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경아
장씨 남매는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애써, 노경을 위해 일상에서 쓰는 몇 가지 그릇을 만들었다. 그가 저세상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차를 다리는 도구, 찻사발, 장을 담을 주전자까지 모두 한 벌씩 갖추었다. 장평은 또한 우람하고 늠름하며 생기 넘치는 큰 말 한 마리를 굽기로 마음먹었다. 공자께서 병고에서 벗어난 뒤, 마음껏 말을 달리는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문득 고개를 돌리던 장평은 아녕이 아직 눈코입을 채색하지 않은 시녀 도용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땅바닥에는 물이 담긴 대야가 놓여 있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그녀는 물속의 자기 모습과 대조해 가며 한 획 한 획 정성스레 그려넣고 있었다. 이때 장평의 눈가에도 마침내 눈물이 스몄고, 그는 조용히 그녀를 따라 아직 채색하지 않은 하인 도용을 하나 가져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세심히 그려넣기 시작했다. 아녕의 시녀 도용과 함께, 저세상에서도 계속 공자님 곁을 지키게 하려는 뜻에서였다……
장녕이 자신의 모습을 다 그려넣자, 장평은 그녀가 예전부터 이상하다고 여겼던 그 작은 인형을 다시 꺼내는 것을 보았다. 이 인형은 그도 분명 낯이 익었다. 당초 작은 말과 함께 구웠던 공자의 인형과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손이 바빠 더 캐묻지 않았는데, 이제야 비로소 아녕이 그 노경의 인형을 하나 더 복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평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너 어째서 또 공자님을 하나 빚었느냐?"
장녕은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담담히 말했다. "이건 제 것이에요."
***
노경의 장례를 마침내 다 치르고 나서, 어머니는 근심에 사무쳐 병을 얻어 며칠간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겨우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되었어도, 그녀는 처음에는 감히 노경의 침실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힘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노경의 서재로 들어갔다.
그녀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명이 없이는 하인들도 감히 노경이 생전에 지내던 곳을 함부로 정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아의 거문고는 여전히 서안 뒤쪽 비스듬한 자리에 놓여 있었고, 벽에 걸린 왕마힐의 시 몇 편은 모두 경아 자신의 필적이었다. 어머니는 서안 앞에 앉아, 한눈에 그 기름 얼룩이 살짝 남은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는 왕마힐의 〈산거추명〉이 걸려 있었다.
어머니는 한참 동안 그 그림을 응시하다가, 비로소 시선을 거두었다.
이때 아모가 비단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마님이 홀로 걸어 다니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는 공자의 침실과 서재를 두루 찾아다니다 마침내 이곳에서 마님을 뵙게 된 것이었다.
"마님께 아룁니다." 아모는 공손히 비단 상자를 받들며 말했다. "공자님의 분부이십니다. 만약 훗날 공자님이 안 계신 날이 오면, 아모가 이 인형을 마님께 전해드려, 그것이 공자님을 대신하여 늘 마님 곁에 있게 하라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순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상자를 받아 열어보았다. 안에는 바로 달빛처럼 흰 포삼을 걸친 노칠랑, 그 사람이 있었다. 눈매와 이목구비가 맑고 준수하여, 그야말로 경아의 표정과 모습 그대로였다.
어머니는 인형을 꺼내 들고, 참지 못하고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녀는 인형을 꼭 품에 안았다가, 문득 서안 위에 남아 있는 미완의 그림을 눈에 담았다. 윤곽은 이미 완성되었으나 아직 색이 칠해지지 않은 그림이었다. 그림 속 인물은 아마도 그날 저택에 들어와 경아의 마지막 모습을 본 그 가마터 처녀 장녕일 것이었다. 그녀의 두 손은 온통 진흙투성이였고,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바로 경아의 인형이었다.
"이 가마터 처녀가 공자님을 위해 이 인형을 빚어드린 것입니까?" 어머니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공자님 손에 있던 그 작은 말도 그러합니다. 공자님께서 아버님과 형님들처럼 마음껏 말을 달리고 활을 쏘실 수 있음을 부러워하셨기에, 그 낭자가 공자님을 위해 작은 말을 빚어, 늘 공자님 곁을 지키게 하려 하셨습니다."
아모는 목이 메어, 숨을 고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공자님께서는 온 마음으로 이 그림을 완성하고자 하셨으나, 병세가 갈수록 나빠져, 번번이 억지로 붓을 드셔도 몇 획 그리지 못하고 심병이 또 발작하곤 하여…… 끝내 다 그리지 못하셨습니다……"
이를 다 들은 어머니는 다시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 손으로는 경아의 인형을 꼭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 미완의 그림을 가만히 어루만지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그 그림을 바라보았다. 가마터에서의 즐거웠지만 살짝 얼룩진 그 그림을. 그녀는 마침내 깨달았다. 자신의 경아가 마지막 그 시절, 참으로 행복했었다는 것을. 이를 생각하니, 슬픔 속에서도 마침내 한 줄기 위안이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