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큰 병
아니나 다를까, 노경이 문득 흥이 일어 흙을 갖고 논 대가는 감기에 걸리는 것이었다. 장평의 마대 자루 같은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어려서부터 병약한 몸이라 남들보다 감기에 걸리기 쉬웠고, 한번 걸리면 그 병세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사나웠다.
병상에 누운 노경은 사흘 내내 고열에 시달렸다. 약동 아모(阿莫)는 다리가 빠지도록 뛰어다니며 약을 항아리째 달여댔고, 그 손은 내내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 왕씨는 그보다 더하여 옷도 풀지 않은 채 꼬박 사흘을 노경의 침상 곁에서 지켰다. 그녀는 쉴 새 없이 두 손을 모아 부처님과 보살님께 기도하며, 노경이 위기를 넘기고 무사하기를 빌었다. 떨리는 것은 손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내의 몸이 견디지 못할까 염려하여 조회를 마치고 나면 곧바로 와서 교대해주었다. 어머니는 그래도 자리를 뜨지 않고, 그저 곁의 안락의자에서 잠시 눈을 붙일 뿐이었다. 노경의 열이 완전히 내리고 정신을 차려 목숨에는 지장이 없음이 확실해지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시녀의 부축을 받아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
열이 내린 노경은 낯빛이 창백한 채로 기침을 그치지 않아, 마치 폐까지 다 뱉어낼 듯했다. 몸이 허약하고 힘이 없어 침상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빴기에, 하인들은 나무통을 가져다 노경이 굳이 뒷간까지 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인의 부축을 받아 침상에서 내려와 그 통을 이용해 볼일을 볼 수 있게 했다.
이 병으로 노경은 노부(盧府)에 틀어박혀 몸조리를 하게 되었는데, 그 기간이 거의 한 달에 이르렀다. 장씨 남매는 노경이 그토록 큰 병을 앓았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범양 노씨가 어떤 가문인데, 저잣거리의 평민이 함부로 캐물을 수 있으랴? 그저 요즘 들어 가마터가 한결 조용해지고, 방도 넓어진 듯하며, 장안의 맛있는 먹거리도 많이 줄어든 것을 느끼며, 한동안 어딘가 낯설고 익숙지 않은 기분이 들 뿐이었다.
노경이 없어지자 장녕은 날마다 부엌에 나가 밥을 지어야 했고, 먹고 나면 뒷정리까지 도맡아야 했으니, 그녀가 훔치듯 누리던 반나절의 여유도 다시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부엌을 바쁘게 오가는 순간마다 그녀는 노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앞에서 늘 거치적거리던 그였건만, 막상 없어지고 나니 손발은 편해졌어도 마음속엔 웬일인지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했다.
장평 또한 월주 청자에 장을 따라 마실 수 없게 되어, 다시 거친 질그릇 사발을 쓸 수밖에 없었다. 마시는 장은 분명 예전과 똑같은 것인데도, 어쩐지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과연 월주 청자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효능이 있어, 차와 장의 맛을 모두 한층 끌어올려 주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그토록 값이 높고 구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했다.
한편 노부에서 거의 한 달을 조리하던 노경은, 마침내 숨이 좀 편안해졌다 느끼던 참에 바깥 날씨마저 좋아, 마음속에 맨 먼저 떠오른 생각이 바로 가마터에 가는 것이었다. 그는 몇 번이나 소리쳤다. "수레를 준비하라." 그제야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공자, 외출하시렵니까? 어디로 가시려고요?"
"가마터로."
그런데 "가마터"라는 두 글자가 입 밖에 나오자마자, 노경은 하인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 하나둘씩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어찌 된 일이냐? 어서 말을 해보아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노경이 그들을 다그쳤다.
이때 아모가 다가왔다. 방금 공자께 약을 다 올리고, 약사발을 들고 씻으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뜻밖에 사람들에게 붙들려 앞으로 떠밀리고 만 것이다.
"네가 말씀드려라……" 겨우 열 살인 아모를 "만만하게 여기기" 쉬운 데다, 입도 가볍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성격이니, 야단맞을 것이 뻔한 이런 순간에 그가 아니면 누구를 내세우겠는가.
아모는 사람들 앞으로 떠밀려 나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으나, 저희 공자의 성품이 평소 온화했기에 그리 무서울 것도 없다고 여겼다. 어차피 가장 무서운 것은 공자께서 다시 깨어나지 못하는 일이었고, 그 외의 일들은 도무지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말했다. "마님께서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공자를 가마터로 모시고 가는 자는 누구든 다리를 부러뜨려 집에서 내쫓겠다고 하셨습니다."
노경은 그 말을 듣자, 안 그래도 핏기 없던 얼굴이 순식간에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이 하인들이 어머니의 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과 실랑이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헛된 일임을 깨닫고, 직접 어머니께 사정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어머니의 처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 뒤로는 자연스레 왁자지껄한 무리가 줄줄이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