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월(邀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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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장주를 뵌 듯

곽혜련은 결국 먼저 장안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가족의 무덤에도 더 자주 찾아가 성묘하고 돌보아야 했다. 산장을 떠난 지 삼 년, 해마다 기일에만 돌아가 제사를 지냈으니, 솔직히 그녀 스스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비록 삼 년 전 미지의 요월산장으로 향하던 그때처럼 마음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악형은 곽혜련에게 쇠를 진흙 자르듯 베어내는 비수 한 자루를 선물했다. 그것으로 사람을 죽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었고, 무엇보다 작고 정교하여 몸에 숨기기 쉽고, 필요할 때는 밧줄을 끊고 쇠를 자르는 데에도 도움이 되어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쓸 수 있어서였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본래 악형 자신의 물건이었다는 점이다. 칼집 위에는 「형」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으니, 그해 그의 아버지가 손수 그에게 건네준 선물로, 수십 년을 그와 함께해온 것이었다. 강호의 사람들도 이것을 보면 삼 분의 예를 갖추어야 할 정도였다. 이는 아버지가 딸에게 베푸는 보살핌과 사랑이었으니, 딸이 곁에 있지 않더라도 아버지인 자신이 그녀를 지켜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마치 그해 그의 아버지가 그를 아껴주었던 그 마음 그대로였다.

전서는 한술 더 떠서 큰마음을 먹고 곽혜련을 위해 화려한 옷과 치마 두 큰 상자를 마련해주었으니, 대부분은 촉금으로 지은 것이라 광채가 곱고 섬세하며 눈부시게 빛났다. 그 외에도 머리 장신구와 패물 한 상자를 마련했는데, 보요, 비녀, 빗, 귀걸이, 팔찌 등등 없는 것이 없었고, 그 재질과 양식 또한 모두 당대 최고의 것들이었다. 곽혜련은 요월산장에서는 본디 이런 화려한 옷차림을 그리 즐기지 않았고, 한천이나 월명과 마찬가지로 소박하고 간소한 옷차림을 하거나 아예 남장을 하고 다니는 편이었기에, 전서가 자신을 위해 이런 것들을 마련해주는 것을 보고 마음이 몹시 미안해졌다. 그녀는 이것이 너무나 사치스러워 도무지 쓸 곳이 없다고 여겼다. 전서는 그녀에게 장안은 요월산장과는 다르니, 관가의 여인들은 화려하고 값비싼 차림을 좋아하여 서로 앞다투어 아름다움을 겨루는데, 자연히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해서는 안 되며, 요월산장이야말로 그녀의 가장 든든한 밑천이라고 일러주었다. 그 머리 장신구와 패물들은 자신이 쓰는 것 외에도, 남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장안에 처음 돌아가는 것이니 인정상 왕래해야 할 일들도 그녀 스스로 새롭게 챙겨야 할 터였다. 이 모든 것들은 요월산장에서처럼 마음 쓸 필요가 없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의 외삼촌은 비록 이미 나이가 제법 있었지만, 그래도 몸소 사람들을 이끌고 요월산장까지 와서 곽혜련을 데려가겠다고 고집했다. 그는 위기 속에서 곽혜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게다가 너그러이 그녀를 거두어준 것에 대해 전서에게 정중히 감사를 표하고자 했다.

그녀의 외삼촌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거운 예물이라 여긴 것을 마련해왔으니, 주로 상등품 옷감 스무 필이었고, 그중 촉금이 다섯 필을 차지했다. 또한 진주와 마노가 담긴 작은 상자 하나도 있었다. 오랫동안 관직이 그리 높지 않았던 외사촌 오라버니에게 있어 이것은 이미 더없이 무거운 예물이었으니, 그녀의 외삼촌이 어찌 요월산장이 어떤 집안인지 참으로 알 수 있었겠는가?비록 장안성 교외의 산비탈 땅을 즉석에서 사들여 곽씨 집안의 묘원으로 삼는 그 씀씀이만으로도 요월산장의 재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대략 짐작할 수는 있었지만, 그는 전당의 대당 안에서 최고급 비단, 진귀한 보물, 옥기, 자기의 절반 이상이 요월산장의 손에 장악되어 있으며, 대외 판매와 국내 판매를 모두 도맡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가 장안성에서 사들인 촉금과 진주, 마노 또한 요월산장의 점포에서 구입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전서는 너그러운 사람이었기에 이를 굳이 밝히지 않고, 그저 자신은 곽 대장군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미약한 힘을 조금 보탰을 뿐이며, 게다가 요월산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곽혜련을 가족으로 여기고 있으니 굳이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만 말하고는, 감사의 예물을 고스란히 곽혜련의 외삼촌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외삼촌 일행을 요월산장에 며칠 더 머물며 쉬어 가도록 붙잡아, 겸사겸사 요월산장을 두루 둘러보게 해주었다.

곽혜련이 장안으로 떠나기 바로 전날 저녁, 전서는 화조채 하나를 가져와 손수 곽혜련의 쪽진 머리에 꽂아주었다. 비녀의 몸체는 은에 금을 입힌 것으로 꽃과 잎이 새겨져 있었고, 청백옥의 재질은 온윤했으며, 그 위의 물총새는 맑고 투명하여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했다.

「머리 장식을 어떻게 갖추든, 날마다 이 비녀만은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이 비녀를 보는 것은 장주를 보는 것과 같으니, 장안성 요월산장의 모든 암위가 언제든 당신의 안전을 지켜줄 것입니다.」전서는 이렇게 말하며, 또 자신이 손수 쓴 장안 각 점포의 명단을 꺼내 곽혜련에게 건네주고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견 아저씨나 달 아저씨에게 한마디만 하거나, 혹은 직접 점포에 가서 고르셔도 된다고 일렀다. 만약 외삼촌 댁에서 지내는 것이 익숙지 않으면 언제든지 요월산장으로 돌아와도 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마주 선 채였고, 곽혜련의 눈시울은 이미 뜨겁게 젖어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요월산장을 떠나기가 아쉬웠지만, 그녀의 여러 근심이 그녀를 장안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이것이 어스름한 달빛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두 눈이 흐려진 탓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전서의 눈을 바라보니 그의 눈 또한 어느새 촉촉이 흐려져 있었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친 뒤, 곽혜련은 마차에 올라 외삼촌 일행을 따라 장안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휘장을 걷어 올려 배웅 나온 아버지와 십랑, 그리고 산장의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더 이상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휘장을 내리고 남몰래 눈물을 떨어뜨렸다. 삼 년 전 그녀가 남몰래 눈물을 흘렸던 것은 가족을 잃은 아픔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요월산장에 대한 가득한 그리움과 아쉬움 때문이었다. 삼 년 전 그녀는 솔바람 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의 소리라 여겼지만, 지금은 그것이 이별의 슬픔으로 가득한 애가처럼 느껴졌다. 삼 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삶에는 실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이 삼 년 사이, 위박마저 주인이 바뀌었다. 그녀가 요월산장에 온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전서와 이름이 비슷한 한 친족이 미친 듯이 사촌 형인 위박절도사 전열의 일가를 몰살하고 스스로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당덕종은 그를 회유하고자 가성공주를 그에게 시집보내기까지 하여, 그를 단숨에 부마로 만들어주었다. 그 친족은 전승사, 전열과는 달리 성정이 잔인하고 방자하기는 했으나 조정에 맞서 싸울 기개는 없어, 조정이 내미는 화친의 손길에 안주하였다. 그리하여 위박은 그때부터 앞선 두 절도사 때처럼 시시때때로 조정에 맞서지 않고, 순종하며 안일한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세상일의 변화란 늘 이토록 신속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미처 손쓸 틈도 주지 않는 법이니, 겨우 삼 년 사이에 그녀로 하여금 흰 구름이 순식간에 푸른 개로 변하고 푸른 바다가 뽕밭으로 변하는 듯한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