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업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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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람

수술칼이 성냥불의 불빛에 따라 명멸했다. 인피해골이 한 발 절뚝거리며 내게로 다가왔다. 2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멈추더니 담담하게 한 마디 했다. "구덩이는 파놨어. 잠시 후 넌 저기 묻힐 거야." 방금 그는 밖에서 나를 묻을 구덩이를 파고 있었던 것이었다.

말을 끝내고 손에 거의 다 타가는 성냥을 가져다 창틀의 촛불에 불을 붙였다.

시야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맞은편 벽의 괘종시계가 보였다. 2시 05분. 시계가 그 시간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었다.

인피해골도 고개를 돌려 한번 봤다. 손에 든 수술칼을 흔들었다. 낮게 말했다. "시간이 거의 다 됐어. 그 사람이 안 올 것 같으니 나 혼자 배웅해주지."

그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고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내 생명이 곧 끝나려 하는데 나는 아직 왜 죽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묘지, 이 가옥, 이 방, 눈앞의 이 사람. 이 모든 것이 나에게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모두 나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연관이 어디 있는지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몸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손톱만 의자 팔걸이 안으로 더 깊이 박혔다.

인피해골이 드디어 수술칼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 그의 눈빛은 쉬 선생을 죽일 때의 냉혹함과 달리 오히려 무한한 연민이 넘쳤다.

"이제 가거라. 외삼촌이 냉정하다고 원망하지 마."

외삼촌! 이 두 글자가 이전의 모든 암시를 꿰어 하나로 이었다. 기억이 순간적으로 쏟아졌다.

어머니의 목소리, "외삼촌이라고 불러라." 거칠고 큰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묘지, 이 가옥, 이 갈대 돗자리, 어렸을 때 왔던 곳,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왔던 곳, 이 낡은 나무문 앞에 서서 겁먹은 채 안을 들여다봤던 곳.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다시는 오지 않았다.

"외삼촌!" 수술칼이 내 목을 향해 찌르는 그 순간 내 목숨을 구한 두 글자를 외쳤다.

수술칼이 공중에 멈췄다.

눈앞의 외삼촌이 반 발짝 뒤로 물러섰다. 수술칼이 손에서 떨어졌다.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이 떨렸다. 오랜 시간 힘겹게 해내더니 마침내 목소리를 냈다. "너……깨어난 거야?"

이 순간 감각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팔걸이를 꽉 쥔 손이 펴졌고 손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눈앞의 어둠이 서서히 물러나며 시야가 점점 더 밝아졌다. 창틀의 촛불이 햇빛으로 바뀌었다. 밤이 낮으로 변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방 안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창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햇빛 아래에 떠다니는 먼지가 보였다. 전에 없이 진한 현실감이 느껴졌다. 이것이 현실인가?

"외……삼촌." 입이 통제를 벗어나 방금 했던 말을 또 반복했다.

두 번째로 내 말을 들은 눈앞의 외삼촌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흥분해서 횡설수설했다. "맞아, 맞아! 나는 외삼촌이야! 내 이름은 포휘야. 나는 네 외삼촌이야. 네 외삼촌이……"

더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건조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힘껏 입을 움직이려 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외삼촌이 허둥지둥 바닥에서 보온병을 집어 들어 물 한 컵을 따라 내게 먹여줬다. 한 모금을 삼키고 힘겹게 두 번째 말을 했다. "왜 죽이려 했어요?"

외삼촌이 물컵을 내려놓았다. 표정이 흥분에서 낙담으로 바뀌어 침대 머리에 축 처지며 앉았다.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넌 내 유일한 가족이야. 물론 네가 잘 살기를 바랐지. 네가 몇 달 전에 병원에 들어가 수술을 마치고서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잖아. 식물인간은 기본적으로 깨어날 가망이 없다고 다들 말했어. 대부분의 기간을 네 곁에서 돌봤다. 사흘 전,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어. 며칠 못 살 것 같아. 내가 아직 움직일 수 있을 때 널 정리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은 후 아무도 너를 돌볼 사람이 없잖아."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됐어. 네가 깨어났어. 깨어났으니 됐어. 잘 됐어."

말하는 중에 주머니의 핸드폰이 갑자기 밝아졌다. 전화를 받았다. "도착했어? 나 안 도와줘도 돼. 걔가 깨어났어……길목에서 기다려, 내가 마중 나갈게."

전화를 끊고 나서 물을 한 모금 더 먹여주고 문 쪽으로 일어서며 걸어갔다. "마중 나갈 사람이 있어. 바로 돌아올게."

그가 또 한 발 절뚝거리며 문을 나갔다. 나를 방 안에 혼자 남겨놓았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정보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6개월 동안 내내 식물인간이었던 건가? 내 목숨을 노리던 사람이 반 년 넘게 나를 돌봐준 가족이었단 말인가. 이것이 현실의 세계인가? 잠깐, 갑자기 뭔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현실 세계에는 논리적 허점이 있는 것 같았다.

밖의 거실에서 갑자기 소란이 들리더니 외삼촌이 문을 밀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외삼촌을 따라 들어온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외삼촌을 따라 들어온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투뉴 선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