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十二回 창 소저, 마음속 고통을 달게 여겨 절개를 지키고자 죽음을 택하니 주 총병, 뜻밖의 변고에 몰래 꽃을 바꿔치다
사(詞) 이르기를:
고락(苦樂)이 누군들 금하고 금하지 못하랴,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을.
도끼질도 불도 거치지 않으면, 황금인들 어찌 빛을 발하리.
묘용(妙用)은 기회를 타니 얕기도 하고 깊기도 하여, 몇이나 지음(知音)이 될까.
한 가지는 가위로 오리고 한 가지는 실로 엮어, 수(繡) 놓아 꽃비녀를 이루었네.
「안아미(眼兒媚)」의 곡조에 맞추어
이야기하자면, 상 총진(常總鎭)이 납폐(納幣)를 갖추어 창 소저(昌小姐)와 혼약을 맺으러 왔으니, 창전(昌全)은 거절하기 어려워 예물을 사람을 시켜 안으로 들여보내어 두씨(杜氏)와 함께 살펴보게 하였다. 두씨는 이미 분주하게 예물을 받아 확인하고 있었다. 뜻밖에도 추소(秋素)라는 아이가 입이 가벼워, 춘휘(春輝)에게 알리지도 않고 소저의 방 안으로 뛰어들어가 낱낱이 빠짐없이 소저에게 고해 바쳤다. 소저는 침상 위에서 마침 혼미한 중에 있었는데, 홀연 추소가 와서 고하는 말을 듣고는 상가(常家)의 예물을 받았음을 알고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다. 이에 말하였다.
"그만이로다, 그만이로다! 이 혼인 인연은 아마도 전생에 인연이 없었던지라, 금생에서는 이미 끝났구나. 생각지도 못하였거니, 지난날 당(唐) 집 오라버니와 이별할 때 신신당부하던 말이, 과연 그가 헤아린 바에서 벗어나지 않아 꼭 오늘에 맞아떨어지는구나. 내가 그날 원래 죽음의 맹세를 세웠으니, 오늘 어찌 구차하게 살아 약속을 저버릴 수 있으랴? 가장 한스러운 것은, 지금 그는 하늘 끝 먼 곳에 있어 그에게 알릴 수가 없으니, 내 뜻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로다!"
이에 추소를 시켜 트렁크 안에서 자신이 지은 시(詩)와 사(詞)와 곡(曲)을 꺼내어 보면서 태워버렸다. 또 붓과 벼루를 가져오게 하여, 단장시(斷腸詩) 한 수를 지어 훗날 그가 알게 되면 자신의 말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고자 하였다. 추소가 급히 붓과 벼루를 올리니, 소저가 붓을 들고서 홀연 또 생각하였다. '내가 어찌 이리 어리석은가! 살아생전에도 서로 소식 한 자 나누지 못하였거늘, 어찌 죽은 뒤를 도모한단 말인가? 차라리 빨리 죽는 것이 나을 터, 혹여 혼령이 흐리지 않다면 남쪽 하늘을 향해 날아가 오라버니를 찾아 내생의 인연이나 다시 맺으면 그만이지!' 이에 붓을 땅에 내던지고는 목 놓아 통곡하며 말하였다. "오라버니, 제 여동생 오늘 초심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말을 마치고 기(氣)가 한 차례 막혀 돌지 않으니, 이내 홀연히 숨을 거두었다. 추소가 곁에 있다가 홀연 소저의 두 눈이 굳게 감기고 사지(四肢)가 곧게 뻣뻣해지는 것을 보고는 허둥지둥 소저를 여러 차례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다시 침상 가로 다가가 소저의 몸을 더듬어보니 이미 차츰 차갑게 식어 있었다. 추소는 당황하여 크게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모두 밖에서 상가(常家)에서 보내온 납폐를 정리하고 있었으며, 오직 추소 아이 하나만이 방 안에 있었다. 지금 홀연 소저가 죽은 것을 보고는 일시에 두려움이 엄습하여, 목숨도 돌아보지 않고 방 밖으로 달려 나가 울부짖으며 외쳤다. "마님, 큰일 났습니다! 소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두씨는 마침 일을 정리하느라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중이었는데, 홀연 이 소리를 듣고는 혼백이 달아날 듯 놀라, 급히 예물을 팽개치고 방 안으로 달려들어왔다. 소저가 침상 위에 죽어 있는 것을 보고는 하늘을 치고 땅을 구르며 자식을 통곡하였다. 춘휘와 추소 그리고 여러 부녀들이 모두 달려와 한데 모여 통곡하였다. 두씨는 급히 사람을 보내어 나리께 알렸다. 창전이 마침 두 사람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보고를 듣고는 두 사람도 돌아볼 겨를 없이 허둥지둥 방 안으로 달려들어와 시신을 어루만지며 통곡하였다. 그런데 소저의 손발은 비록 차갑게 식었으나 다행히 명치 부분은 아직 따뜻하고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서둘러 두씨에게 말하였다. "아이의 명치가 아직 따뜻하니, 울음을 멈추고 정신을 차리시오." 두씨는 울음을 거두고 다들 지키며 기다렸다.
한편 주중문(周重文)은 오추(吳趨)와 함께 한참 술을 마시며, 창전이 들어가 예물을 받고 있으리라 생각하였는데, 반나절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집안 사람들도 감히 아뢰지 못하였다. 또 한참을 더 마시다가, 홀연 한 집안 사람이 나와 허둥지둥 아뢰기를 창 소저가 이러이러하다고 하였다. 주중문과 오추가 이를 듣고는 크게 낯빛을 잃었다. 오추가 말하였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주중문도 일시에 방도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아무 말도 못하였다. 잠시 후 창전이 안에서 눈물을 머금고 나와 말하였다. "소녀가 복이 없어, 하루아침에 하늘이 그 나이를 빼앗아 가니, 상(常) 총융(總戎)의 사혼(絲蘿)의 바람을 저버리게 되었소이다." 두 사람도 매우 탄식하였다. 창전이 말하였다. "이제 보내온 예물을 오 선생(吳先生)께서 번거로우시겠지만 되가져 가시어 사제(舍弟)에게 거듭 양해를 전하여 주시기 바라오." 이에 곧 사람을 시켜 원래 예물을 되돌려 보내려 하였다.
오추가 막 짐을 챙겨 작별하려 할 때, 홀연 창가(昌家)의 한 사람이 달려 나와 말하였다. "나리 축하드립니다! 소저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세 사람이 이를 듣고 또 일제히 기쁨과 놀라움에 휩쌌다. 주중문이 말하였다. "소저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니, 소저의 병은 무탈할 것이오." 창전과 오추가 급히 물었다. "대인께서는 어찌 그것을 아시오?" 주중문이 말하였다. "예로부터 '큰 난을 죽지 않고 넘기면 반드시 뒤에 복록이 있다'고 하였소. 소저의 이 병은 오래지 않아 스스로 나을 것이오. 더욱이 오늘 상 인옹(常寅翁)은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혼사가 촉박한 이 마당에 어찌 이 불길한 말을 전하여 돌아갈 수 있겠소? 제가 보기에는 지금 이 예물을 굳이 돌려보낼 필요 없이, 우선 두고 더 보는 것이 나을 것이오. 오 선생께서 돌아가시어 이 일을 숨기시는 것이 묘책일 듯싶소." 오추도 곰곰이 생각하니 흥겨이 왔다가 흥이 깨져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아, 부득이 주중문의 말을 따르기로 하여 예물을 그대로 두었다. 이에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창 소저께서 잠시 기가 급하셨다가 이제 이미 예전과 같이 평복(平復)하셨습니다." 이에 여러 사람들은 예전처럼 기뻐하며 돌아갔다. 시(詩)에 이르기를: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또 의심도 하니, 아무리 총명한들 생각지 못할 일이로다.
모두들 잠깐 사람의 일이 교묘하다 이르건만, 하늘은 따로 다른 안배를 둠을 뉘 알겠는가.
한편 창 소저는 일시에 감통(感痛)하고 상심하여, 또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였으니, 기(氣) 한 번이 막히어 손발이 차갑게 식어 꼭 죽은 것처럼 되었던 것이다. 이제 두씨는 창전이 명치가 아직 차갑지 않고 희미하게 뛰고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감히 통곡을 계속하지 못하였다. 급히 사람을 보내어 생강탕(薑湯)을 빨리 가져오라 하였다. 잠시 후 생강탕이 오자 두씨가 들고 소저의 입 안에 살며시 부어 넣었다. 연이어 몇 모금 부어 넣으니 홀연 소저의 입에서 가는 숨이 새어 나왔다. 두씨가 보고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 "아가야, 어서 깨어나거라!" 또 두 모금을 더 붓자 소저가 기를 돌이켜 말하였다. "오라버니, 저 너무 고생스러워요." 눈을 떠 보니 어머니가 곁에 있어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아이의 운명이 기박하여, 한 번 죽기를 각오하였는데, 어찌 어머니께서 다시 살려내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두씨는 소저가 오라버니라는 두 글자를 부르는 것을 이미 들어 마음에 두고 있었던 터였다. 이에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이 늙도록 너를 얻어 지극한 보물처럼 아끼며 조금도 달리 보지 않았다. 훗날 우리의 노후를 즐겁게 해 주기를 내내 바랐느니라. 아이가 우리 두 사람을 섬기는 것이 친자식보다 더 효성스러워 피차의 차이도 없었느니라. 더욱이 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아이에게 마음속 사연이 있거든 내게 말해도 좋으니, 내가 잘 헤아려 보겠노라."
소저는 거듭 탄식하며 말하였다. "아이가 불초하여 실로 드러내어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결국 죽음뿐입니다. 쓸쓸하게 세상에 알리지 못하고 죽느니, 차라리 밝히고 죽으면 죽어도 통쾌하겠습니다." 이에 자신이 봉가(鳳家)에 있을 때부터 어려서 이미 당가(唐家) 표형(表兄)의 약혼을 받았던 것과, 나중에 각자 자라나 시구(詩句)로 재능을 겨루며 서로 아끼고 사랑했음을 말하였다. "……다만 자라면 시집가기를 바랐는데, 뜻밖에 봉가 부모님이 간사한 자를 건드려 화를 당하시고 아이는 도중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또 아버지께서 구해 주시어 돌아오게 되고, 어머니께서 친딸처럼 보살펴 주시니, 실로 불행 중 큰 다행이었습니다. 또 부모님께서 아이를 가련히 여기시어 일찍 규방의 사사로운 즐거움을 이루어 주고자 하시니, 이는 실로 더없이 큰 은혜이나, 아이의 어리석음을 알지 못하시는 것이라, 아이는 오직 절의(節義)를 지키는 것을 중히 여기고 죽음을 가볍게 여깁니다. 다만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저버리게 되어, 이생에서 보답하지 못하니, 내생에 인연의 보답으로나 갚을 수 있을까요." 말을 마치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두씨가 듣고 말하였다. "아이야 잠깐 참거라. 이미 이런 인연이 있으니, 어찌 억지로 하겠느냐? 상가(常家)에 사절하면 그만이지." 소저가 말하였다. "만약 어머니께서 아이를 위해 주관이 되어 주시어 아이로 하여금 절의를 지키게 해 주신다면, 달이 다시 차고 인연이 이루어지는 날, 그 은혜는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두터울 것입니다."
창전이 오추와 주중문과 작별하고 바로 안으로 들어와 소저가 다시 살아난 것을 보고 기쁨이 한없었다. 두씨가 또 딸의 마음속 사연을 조용히 알렸다. 창전은 오직 딸의 병이 낫기를 바라니 흔쾌히 응낙하며 말하였다. "아이만 무탈하다면, 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오." 이때 소저의 몸은 원래 영위(榮衛)가 편고(偏枯)하거나 고황(膏肓)에 병이 든 것이 아니었고, 다만 며칠 동안 음식을 끊어 울결(鬱結)된 담기(痰氣)가 막혔던 것이었다. 또 부모님이 상가의 납폐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일시에 기가 막히고 담이 흐려 죽었다가, 두씨가 뜨거운 생강탕을 거듭 부어 사(邪)한 담을 몰아내어 기를 돌이킨 것이었다. 이제 또 부모님이 상가의 납폐를 물리치겠다고 허락함을 듣고 마음이 풀리고 기가 통하였다. 두씨가 또 종일 곁에서 조리해 주니 차츰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시(詩)에 이르기를:
절의(節義)가 훼손되면 한 번 죽음을 각오하니, 높은 분들이 나를 이해하여 다시 살려 주었네.
이는 풍화인륜(風化人倫)과 관계된 일이라, 보통 아녀자의 정(情)이 아니로다.
소저는 침상에 누운 지 한 달여 만에 몸이 비로소 평복되었다. 한편 창전은 딸의 병이 낫기는 하였으나 상가(常家)의 일 때문에 마음속으로 실로 걱정이 그치지 않았다. 종일 미간을 펴지 못하였다. 하루는 두씨에게 말하였다. "상가의 이 혼담은 원래 그리 나쁘지 않았소. 뜻밖에 딸아이 마음속에 이런 사연이 있었구려. 지난번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미 예물을 돌려보내려 하였는데, 또 뜻밖에 딸이 다시 살아났소. 주중문이 또 거듭 거두어 두라 하기에 그리하였소. 훗날 딸을 시집보내려 하면 이처럼 열성적으로 거부하고, 지금 또 상가 예물을 거두었으니 어찌 거절한단 말이오? 이 일이 당분간은 미룰 수 있지만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할 일이니, 어찌 처리하면 좋겠소?" 두씨가 말하였다. "제가 요즈음 딸아이 앞에서 상(常) 자는 한 번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입이 닳도록 이미 거절하였다고 했습니다. 또 춘휘와 추소에게도 그렇게 달래도록 일러두었으니, 딸은 기뻐하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 일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면, 반드시 또 죽으려 할 것입니다."
부부 두 사람이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홀연 어느 날 상 총진이 사람을 보내어 혼수 재촉과 혼인 날짜를 알려왔다. 창전은 더욱 황급하여, 스스로 병이 있어 받아볼 형편이 못 된다고 핑계를 대고, 주중문에게 부탁하여 받아서 사자(使者)를 돌려보내게 하였다. 이때부터 창전은 주중문 앞에도 나타나지 못하였다. 주중문이 사람을 보내어 안부를 물어보니 그리 심한 병도 아니어서, 주중문은 몹시 석연찮아 직접 창전의 사저(私第)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전은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밖에 없었다. 주중문이 말하였다. "영애(令愛)의 귀한 병이 이미 완쾌되었다 하니, 과연 제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소. 다만 상 인옹의 길일이 이미 다가왔으니, 상 인옹은 비록 혼수가 많고 적음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나, 선생도 약간은 갖추시어 세간의 눈길을 가려야 하지 않겠소."
창전은 두 눈썹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만약 혼수로 눈을 가리는 것이라면 그것은 아직 쉬운 일이오. 다만 혼수에 사람까지 따라가야 한다면 그것이 괴로운 일이오." 주중문은 그 말이 불분명하여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영애의 귀한 병이 이미 완쾌되었다 하였거늘, 선생께서는 또 무슨 걱정이 있으신 것이오?" 창전이 이 말을 듣고 더욱 우울하게 말하였다. "소녀는 비록 나았으나, 아마도 저 늙은이가 또 죽게 될 것 같소." 주중문이 말하였다. "선생께서는 평소 가슴이 활달하셨거늘, 오늘 말씀이 어찌 이리 얼버무리시어 크게 다르신 것이오? 혹 숨기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벗에게 말씀하기 어렵지 않으신가요?" 이에 또 거듭 캐물었다.
창전은 일이 숨길 수 없음을 알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소제(小弟)의 괴로움은 한마디로 다 말하기 어렵소이다. 소제가 일찍이 소환을 받아, 부부와 부자가 일제히 집을 나섰소이다. 도중에 어린 자식이 아직 어린아이라 함께 행하기가 마땅치 않아, 차마 매정하게 남에게 맡겨 키우도록 하였소이다. 뜻밖에 이곳에 이르러 다행히 대인(大人)의 보살핌과 뒷받침을 입어 이 자리에까지 이를 수 있었으니, 이 은혜와 덕은 이루 다 갚을 길이 없소이다. 또 뜻밖에 지난번 대인과 함께 천웅관(天雄關)의 난을 평정하고 토벌할 때 군중(軍中)에서 어린 소녀 하나를 얻었는데, 유리(流離)하며 가련하였소이다. 소제가 차마 보지 못하여 데려다 길러 사람을 만들었으니, 노후를 즐겁게 하고자 함이었소이다. 뜻밖에 그가 총명다재하여 소제가 놀랐소이다. 다시 세세히 물어보니, 그가 바로 어사(御史) 봉의(鳳儀) 노선생(老先生)의 규수로, 줄곧 무릎 아래에서 친자식보다 더 정성스러이 모셨음을 알게 되었소이다. 소제 부부는 보물처럼 아끼어 재능 있는 사위를 구하여 그 마음을 흡족하게 하고자 하였소이다. 아쉽게도 잠시 재능 있는 이를 만나지 못하여 그냥 미루고 있었소이다. 또 뜻밖에 상 총융(常總戎)이 지난번 술자리에 만류하다가 그의 공자를 접하게 되었으니, 단정하고 안중하며 또 문학도 가히 볼 만하였소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흡족하였소이다. 또 대인께서 혼인을 중간에서 맺어 주시니, 소제 스스로 헤아림도 없이 흔쾌히 따랐소이다. 또 뜻밖에 소제가 허락하던 날이 곧 소녀가 병이 나던 날이었소이다. 소제는 그저 우연한 일로 여겨 마음에 두지 않았소이다. 또 뜻밖에 상 총융이 납폐를 보내왔을 때 소제가 아직 다 받지도 못하였는데, 소녀가 그것을 듣고는 이미 먼저 죽어버렸소이다. 제 처가 백방으로 구해 다행히 다시 살아났소이다. 재삼 세세히 병의 원인을 물으니, 소녀가 비로소 어렸을 때 봉가(鳳家)에서 당가(唐家)의 약혼을 받았음을 말하였소이다. 당씨와 봉씨는 원래 인척이라 어릴 때부터 자주 왕래하였으며, 당씨 표형과 시사(詩詞)로 唱和하고 맹세를 세워 약속을 정하였다 하였소이다. 지금 비록 유리(流離)하여 생사를 알 수 없으나, 그 정절(貞節)의 마음으로 한 사람만을 따르는 절개를 지키고자 한다 하였소이다. 그래서 상 공자에게 시집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점점 병이 들었고, 상 공자의 납폐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는 곧바로 죽음으로 그 뜻을 밝혔소이다. 소제와 제 처가 이유를 물어 알고는, 당시에는 그저 병이 낫기를 바라며 상가의 납폐는 이미 물렸다고 하였소이다. 소녀는 정말로 그런 줄 알고 이제껏 조리하여 예전과 같이 회복되었소이다. 그러나 상가의 납폐는 실제로 물리지 않았고, 이제 또 혼인 날짜를 보내왔으니, 소녀가 그 날에 이르면 자연히 죽게 될 것이오. 소제는 이미 일을 그르쳤음을 알고, 어리석은 부부가 밤낮으로 생각해 보았으나 다른 방도가 없으니, 그저 그때까지 버티다가 소녀가 죽은 뒤에 어리석은 부부도 잇달아 죽을 수밖에 없소이다." 말을 마치고 구슬프게 흐느꼈다.
주중문이 창전의 이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거듭 망설였으나 일시에 방도가 없었다. 이에 말하였다. "원래 영애가 봉 노선생의 규수였군요. 내가 듣자하니 봉 노선생은 충심이 굳고 강직하시어 간신을 탄핵하다가 귀양 가셨으나 지금도 살아 계시다 하오. 충신이시니, 영애가 충신의 딸로서 어찌 의리를 잃겠소? 자연히 가볍게 죽음을 택하려 하겠지요. 다만 상 인옹의 이 일도 중도에 그만둘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묵묵히 있었다.
뜻밖에 두씨가 주중문이 와서 서로 만난다는 것을 알고, 또 이야기가 길어 오래 앉아 있음으로 인해, 과일과 과자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또 하늘의 맑은 샘물로 좋은 차를 끓여, 춘휘와 추소 두 사람을 시켜 들고 나오게 하여 주중문과 창전 두 사람에게 드렸다.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각자 각자의 마음속 생각에 잠겼다. 주중문이 이에 말하였다. "이 혼인 관계는 그 관계하는 바가 작지 않소. 당초에 내가 찬조하여 이루었으니, 이제 자세히 생각해 보면, 억지로 밀어붙이면 소저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고, 거절하자니 선생께서 불측한 화를 입을까 두렵소. 그 날에 이르러 어긋나기 시작하면 나 역시 다소 곤란해질 것이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주중문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손에 든 차를 다 마셨다. 춘휘가 곁에서 차가 다 떨어진 것을 보고, 급히 비취 소매를 움직여 공손히 찻주전자 안의 쓴 차를 들고, 급히 연꽃 같은 발걸음을 살며시 옮겨 주중문 앞으로 와서 다시 따라 올렸다. 주중문이 홀연 고개를 들어 보니 정말 청수(淸秀)한 여인이 있었다. 하얀 얼굴에 구부러진 눈썹, 가는 허리에 작은 발, 머리카락이 어깨에 드리워졌으며 바야흐로 처녀의 나이로 크게 풍운(丰韻)이 있어 아리따워 사랑스러웠다. 주중문이 보고는 매우 좋아하였다. 이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일에 내게 방도가 생겼다! 내가 만약 해결해 주지 않아 이 재능 있는 여자, 절의 지키는 가인(佳人)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버린다면 내가 지혜롭지 못하다 하지 않겠는가? 만약 두 가지를 다 이루려면,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 이에 창전에게 말하였다. "저 여인이 꽤나 청수하게 생겼군요. 글은 조금 아는지요?"
창전이 묻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이 여아(女兒)는 올해 열여섯으로 날마다 소녀의 규방에서 붓과 벼루를 받들어 모십니다. 소녀가 자질이 있는 것을 보고 종종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가 비록 재녀(才女)라 감히 이르지 못하나, 붓과 먹에 관한 일은 그래도 제법 아는 편이요, 또 마음이 영리하고 재간이 있어 민첩함이 남보다 뛰어납니다." 주중문이 듣고 크게 기뻐하여 말하였다. "그렇다면 영애 소저의 명절(名節)도 보전할 수 있고, 노선생의 목숨도 걱정이 없겠소이다!"
창전이 이를 듣고 불현듯 기쁘고 놀라워 물었다. "대인께서 어떤 묘책이 있으시기에 두 가지를 다 이루실 수 있소이까?" 주중문이 이에 춘휘와 추소 두 사람을 물러나게 하고 창전에게 말하였다. "무릇 천하에 재능 있는 자가 반드시 덕이 있지는 않으며, 덕이 있는 자는 또 재능이 없는 것이 걱정이오. 이제 영애를 보건대, 재능과 덕을 함께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절의(節義)도 온전하니, 어찌 약속을 저버리겠소이까! 억지로 시집을 보내면 한 번 죽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니, 차마 어찌하겠소? 더욱이 내가 보기에 상 인옹의 이 거동은, 영애의 재명(才名)에 이끌려 이 혼인을 맺고자 한 것이지, 영애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아니오. 상 공자도, 비록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감히 영애를 크게 나무라지는 못할 것이오. 내가 이제 두 가지를 다 이루는 방법이 하나 있으니, 이리이리 하는 것이 좋을 듯 하오."
창전이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대인의 계책은 진실로 하늘을 옮기고 날을 바꾸는 공이 있어, 소제 같은 죽은 사람에게 다시 살 길을 열어 주시는구려! 다만 그 부부가 날이 갈수록 규방에서 재능을 겨루다 보면, 혹여 소문이 새어 나가지는 않을지 걱정스럽소이다." 주중문이 말하였다. "그것도 괜찮소. 영애 소저가 규방에서 읊은 시가 반드시 많을 것이니, 그것을 모두 전수하여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게 하시오. 내게 또 한 말씀 드릴 것이 있소. 창 선생께서 지금 늦은 나이에 이 처지에 있는 것도 오래 겪을 일이 아니오. 그 때에는 소제가 선생을 위해 소장을 올려 사정을 아뢰어 관직을 반납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드리겠소. 영애 소저와 함께 고향에 돌아가면 그 소원을 이루게 되지 않겠소?"
창전이 듣고는 참지 못하고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대인께서 이리 굽이굽이 온전하게 해 주시니, 저 창전 부녀(父女)가 다시 살아나는 터라, 인연의 보답도 이 큰 은혜의 만분의 일도 갚기에 부족하오이다!" 창전은 일시에 마음이 활짝 열려 말도 하고 웃기도 하며, 두 사람이 또 한참 앉아 있다가 주중문이 일어나 작별하고 나갔다. 창전은 기쁘고 흡족하게 두씨를 찾았는데, 뜻밖에 두씨는 소저의 방 안에 있었다. 창전이 곧바로 들어서니 얼굴 가득 웃음빛을 띠고 두씨를 향해 말하였다. "당신과 나 종일 애태우더니, 오늘 미간을 펼 때가 왔소이다!" 또 소저를 향해 웃으며 말하였다. "고운 꽃이 비를 맞고 고운 새가 새장에 갇히는 것은 예로부터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다만 나 아비의 한마디 부주의로 가볍게 사람에게 허락하여 아이가 직접 그 고통을 받게 되었으니, 아이만 고통받은 것도 아니오. 우리 늙은 두 사람까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소이다. 스스로 아이와 함께 죽으리라 단념하였는데, 뜻밖에 오늘 주중문이 갑자기 방책을 세워 우리 부부와 자녀의 목숨을 보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기쁨이 끝이 없소이다!"
소저가 한참 듣다가 놀라 물었다. "아버지의 말씀을 아이는 도무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아이를 위해 밝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창전은 이에 상가(常家)의 납폐를 받았던 것과, 이제 날짜를 보내와 혼인을 재촉하는 것에 밤낮으로 걱정하여 죽을 지경이었음을 말하였다. 그리고 오늘 주중문이 어떤 방책을 세워 이화접목(移花接木, 꽃을 옮겨 나무에 잇기)한 뒤에 곧 상소를 올려 고향에 돌아가게 해 주겠다고 하였음을 낱낱이 알렸다. 두씨와 소저가 다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소저가 말하였다. "부모님 두 어른께서 불초한 아이를 위해 이리 애를 써 주시니, 은혜가 깊고 다함이 없습니다." 소저는 아버지가 자세한 내막을 밝혀 주는 것을 들으니 정말 기쁨이 한없었다.
밤이 되어 소저는 이에 춘휘에게 말하였다. "내 마음속 사정은 네가 다 알고 있다. 내가 이제 만 번 죽을 처지에서 오직 절의를 지키고자 하였다. 부모님도 나를 위해 살기를 원치 않으셨다. 이제 주 노야(周老爺)께서 네 자태가 남다름을 보시고 이 계책을 생각해 내어 내 부모의 근심을 덜어 주셨다. 내가 이제 부득이 너를 이대도강(李代桃僵, 이씨가 도씨를 대신하듯 대신 고난을 받다)하게 해야 하니, 나는 이제 기꺼이 너와 자매를 맺어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자 하니, 네 마음은 어떠하냐?"
춘휘는 이미 마음속으로 다 알고 있었다. 이에 말하였다. "천첩(賤妾)이 나리와 마님의 양육의 깊은 은혜를 입었고, 소저님의 정이 골육과 같으니, 비록 물불도 가리지 않겠사온데, 하물며 춘휘가 천한 몸으로 소저님을 대신하여 상 총진의 도요(桃夭, 혼인)의 인연을 맺는 것이오니, 이는 춘휘를 추켜세우는 일인데 어찌 불가하다 하겠나이까?" 소저는 그가 기꺼이 응낙함을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다음날 이에 부모님께 아뢰고, 춘휘와 함께 창전과 두씨에게 절하여 뵙고 춘휘를 차녀(次女)로 인정받게 하였다. 소저는 또 그와 교배(交拜)를 올려 자매를 맺으니, 집안의 시름이 기쁨으로 변하였다. 시(詩)에 이르기를:
눈썹 짙게 그리고 입술 붉게 단장하니, 누가 시녀(侍女)이고 누가 부인(夫人)인가.
능히 무산(巫山)의 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비도 구름도 한가지 봄이로다.
소저는 이에 춘휘와 함께 다니고 함께 앉으며, 그에게 대략의 글 이치를 익히게 하였다. 다만 신중하고 과묵하게 하고, 또 자신이 지난날 지은 시고(詩稿)를 모두 그에게 베껴 쓰고 간직하게 하였다. 소저는 또 그를 꽃가지처럼 아름답게 단장시켰으며, 창전과 두씨는 혼수를 마련하여 상가에서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일이 되어, 상 총병(常總兵)이 오추를 시켜 종복과 군사를 이끌고 창가 소저를 맞이하러 왔다. 길을 따라 폭죽이 하늘을 울리고 생황과 노래가 땅에 퍼지며, 사람마다 채색을 달고 한 사람 한 사람 꽃을 꽂았다. 잠시 후 이미 주중문 아문(衙門)에 이르렀다. 창전은 이미 대홍(大紅) 길복(吉服)을 입고 오사각대(烏紗角帶)를 두르고 주중문과 함께 오추를 영접하였다. 의례 집행자가 예를 창하며 소저에게 가마에 오르기를 청하였다. 춘휘가 창전과 두씨에게 작별 절을 올리고, 또 소저와 한참 말을 나눈 뒤 작별 절을 올렸다. 제각각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 춘휘가 가마에 오르고, 창전이 배웅하였으며, 주중문은 원래의 중매이었기에 부득이 함께 따라왔다. 상 총진 아문에 이르니, 세 발의 대포 소리에 상 총진이 멀리서 공손히 맞이하여 아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의례 집행자가 상 공자(常公子)와 창 소저(昌小姐, 춘휘)에게 청하여 천지(天地)에 절하고, 부모와 시부모에게 절하고, 부부가 서로 절한 뒤에 동방(洞房)으로 보내어 합환주(合歡酒)를 함께 마셨다.
시녀가 창 소저의 머리 덮개를 걷어내니, 상 공자는 창 소저가 과연 표이한 미모를 지녔음을 보고 온몸이 나른해졌다. 상 공자는 마침 한창 청춘으로 여색을 좋아하는 나이라, 어찌 참다운 재자(才子)이겠는가. 무슨 합환시(合歡詩)와 동방가구(洞房佳句)로 서로 창화(唱和)할 이치가 있겠는가? 이제 소저가 천선(天仙)처럼 단장한 것을 보고 어느새 정신이 황홀하여 마음속에 이상한 기분이 일어나, 소저가 부끄러워하는지 부끄러워하지 않는지도 돌아보지 않고, 이에 시녀와 복부들을 다 내보내고는 소저를 껴안고 함께 원앙 침소로 들어가 운우(雲雨)의 즐거움을 함께 누렸다. 밖에서는 주중문, 창전, 상용(常勇), 오추 네 사람이 자리에 앉아 술을 마셨다. 자리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모두 작별을 고하고 아문으로 돌아갔다. 다만 이번 일로 인해 가르치는 바가 있으니:
별빛 아래 밤을 달려, 금의환향(錦衣還鄕)하리라.
다음 이야기가 어찌 되는지? 다음 회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