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회랑 — 중화 문화 이야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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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구경꾼

이튿날 아침 일찍, 왕얼랑은 도구와 안료와 나무통을 등에 지고 다시 발판에 올랐다. 멀리서부터 그는 또다시 선명한 다홍빛 그림자를 알아보았다 — 소낭자가 다시 발판 가장자리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 걸음을 재촉해 발판 꼭대기로 올라갔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물었다. "왜 또 왔소?"

소낭자는 그 말을 듣고 의아한 기색이면서도 자못 진지하게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당신이 비천 그리는 걸 보러 왔지요!"

왕얼랑은 짐을 내려놓고 정리하면서 물었다. "내 그림이 닮지 않았다면서요? 그런데 또 왔소? 다른 화사들이 그린 비천은 왜 보러 가지 않소?"

"볼품없어요." 소낭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때 왕얼랑의 머릿속은 까닭 모르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소낭자는 대체 누구의 그림이 볼품없다는 것일까? 다른 화사들일까, 아니면 그일까? 그의 그림이 좋다고 여겼다면 "닮지 않았다"는 평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고, 게다가 일부러 동굴 입구까지 가서 바람에 나부끼는 피백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의 그림이 형편없다고 여긴다면, 어째서 굳이 그가 비천 그리는 것만 보러 온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머릿속은 더욱 어지러워졌지만, 다시 묻기도 민망하여 그는 그저 자신이 배움이 부족해 소낭자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탓이라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저 "닮지 않았다"는 말조차도, 그녀가 말하는 "닮음"이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지 제대로 확신할 수 없었으니, 다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인 뒤, 왕얼랑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붓과 먹, 벼루와 물을 꺼내어, 이미 마른 흰 회벽 위에 비천의 표대를 새로 그릴 준비를 했다.

그는 먹을 갈면서 벽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마침내 붓에 먹을 묻혀 비천의 몸 옆에서부터 표대의 옅은 윤곽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표대가 마치 허공을 노니는 듯,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도록 할 작정이었다.

오늘 그의 붓질은 평소보다 하나같이 느렸고, 절반쯤 그리다가는 다시 멈추기를 반복했다. 어제 동굴 입구에서 바람을 맞으며 일었던 피백이 자꾸만 눈앞에 떠올라, 그는 어제 본 것을 조금씩 붓끝에 옮기려 애썼다. 붓을 들어 옅은 먹선 하나를 그었다가, 몇 촌 채 그리지도 못하고 다시 살며시 지워버렸다. 다시 붓을 대니 아까보다는 조금 더 펼쳐졌다. 뒤로 물러나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다가가 한 획을 더했다. 이렇게 몇 번을 되풀이한 끝에야 마침내 윤곽을 확정할 수 있었다.

윤곽은 확정했지만, 이리저리 살펴봐도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참을 생각해도 이렇다 할 까닭을 찾아내지 못했다. 어제 그 피백은 여전히 그의 눈앞에서 나부끼며 흔들리는 듯했고, 그는 그 자연스러운 율동을 잡으려 최선을 다했건만, 벽화 위에 새로 그린 표대는 저마다 제멋대로 노는 듯 비천과는 어딘가 어긋나 보였다.

왕얼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진짜 원인을 찾기도 전에 함부로 채색을 시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는 우선 요의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아침에 죽을 좀 많이 먹었더니 오늘은 오줌이 평소보다 일찍 마려운 듯했다. 하지만 어제의 그 소변 소동을 떠올리니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소낭자를 흘깃 보며 낮은 목소리로 청했다. "얼른 눈 좀 가려주시오……"

"오!" 소낭자는 어제 확실히 배운 바가 있었는지, 오늘은 한마디에 바로 알아들었다. 그녀는 서둘러 진지하고 힘 있게 두 눈을 가리고는, 잊지 않고 당부했다. "빨리하세요."

그 재촉이 마치 저승사자의 부름처럼 들려, 왕얼랑은 순간 어제의 낭패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하지만 오늘은 분명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서, 모든 동작이 훨씬 매끄럽고 순조로웠다. 소낭자가 다시 불평을 늘어놓기도 전에 그는 모든 절차를 마쳤다. 더는 망신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는 남몰래 안도했고, 앞으로는 갈수록 나아지리라 여기며, 곁에서 눈을 가린 채 자신의 소변보는 전 과정을 함께하는 소낭자를 점점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온몸이 개운해졌다고 느끼기 무섭게, 왕얼랑은 다시 자신의 벽화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소낭자는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자마자 그의 답답한 표정을 보았고, 마치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벌떡 일어나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이해가 안 돼요? 제가 춤을 춰서 보여드릴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얼랑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그 자리, 발판의 높은 단 위에서 사뿐사뿐 춤을 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