분으로 얽어 돈을 뜯어 사적인 주머니를 채웠으니, 이것이 돈을 버는 계략이었다. 진정 애틋한 마음이 있는 이에게는 차마 배신하지 못하였고, 의협심이 있는 이에게는 기꺼이 도움을 주었다. 막 발을 들인 풋내기라 순박하고 의지할 만하다 싶으면 온 마음을 기울여 정과 기운을 바쳐 교류하며 평생의 의탁처를 구하려 하였다.

그러나 천하의 일이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법이다. 이 사람은 풍채가 의젓하고 언사가 호방하다 싶으면 사람됨이 넓고 전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저 사람은 기도(氣度)가 온화하고 거동이 겸손하다 싶으면 사람됨이 나약하고 뼈대가 없었다. 혼자서 단출하게 한 남자와 한 여자로 해로하는 것이 경경의 소원이었다. 젊은 손님 가운데 나이가 들도록 아내가 없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가산이 있는 이라면 그녀를 첩으로 삼으려 하였다. 이 사람은 온화하고 사랑스럽다고 보았더니 그 집에 뱀같이 질투가 심한 마누라가 있어, 이 사람이 몹시 조심하며 쥐가 고양이를 보듯 하였다. 저 사람은 시원시원하고 안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싶었더니 또 가업에 전혀 뜻이 없고 남녀 간의 정에만 뜨뜻미지근하였다. 그리하여 몇 해를 어울려도 단 한 사람도 얻지 못하였다.

천하에 완전한 사람은 없고,

흠과 장점은 서로를 가리지 않는다.

사람에게 완벽함을 구하다 보면

어찌 원하는 대로 얻겠는가.

경경은 생각하였다. "내 나이 이제 스물이 다 되었다. 몇 년을 더 허비하면 꽃도 지고 사람도 늙어, 다른 사람이 나를 고르기는커녕 내가 사람을 고를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 뜻밖에 한 사람을 만났으니, 취이(槜李) 사람으로 성은 동(董)이요 나이 겨우 이십 세였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아직 장가들지 않았으며, 어머니의 외삼촌이 운영하는 비단 아행(牙行) 담근교(譚近橋) 곁에 있었다. 생김새가 수려하고 성품이 영리하였다. 그해 마침 복건·광동의 생의가 늦어, 담근교가 동업자 마소주(馬小洲)와 함께 그에게 꽃 그림 소매 없는 비단과 錦緞을 가지고 남경으로 가서 장사하게 하였고, 동일관(董一官)에게 동행하여 눈 역할을 하게 하였다. 동일은 직접 십여 냥의 소자본을 가지고 남경으로 내려갔다.

물결은 금산(金山)을 흔들어 움직이고,

안개는 제비와 함께 날아오르네.

석두성(石頭城) 아래의 길에

갈대는 푸르러 사람의 옷을 물들이는 듯.

남경에 이르러 장사가 잘되었다. 열흘 남짓에 절반 이상을 팔았고, 이어 남경산 기계로 짠 부드러운 꽃 주름 비단을 사들여 가져온 물건이 다 팔리기를 기다려 출발하려 하였다. 하루는 두 사람이 관모를 바꾸고 넓은 겉옷을 갈아입고 기방에 들어섰다. 목씨 집에 들어서니 마침 한 공자가 약속했다가, 어떤 어른이 술자리에 초청하여 오지 못하게 되어 배석인을 보내 사정을 알리고 문까지 바래다주고 있었다. 두 쪽이 서로 마주쳤는데 서로 마음이 끌렸다. 목경경은 동일을 보니 아직 얼굴을 붉히는 것이, 풋내기요 순박한 사람임을 알고 더욱 마음이 갔다. 인사를 나누며 상공의 함자를 물었다. 한참 더듬다가 "천자(賤字)는 문보(文甫)입니다."라고 하였다. 마소주가 대신 소개하기를 절서(浙西)의 대가(大家) 사람이라 하니, 경경은 같은 성(省) 사람임을 알아보았다. 동일은 곧 마음이 쏠렸다. 마소주는 그 동업자의 조카에게 비위를 맞추고 싶어 자리를 깔아주고, 손님 접대비를 내 주었다. 경경은 한편으로 마음속으로 그가 좋았고, 한편으로 그날 손님이 없어서 그를 머물게 하였다.

남자는 여인의 고운 자태에 탐이 나고,

여인은 남자의 젊음을 그리워하네.

두 마음이 옻처럼 찰싹 붙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얽혔구나.

술자리에서 경경은 동문보의 나이가 젊어 아직 미혼인가 싶어 일부러 그를 떠보며 말했다. "동 상공께 자제분이 몇이나 됩니까?" 동문보는 아내가 없다 할 수 없어 얼버무리며 대답하였다. "장가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경경이 말하였다. "그렇게 신혼이신데 버려두고 타향으로 나오셨습니까?" 동문보는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셨지만 거짓으로 대답하였다. "집에 홀어머니가 계셔서 함께 지내십니다." "어떤 공무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동문보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기녀 앞에서 나는 공부를 못 했으니 거짓말을 지어내면 오히려 그녀에게 비웃음을 살까 싶어 솔직하게 말하였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어 학문을 잃고, 그저 장사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친척 어른과 함께 비단 몇 필을 가지고 이곳에 왔습니다." 경경은 그가 생원이나 감생인 체하지 않고 상인임을 솔직하게 밝히자 더욱 그의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밤에 정성껏 그를 대하였고, 그도 극진히 응하였다. 동문보 도련님은 "내일 비단을 가져와서 저고리 감이 되게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경경이 오히려 "기방에는 함부로 다니면 안 됩니다. 상공은 돈을 함부로 쓰지 마세요. 친한 사이일수록 이런 것에 있지 않습니다. 요즘 연달아 약속이 잡혀 한가롭지 않습니다. 한가할 때 제가 직접 청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후 동문보가 자주 찾아가도 경경은 매우 바빴으나 반드시 한바탕 수다를 나누었다. 틈이 나면 사람을 보내어 그를 청하고 스스로 돈을 꺼내어 술자리와 숙박비를 마련해 주었다.

마음이 뜻에 맞아 새처럼 기뻐하며

정성껏 패물을 풀어 초대하였네.

어찌 무협(巫峽)의 여인과 같겠는가,

아침저녁 운우(雲雨)의 즐거움뿐이리오.

동문보의 입장에서는 그저 경경이 자신의 나이와 외모를 사모하는 것으로만 알았을 뿐, 그녀에게 다른 뜻이 있음을 몰랐다. 잠자리에서 동문보는 그저 자신의 재주를 부려 그녀를 기쁘게 하려 하였다. 그런데 경경은 진심으로 그를 대하며 말하였다. "집은 본래 절강(浙江) 사람인데, 외삼촌이 관청 돈을 진 죄로 남편이 연루되어 죽고 저는 관청에 팔렸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홀로 되시고 아우는 어려 구해주지 못하였습니다. 이 안에서 하루하루가 일 년 같습니다. 처음에는 호걸 한 사람을 만나 몸을 의탁하려 했으나 끝내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남방 사람을 만날 때마다 후하게 대합니다. 어머니께 소식을 전하여 아는 사람에게 빌려 오시게 하고, 그 뒤에 제가 스스로 얼마를 보태 빚을 다 갚고 한 사람에게 의탁하여 부부로 지내고 싶습니다. 형께서 저를 가엾이 여기신다면 이 일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때 동문보는 아직 장가들지 않아 실로 그녀에게 탐이 났다. "누님께서 정말로 풍진이 싫으시다면, 제가 이곳에서 누님의 몸값을 마련하는 데 돕고 함께 절강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만나게 해 드리겠습니다. 편지를 보낼 수고도 더 덜 수 있지요."라고 하였다.

베갯머리 병풍 사이에 속삭이는 정담,

어찌 기대했으랴 이런 의로운 젊은이 만날 줄.

황금 아끼지 않고 가인의 몸값 치르려 하나니,

문희(文姬)도 응당 오랑캐 땅에서 벗어나리라.

경경이 말하였다. "제가 관청에 팔릴 당시 몸값이 사천 냥이었는데, 몇 번 거래를 거치며 이곳에 오기까지 이미 이백 냥을 넘겼습니다. 지금 삼백 냥이 아니면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저도 절반 남짓은 마련할 수 있으니, 다시 백여 냥을 얻으면 일이 해결됩니다." 동문보가 말하였다. "제가 생각해 보겠습니다." 돌아와 마소주와 의논하기를, "팔고 남은 돈으로 그녀의 몸값을 내 주고 그녀가 갚도록 하면 공짜로 한 사람을 얻는 셈이 아니냐."라고 하였다. 마소주가 말하였다. "그건 외삼촌의 돈으로 이 판에서 봉을 사들이는 짓이야. 나는 권하지 않겠어." 은자는 마소주 수중에 있어 손댈 방법이 없었다. 목경경에게는 다만 물건이 아직 다 팔리지 않았다는 구실을 댈 뿐이었다.

그런데 마소주는 미소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빗질하는 하인이 잘생긴 것을 보고 사서 자기 숙소에 자주 머물게 하였다. 이날 몇 건의 거래 대금으로 삼오십 냥을 거두어들였는데, 그 하인이 훔쳐 달아나 버렸다. 게다가 한 나그네가 나타났으니 성(城) 위 어사(御史)의 친척으로, 하인에게 백여 냥이 도난당했다 하며 그 하인이 마소주와 평소 어울려 다니던 사이로 그가 꾀어내어 숨겨 준 것이라 하였다. 어사가 두 사람을 잡아들여 매질과 협박을 가하려 하였다. 어쩔 수 없이 빗질하는 하인을 자주 불렀다는 사실은 시인하되 사주한 일은 없다고 하였다. 어사가 먼저 압박하여 추징하고 나중에 배상을 명하였다. 남은 물건을 헐값에 팔고 물건을 전당잡혀 해결하니 두 사람은 빈털터리가 되었다. 경경도 때때로 보인(保人)을 보내어 안부를 살폈다. 색은 화를 부르는 매개요, 어리석은 자는 교묘한 함정에 빠진다.

일이 끝나고 찾아가자 동문보가 말하였다. "이런 뜻밖의 재난을 당해 물건도 다 저당 잡혔으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몸값 마련하는 일은 돌아가서 다시 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경경이 오히려 그를 위로하고, 몰래 여비를 내 주었다. 예부터 급할수록 꾀가 생기는 법이다. 마소주는 목경경과 동문보가 가깝다 하여 경경이 몸값을 마련할 돈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동문보와 함께 꾀를 냈다. 동문보가 목씨 집에 있을 때를 기다렸다가 편지 하나를 가져와 동문보의 아내가 감기로 죽었다며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였다. 이 동문보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눈물을 흘리며 한바탕 통곡하였다. 이것은 아내 없는 동문보를 아내 있는 것처럼 꾸며 목경경의 마음을 붙잡아 두려는 함정이었다. 게다가 귀신에 씐 듯 말하기를, "떠나는 것은 괜찮은데, 물건을 여기에 저당 잡혀 두었다가 집에서 돈이 오면 찾아가려 하면 두어 달 묶여 시세가 지나쳐 버릴까 걱정이니 어찌합니까?" 짐짓 한참 생각하는 체하다가, "백 냥을 찾아가면 집에서 이백 냥이 되니."라고 하며 은근히 경경도 마음을 움직였다. 이에 경경이 동문보를 붙잡아 두고 그의 수심을 달래 주었다. 동문보는 오히려 죽은 아내와의 정과 아내의 좋은 점을 귀신 같이 이야기하며 탄식을 그치지 않았다. 목경경이 한 마디 던졌다. "돌아가셔서 더 좋은 분을 찾으시지요." 동문보가 말하였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장가드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전날 누님이 저를 잘 대해 주셨습니다. 누님이 풍진을 벗어나고자 하신다는 것을 듣고 감히 바로 몸값을 마련하겠다고 하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이런 상인집 사람이라 감히 누님을 첩으로 모실 수도 없습니다. 이제 아내가 죽었으니, 누님이 싫지 않으시다면 제가 돌아가 마련하여 누님의 몸값을 치르겠습니다. 시세가 지나칠까 걱정되니 한 달 안에 반드시 오겠습니다.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경경은 본래 문보에게 시집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이미 기뻐하던 차에 계실(繼室)로 맞겠다는 말까지 들으니 얼굴 가득 기쁜 빛이 돌았다. "당신이 저당 잡힌 물건을 찾는 데 백여 냥이 필요하고 저를 빼내는 데 삼백 냥이 더 필요한데, 집안에 초상이 난 마당에 어찌 마련하실 수 있겠어요? 저에게 현금이 백팔십여 냥 있으니, 당신이 물건을 가져가면 이백 냥이 됩니다. 집에서 백 냥을 마련하면 저를 빼낼 수 있습니다. 다만 당신은 배신하지 마시고 반드시 오셔서 저를 빼내 주십시오." 동문보가 말하였다. "누님은 이 돈을 남겨 두세요. 제가 직접 집에 가서 밭을 팔아 와서 누님을 빼내겠습니다. 이 돈은 그냥 두세요." 경경이 말하였다. "밭 파는 것은 더디니 그냥 가져가세요." 밤이 깊어 침대 밑을 파서 두 개의 작은 술병을 꺼냈다. 통짜도 있고 낱돈도 있어 과연 백팔십여 냥이었다. 그에게 가져가 저당을 찾고 바로 출발하라 하였다. 또 금과 진주를 주었으니 값으로 사오십 냥은 될 것이었다. 잠시 방법을 강구하여 가지고 나가 이것들로 바꾸어 보태라 하였다. 경경은 천 번만 번 부탁하고 동문보는 천 번만 번 맹세하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오겠습니다."

신신당부하고 또 당부하며

끝없이 목소리 아끼지 않았네.

위로는 넓고 맑은 하늘 있고

가슴속엔 속이기 어려운 정이 있어라.

첩의 마음 돌처럼 움직이지 않으리니

그대여, 이 맹세를 식히지 마소서.

난간에 기대 외로운 배를 전송하며

손꼽아 돌아올 날을 헤아리노라.

꽃 피는 봄날에는 오리라 약속하며

함께 손잡고 그대와 함께 가리라 하였네.

이로부터 과연 목경경은 오로지 동문보만 바라보았다. 빚 받으러 오는 늙은이며 거칠고 속된 무리들에게는 마음으로 응하지 않았다. 돈 많은 재주꾼이 오면 그래도 솔직하게 몇 번 두드려 돈을 뜯고, 오직 동문보를 위한 살림이라 생각하며 머물게 하였다. 참으로 취한 듯 어리석은 듯, 자나 깨나 그리워하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간 동문보는 어떠하였을까. 담근교가 말하였다. "이 사단은 둘이 저지른 것이지 내가 말해서 뒤에 균분한 게 아니다." 물건을 팔아보니, 목경경이 준 백팔십 냥과 금주 합산 이백여 냥이었다. 그런데 이것저것 거두고 나니 채 백팔십여 냥도 되지 않았다. 원래 집에서 보태기로 했지만 외삼촌에게 얹혀사는 처지에 무슨 보탤 것이 있겠는가. 다시 물건을 사서 남경에 가려 해도 원금이 모자라 얼굴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차라리 배신자가 되어 사오십 냥으로 처를 구하고 백여 냥을 밑천으로 삼아 날이나 보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목경경의 돈이 어떤 돈인가. 그녀가 그 돈을 준 마음이 어떠하였는가! 그녀와 상의해야 마땅한데 자신만 챙기면 되겠는가.

마음과 금을 의탁하여

서로 저버리지 않겠다 기약하였건만,

어찌하랴, 소식이 끊기고

공연히 떠도는 쑥처럼 기다리노라.

목경경은 한두 달 안에 양가(良家)로 나선다는 믿음을 가지고 손님을 맞는 일도 게을리하여, 오히려 이 때문에 몇 차례 말썽이 일었다. 그래도 날이 가고 달이 가는데 어찌 동문보가 오겠는가. 보인을 보내어 수소문해도 소식이 없었다. 점을 보고 무당을 찾아도 좋다 나쁘다 무슨 징험이 없었다. 속으로 홀로 눈물을 흘리고 고요한 밤에 길게 탄식하며 베개를 두들기고 이 배신자를 욕하였다. 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때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 돈이 얼마나 많은 체면을 바치고 얼마나 많은 마음을 써서 속여 낸 것인가. 어찌 이 박정한 자에게 이리 쉬이 주었는가. 그는 이 돈으로 다른 여자를 얻거나 다른 곳에서 풍류를 즐기고, 나는 공연히 그를 위해 일한 꼴이 되었구나." 세상에 재물은 생명과 이어진다 하였다. 재물은 속아 넘어가고, 몸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으니 얼마나 원통하고 부끄럽고 분한가! 게다가 홀로 괴로움을 알아도 고할 곳이 없으니 차츰 울울증이 생겨났다.

황금은 빈 상자 바닥에 있고,

박정한 자는 다시 오지 않는다.

맑은 눈물은 꽃 사이의 술잔이요,

말없이 홀로 슬픔에 잠기노라.

기녀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전적으로 용모와 성품 덕분이다. 한번 병이 들면 얼굴이 야위어지고, 한번 병이 들면 성품이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한 번 수소문해도 소식이 없고, 다시 알아보니 그가 원래 가난뱅이로 외삼촌에게 기대어 살았는데, 요즘 어찌 된 영문인지 돈이 생겨 처를 얻고 소항(蘇杭) 사이를 오가며 진택(震澤)의 물건을 팔고 꽤 흥성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문보가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자 경경은 처음에는 자신이 이렇게 잘 대해 주고 의탁하였으니 반드시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혹 집에서 한꺼번에 마련하지 못하거나 길에서 무슨 일이 생겨 늦어지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처를 얻었다 하고 살림이 넉넉하다 하니 이제 분명히 배신한 것이었다. 부처도 화가 날 것인데 어찌 초조하지 않겠는가. 응대에 마음이 없어지고 거동이 어긋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속을 모르고 그저 오만하여 손님을 홀대한다고만 하였다. 일 년도 안 되어 손님이 줄어들고 집안의 여동생도 예의를 갖추어 찾아오지 않았으며 포모도 돌봄을 멈추었다. 병이 들어 기운이 없어져 반 년도 안 되어 세상을 떠났다.

봄꽃은 오래 피지 못하거늘

하물며 바람과 비에 꺾임이랴.

아침에는 가지 위에서 곱더니

저녁이면 뿌리 아래 흙이 되었구나.

병이 들어 죽을 때에도 정신이 맑았다. 직접 돈을 꺼내 수의와 관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통증을 알아주고 살을 아껴줄 이, 그녀를 위해 처리해 줄 이가 어디 있었겠는가.

버들나무는 강가에 하늘하늘 서 있어

사람 손에 마음대로 꺾이고,

누가 이를 심은 사람이라 하는가,

늙어서는 물도랑 속에서 썩는구나.

이 목경경은 정령(精靈)이 사라지지 않아, 늘 모습을 나타내었다. 목씨 집에서 귀신이 나오는 방이라 꺼려 이사를 갔고, 이후 여러 번 임차인이 바뀌었다. 한 사람이 세를 얻어 객점으로 만들어 상인들을 맞았다. 한 나그네가 복소천(卜少泉)이었는데 그 안에 투숙하였다. 저녁이 되자 창문 밖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며 누군가 걷는 듯하고, 또 가느다랗게 탄식하며 원망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달빛이 희미하자 복소천이 살며시 창호지를 적셔 손가락 끝으로 작은 구멍을 뚫고 내다보니 한 여인이 있었다.

살구빛 저고리 지어 입은,

한 가지처럼 하늘하늘 가는 허리.

귀밑머리 까마귀처럼 검어 푸른 빛 흐르고,

비스듬히 금비녀가 붉게 비치네.

옥은 어두운데 산호가 보이고,

손가락으로 앵두 같은 입술을 밀어붙이네.

정 맥맥히 흘러,

가볍게 한숨 내쉬며 조용히 내뿜으니,

은밀히 사람의 넋을 빼앗는구나.

— 우조 「점강순(點絳唇)」

복소천은 안쪽 댁의 부인이 나와 달구경하며 한가롭게 거니는 것이라 생각하여 감히 놀라게 하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몹시 아름다운데 어딘가 시름에 잠긴 기색이 있었다. 이윽고 스르르 사라졌는데, 복소천은 그 때문에 뒤척이며 밤새 잠을 자지 못하였다. 다음 날도 여전히 보였고 여전히 이렇게 배회하며 탄식하였다. 혹 누군가와 약속이 있어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일까? 한참을 기다려도 오가는 사람이 없다가 여인은 혼자 사라졌다. 복소천은 생각하였다. "이 여인이 봄을 슬퍼하는 기색이 있으니 내일 한번 말을 걸어 보리라." 셋째 날, 소리를 들으며 기다렸다가 나오면 달래볼 참이었다. 한참 생각하고 있는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이 여인이 곧장 방으로 들어왔다. 복소천은 진주를 주운 듯 기뻐 얼른 문을 걸어 잠그고 껴안으려 하였다. 여인이 말하였다. "특별히 당신과 함께하려 왔으니 서두르지 마세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원앙이 날아와 둘이 되고,

연꽃 꼭지는 저절로 쌍을 이루었네.

봄바람이 비단 장막을 흔드니,

기쁨은 시골 개가 소리를 낼 새도 없을 정도구나.

복소천은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먼저 여인의 겉옷을 벗기고 자신도 바로 옷을 벗어 한 침대를 굴러다니며 하는 일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안쪽 댁 부인이십니까?" "저는 주인의 첩으로, 주인에게 자식이 없어 특별히 씨를 빌리러 왔습니다. 저는 날마다 황혼에 오고 오경에 갑니다. 와서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 다만 남에게 절대 말하지 마세요." 복소천은 마음속 깊이 새겨 침 한 방울도 밖으로 새지 않았다. 매일 밤마다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며 목을 빼고 기웃거렸다.

가느다란 달이 은하수에 일렁이고,

가벼운 바람이 비단 옷을 움직이네.

견우는 강가에서 기다리나니,

노양(魯陽)의 창을 빌려 해를 머물게 하고 싶구나.

이처럼 한 달 남짓이 지나 복소천의 일이 이미 끝났는데 일부러 며칠을 더 미루었다. 이 밤에 여인이 와서 말하였다. "손님, 당신의 일이 이미 끝났는데 떠나지 않으면 남이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복소천이 말하였다. "실로 떠나야 하나 미인을 두고 가기 어렵습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저도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복소천이 놀라며 말하였다. "그것은 곤란합니다. 집에 본처가 있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길에서 함께 가다 어떤 소문이라도 나면 그 죄가 작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분, 씨를 빌리러 왔다 하셨으니 씨는 이미 뿌렸습니다. 설령 아직 아니라도 다음을 기다리면 됩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다음이라 하셨는데, 저는 사람에게 너무 많이 속았으니 어찌 또 당신 말을 믿겠습니까. 놀라지 마세요,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이 생의 한을 씻으려 하니,

지난날의 슬픔이 다시 떠오르네.

눈썹이 파르르 반쯤 찌푸려지고,

붉은 눈꺼풀 사이 눈물이 두 줄기 흘러내리네.

"손님은 가흥(嘉興) 분이십니까?" 복소천이 말하였다. "가흥입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북문의 비단 아행에 동문보라는 사람이 있습니까?" 복소천이 말하였다. "있습니다. 제 집과 반 리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정말 잘됐군요." 복소천이 말하였다. "미인, 전에 그와 교분이 있으셨습니까?" 여인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여기까지 말하더니 버들 같은 눈썹이 치솟고 별 같은 눈이 성이 나서 번뜩였다. "저는 주인의 첩이 아니라 실로 풍진의 여인으로, 성은 목이요 이름은 경경입니다. 원래 양가에서 몸을 잃어 몸값을 마련해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였습니다. 이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성(省) 사람임을 생각하고 또 그가 젊음을 보고 마음을 다해 교류하며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배신자가 저의 돈과 재물 이백여 냥을 속여 가지고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제 저축은 없어지고 몸은 여전히 기녀로 있으면서 억울함과 울분으로 끝내 이 방에서 병들어 죽었습니다." 이 말에 이르자 복소천은 놀라 얼굴빛이 흙빛이 되어 도망갈 곳도 없었다. 여인이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을 해치지 않습니다. 그는 제 돈으로 처를 얻고 아행을 열었습니다. 이 원한을 갚지 않을 수 없으니, 지금 당신과 함께 가서 그를 찾아 원수를 갚으려 합니다. 그 대신 후하게 사례하겠습니다." 복소천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여인이 말하였다. "저는 결코 당신을 해치지 않습니다. 내일 나무 위패 하나를 사서 '목경경지령(穆瓊瓊之靈)'이라 써서 옷 상자 안에 넣어 두세요. 배를 따로 한 척 구해 밤이 되면 제 이름을 부르세요, 제가 나와서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이 방 밖 땅 속에 제가 묻어 둔 은 오십 냥이 있습니다. 이 배신자가 오면 몸값에 보태려고 한 것인데, 오늘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복소천과 함께 가서 파보니 과연 오십 냥 은자가 나왔다. 복소천은 기쁨으로 가득 찼고 귀신도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땅속에 묻힌 것을 꺼내어

길 떠나는 이에게 노자로 삼네.

꼬리를 붙여 준마를 빌리고

훨훨 서쪽 절강으로 날아가리라.

복소천은 은자를 거두고 두 사람은 밤새 종알종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 과연 나무 위패 하나를 사서 글을 써서, 수서문(水西門)에서 작은 쪽배를 구하였다. 저녁에 용강관(龍江關)에 이르러 조용히 이름을 불렀더니 과연 응함이 있었다. 다만 선원이 알까 봐 감히 말을 하지 않았다. 계속 가다가 가흥에 가까워지던 밤, 목경경이 조용히 복소천에게 말하였다. "함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이별이군요." 복소천이 얼른 더듬어 보니 이미 곁에 아무도 없었다.

다정히 나누던 이야기 아직도 절절한데

베갯머리에 미인은 없고,

남은 것은 향기 어린 화장 흔적만이니

얼굴에 분 자국이 아직 새롭구나.

집에 돌아와 아내와 만났다. 아내가 행장을 챙기다가 위패를 하나 발견하였다. 물으니 그가 말하였다. "이것은 한 선녀의 위패인데, 남경에서 꿈에 나타나 오십 냥 은자를 파도록 알려 주었습니다. '그대가 지성으로 공양하면 내가 장사가 번창하게 해 주겠노라.' 하였으니 향초를 피워 옆 작은 방에 모시게 하십시오." 아내가 과연 바쁘게 공양하였다. 채 정리도 끝나기 전에 문 밖으로 걸어나왔더니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문보가 귀신을 보고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마소주도 놀라 병이 들어 쓰러져 실려 갔습니다." 복소천이 급히 가서 보았다.

때에 동문보는 마소주와 짜고 목경경의 돈을 속여 가지고, 마소주와 함께 관청 송사에 쓴 비용을 제하고 나머지를 모두 자신이 차지하여 장사하며 처를 얻었다. 그 뒤 외삼촌의 아들이 뒤를 잇지 못하자 동문보가 아행을 이어받아 북문에 영업을 시작하여 장사가 꽤 잘되었다. 이날 마소주, 몇몇 물건 사러 온 손님들과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연한 붉은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카운터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고 오직 동문보와 마소주만이 보였다. 가무(歌舞)하는 여인인가 하고 보았는데 바로 눈앞에 이르러 자세히 보니 목경경이었다. 놀랐다. 경경이 그를 붙잡으며 말하였다. "배신자! 오늘에야 겨우 너를 찾았구나." 동문보도 말하였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누님 용서해 주십시오!" 일곱 구멍에서 이미 선혈이 함께 흘러내려 땅에 쓰러져 죽었다.

여러 해 쌓인 원한,

오늘에야 비로소 풀렸다.

마주쳐 차마 용서하겠는가,

이 박정한 사람을 살려 주겠는가?

마소주는 경경을 보고 그 생사를 몰랐다. 예전에 그 집에서 술 마시며 어울렸던 기억에 친숙함을 믿고 화해를 권하러 왔다. 이미 경경은 보이지 않고 동문보가 죽어 있을 뿐이어서 거듭 "원업(冤業)이로다, 원업이로다!" 외치다가 놀라 혼자 쓰러졌다. 사람들이 깨우자 말하였다. "동문보는 전에 저와 함께 남경에 있을 때 목경경이라는 기녀를 알았습니다. 이 경경이 그의 젊음을 사랑하여 오히려 자신의 돈을 내어 그를 머물게 하고 그와 결혼하려 하였습니다. 은자와 수식(首飾)이 이백여 냥이 넘었는데 그에게 몸값을 마련해 오라고 주었습니다. 그런데 문보가 집에 돌아와 마련하지 못해 그냥 오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서 그 은자로 살림을 꾸몄습니다. 아마 이 기녀가 돈도 없어지고 몸도 빼내지 못해 억울하게 죽은 것 같습니다. 방금 한 여인이 오는 것을 보았는데 경경 같았습니다. 그녀가 문보를 붙잡아 제가 말리러 갔더니 경경은 보이지 않고 문보가 죽어 있었습니다. 이는 분명 귀신이 와서 원수를 갚은 것이고, 저는 그 때문에 놀라 쓰러졌습니다. 생각하건대 저도 대낮에 귀신을 보았으니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듣고 모두 탄식하며 동문보의 배신을 욕하였다. 마소주는 혼자 돌아가고 동씨 집에서는 직접 시신을 거두어 염하였다.

쌓인 원한은 반드시 터지나니,

마주치고도 아직 갚음이 늦은 것이라 하리.

배신한 자가 어찌

부끄러움 없이 사나이 행세를 면하겠는가?

복소천은 듣고 또 온몸이 털이 곤두섰다. 집에 돌아가 다시 신위에 대고 이름을 불렀다. 천 번 만 번 불러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이는 원한을 이미 갚고 떠난 것이었다. 복소천은 그녀의 은정에 감사하고 그녀의 선물을 받았으며, 또한 그 손버릇이 무서워 끝내 신으로 모셔 공양하며 감히 게을리하지 않았다. 뒤에 또 그 돈으로 장사하여 차츰 풍족해졌다. 다만 동문보는 경경의 돈을 가지고 고향에서 살림을 꾸리고 처를 껴안으며 자식을 품어 그녀의 억울한 원한을 돌아보지 않았다가, 한 혼이 꺼지지 않아 사람을 따라 찾아오니 그 재물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이 뜻밖의 물건을 얻어

경영하며 스스로 넉넉하여졌건만,

저 청루 위를 생각하면

눈썹 사이 시름 펼 수 없었으리.

생각건대, 사람이 서로를 감동시키는 것은 정(情)이요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은 신(信)이다. 그녀가 스스로 타락함을 부끄러워하며 풍진을 벗어나고자 한 것도 어진 여자의 마음이었다. 게다가 온 마음을 내게 바쳤으니 그 정이 어떠하였겠는가! 내가 만약 그녀의 천한 신분을 꺼리지 않고 실로 그녀와 혼인하고 싶고, 또 그럴 힘이 되었다면 그녀를 위해 힘을 써야 하였다. 마음속으로 원하지 않고 힘도 안 된다면, 사실대로 알려주고 헛된 희망을 주지 말아야 하였다. 그녀가 돈을 맡길 때 할 수 없다면 더욱 거절해야 하였다. 어찌 그 돈으로 자신의 위기를 면하고 다시는 그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눈이 빠지게 기다리며 애간장이 녹았을 것이니 신의가 어디에 있는가! 너는 집에서 즐거웠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시름에 겨워 결국 쓸쓸히 죽었다. 밝은 곳에서는 사람의 허물이 있고, 어두운 곳에서는 귀신의 책망이 있다. 그대가 그녀를 죽게 만들었으니 그녀가 어찌 용서하겠는가! 다만 혹 완고한 복이 아직 남아 있어 기회를 잡기 어려워, 잠시 요행히 목숨을 부지하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절서 부인의 뱀이나, 목경경의 귀신도 이치상 반드시 이르러야 하고 일의 이치상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천하의 배신자들이 어찌 득의양양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