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업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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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당신은 누구요?"

눈앞의 자신과 마주하자 머리가 완전히 하얘졌다.

그가 내 눈빛을 받으며 두 발짝 앞으로 걸어와 내 앞에서 멈추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투뉴요."

"아니야!" 온 힘을 다해 그에게 소리쳤다. "당신이 어떻게 투뉴일 수 있어요? 어떻게 나와 똑같이 생겼어요?"

눈앞의 투뉴가 잠깐 멍하더니 내 옆의 외삼촌 쪽을 봤다.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외삼촌이 옆 탁자 서랍을 열어 거울 하나를 꺼냈다.

거울이 서서히 내 앞으로 이동해 거울 속에 사람 얼굴 하나가 나타났다. 오웨이였다!

모든 것이 뒤집혔다. 내 인식이 완전히 전복됐다. 눈을 뜨고 현실을 봤다. 현실은 오히려 더 몽환적이었다.

고개를 들어 그들 쪽을 봤다. "나는 누구죠?"

"당신 이름은 오웨이요. 나는 당신의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눈앞의 투뉴가 내 옆에 앉아 한 가지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신 이름은 오웨이요. 우리 게임 회사의 미술 디자이너예요. '사막 보물찾기'라는 게임을 개발할 때 연속 20시간을 일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작업이 마무리됐을 때 극도의 허기로 찐빵 20개를 먹고 반 병의 물을 마셨다가 위가 파열돼 응급실로 옮겨졌고 그 후로 깨어나지 못했죠. 사무실에서 당신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기억나요. '물 좀 줘.'"

"그러면 지금 병원에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왜 여기 있어요?"

투뉴가 말이 없었다. 옆의 외삼촌이 대신 대답했다.

"원래 병원에 있어야 했어. 근데 네 주치의, 쉬라는 성씨를 가진 그 여자가 가족 서명도 없이 네 약을 끊고 병원에서 내쫓았어. 내가 병원에 찾아가 따졌지. 왜 끊었나고? 왜 내보냈나고? 그 여자가 한 마디 설명도 없이 나를 쫓아냈어."

외삼촌이 여기까지 말하다 잠시 침묵하며 눈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방금 떨어진 수술칼 위에 머물렀다.

"나도 물론 그 여자가 좋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지."

그 순간 식물인간 상태에서 목격한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다시 맞아 떨어졌다. 쉬 선생, 수술칼, 모니터에 튀긴 피……모두 사실이었다.

옆의 투뉴를 다시 흘끔 봤다. 그의 안색이 창백했고 표정이 매우 어색했다.

외삼촌의 서명이 아니라면 누가 서명하고 나를 퇴원시킨 건가? 이 질문은 묻지 않았다. 더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뤄리는 어디 있어요?"

투뉴와 외삼촌이 또 눈을 마주쳤다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잠시 침묵 뒤에 투뉴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말했다. "뤄리는 좋은 여자예요. 당신이 입원한 후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어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패물 한 상자가 있었는데 혼수감이었죠.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 팔았고 이제 그 패물을 담았던 상자만 남아 있어요."

힘겹게 목을 비틀어 그가 시선을 향한 쪽을 봤다. 바로 의자 옆에 그 익숙한 구리 상자가 놓여 있었다. 타원형 문양, 하트 모양 잎사귀.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급박하게 다시 물었다.

투뉴가 계속 말했다. "당신이 사고 났을 때 뤄리는 이미 임신 5개월이었어요. 그래도 매일 닭국물을 끓여 매일 배 부른 몸으로 보온통을 들고 병원에 찾아와 국물을 가져다줬어요. 어느 날, 길에서 보복성 폭행을 일삼는 인간을 만났는데……"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내 숨소리만 들렸다.

울지도 않았다. 외치지도 않았다. 그냥 내 심장이 흉강 안에서 매우 천천히, 매우 무겁게 한 번, 또 한 번 뛰는 것이 느껴졌다.

꿈속에서 그 냄새가 생각났다. 보온통 안의 닭국물. 그 냄새가 너무 익숙했다. 오골계와 나물콩.

내 몸이 멈추지 않고 떨렸다. 손톱이 깊이 의자 팔걸이에 박히며 옆의 구리 상자를 응시하다 이를 악물고 말했다. "상자를 가져다줘요."

투뉴가 손을 뻗어 가져다주려 했다가 외삼촌이 막았다. "더 이상 자극하지 마. 오늘은 우선 푹 쉬게 해줘."

더 말하지 않았다. 오른손의 팔을 온 힘을 다해 움직여 그 상자를 잡으려 했다. 외삼촌이 막지 않았다. 상자를 품에 안고 다시 왼손의 힘을 다해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꿈속에서 본 적 있었다. 나와 뤄리의 합성 사진. 손가락 끝으로 사진을 집어 뒤집었다. 뒷면은 뤄리의 글씨체였다. "당신 반드시 깨어나야 해요! 우리 아이 이름을 생각해놨어요. 오샤오바오라고 할게요."

글씨가 가늘었다. 마치 쓸 때 손이 떨렸던 것처럼, 종이가 찢어질까봐 힘을 주지 못한 것처럼.

상자를 품에 안고 그 사진을 응시하며 꼼짝 않고 있었다.

외삼촌이 내 옆에서 천천히 말했다. "이 상자는 계속 탁자 위에 있었어. 지난 주 일요일에 저절로 열렸어. 그리고 의자 팔걸이가 네가 할퀸 걸 발견했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진을 보며 '오샤오바오' 세 글자를 보며 오래, 오래 바라봤다.

사진이 손 안에서 극히 가벼운 소리 하나를 냈다. 내 손가락 끝이 가장자리에 파고드는 소리였다.

오샤오바오. 내 아들이었다. 다만 내가 본 적이 없을 뿐이었다. 그도 나를 본 적이 없었다.

드디어 진실을 알았다.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잔인한 진실이었다. 깨어난 것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눈이 다시 바닥의 그 수술칼로 향했다.

외삼촌이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다시 입을 다물었다. 손을 내밀어 바닥에서 수술칼을 집어 조심스럽게 서랍에 넣고 잠갔다.

방이 다시 이상하리만큼 고요해졌다.

오랜 침묵 뒤에 투뉴가 가볍게 기침 한 번 했다. "깨어났으니 됐어요.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될 수 있어요. 여기서 몸이 좋아지면 돼요. 준비가 됐으면 언제든지 시내로 날 찾아와요."

그가 잠깐 멈추더니 어조를 익숙한 말투로 바꿔 마치 프로젝트 회의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 회사 프로젝트 주임이 됐어요. 새로운 프로젝트 몇 개가 있는데 마침 사람이 필요해요. 당신은 미술 전공이니 그쪽으로 당신보다 더 익숙한 사람이 없죠.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바로 와요. 일은 제가 준비해놓을게요. 아쉽게 하지 않을 거예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물음이 스쳐갔다. 쉬 선생이 나의 약을 끊은 것은 우리 회사의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을까? 쉬 선생이 그렇게 한 것은 회사 사람이 그녀에게 뇌물을 줬기 때문이었을까? 반 년 전에 투뉴는 나의 동료였는데 왜 갑자기 프로젝트 주임이 됐을까?

하지만 이 물음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다만 투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투뉴가 매우 만족스러워하며 내 어깨를 탁 쳤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요, 그렇게 결정한 거예요. 몸 잘 추스르고 있어요. 이틀 뒤에 또 볼게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문 쪽으로 막 내딛으려다 갑자기 멈췄다. 눈이 바닥을 향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퀴벌레 한 마리가 탁자 아래에서 기어나왔다. 투뉴가 발을 내밀어 지직 소리와 함께 그 바퀴벌레를 밟아 뭉갠 뒤 살짝 발을 차서 바퀴벌레를 벽 쪽으로 밀어버리고 바람처럼 이 낡은 집을 나갔다.

뭉개진 바퀴벌레는 죽지 않았다. 천장을 향해 누운 채로 몸 대부분이 이미 뭉개진 상태에서 두 개의 발만 움직일 수 있어 공중에서 힘없이 흔들렸다. 리듬도 없고 방향도 없었다.

벽 옆에서 버둥거리는 바퀴벌레를 바라보다 이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논리적 허점이 풀렸다.

아버지 성은 오(吳)이고 어머니 성은 포(鮑)다. 내가 어떻게 투뉴(屠牛)일 수 있겠나. 나는 그저 언제라도 도살되는 소나 말이었다. 스스로 주인공이라고 착각했다가 결국 5화도 못 되어 죽는 조연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