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기업문화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소와 말처럼 살 운명이오. 당신에게는 복종할 권리만 있을 뿐, 선택할 권력은 없소."
그 목소리는 녹슨 갈고리처럼 내 뒷목을 걸었다. 반 병의 물을 꽉 쥐고 지하통로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햇살이 눈을 찌르고 도로는 시끄러웠다. 하지만 어느 쪽이 꿈인지 조금 분간이 안 됐다. 사막 동굴? 공동묘지와 오두막? 아니면 눈앞의 소와 말들이 가득한 이 빌딩? 이 순간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치명적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간의 저주와 주택담보대출 연체 중 어느 쪽이.
엘리베이터 문이 '딩' 소리와 함께 닫혔다. 거울 같은 벽에 내 초췌한 얼굴과 손에 든 반 병의 물이 비쳤다. 물이 흔들렸다. 그 단조로운 리듬이 마치 멈추지 않는 심장 박동 같았다. 물을 바라보며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악령은 숙주를 찾으라 하고, 쑨 부장은 무급으로 야근을 시킨다. 나는 대체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있는 건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주변에 동료들이 모여들었다.
"투뉴 선생, 괜찮아요?"
"몸이 안 좋으면 더 쉬어야죠. 아내와 아이가 당신만 믿고 있잖아요."
"내 사무실로 와."
차갑고 딱딱한 말 한마디가 인파 뒤에서 나왔다. 쑨 부장이 서 있었다. 쇳빛 얼굴로. 내 주변에 모여 있던 동료들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순식간에 흩어져 전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 광경을 보니 방금 지하통로에서 사방으로 도망치던 바퀴벌레들이 생각났다.
쑨 부장을 따라 그녀의 사무실로 들어가며 무심코 그 반 병의 물을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변명을 시작하려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멈추는 것을 알아챘다. 나를 보는 게 아니라 책상 위의 물병을 보고 있었다. 두 눈이 못처럼 병 몸에 박혀 있었고, 목구멍에서 겨우 들릴 듯 말 듯 한 삼키는 소리가 났다.
가슴이 철렁했다. 반 병의 물이 책상 위에서 가볍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급히 가볍게 기침 소리를 냈다.
그녀가 번쩍 정신을 차리고 눈빛을 내게로 돌리더니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어제 왜 출근 안 한 거야?"
"아침에 일어났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서……"
"머리 좀 아프다고 출근을 안 해?" 그녀의 목소리가 즉각 높아졌다. "연말이 다 됐는데 업무가 이렇게 많은데 당신 하루 빠지면 그 일은 누가 해?"
어차피 당신이 하지는 않잖아요. 속으로 중얼거리며 눈 끝의 여시야에서 그 물병을 계속 주시했다.
쑨 부장은 잔소리를 하면 할수록 더 열을 올리고 더 흥분해서 얼굴이 온통 빨개지며 침이 튀었다. 자신이 지난번에 39도 고열에도 병을 무릅쓰고 꾹 참고 일했다는 영웅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목소리에는 자기감동으로 가득 찬 비장함이 넘쳤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눈은 반 병의 물을 주시했다. 물은 아직도 흔들리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마치 나를 재촉하는 것처럼.
악령이 말했다. 가거라, 나를 위해 다음 숙주를 찾아라.
쑨 부장이 말했다. 당신 하루 빠지면 그 일은 누가 해?
두 개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겹쳐졌다. 천의무봉하게 딱 맞아떨어졌다.
그녀가 계속 잔소리를 했다. 나의 사고는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해봤다. 이 문제를 전에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고 이해한 적도 있었다. 쑨 부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닥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 자신도 자주 닥달을 당하는데 그것도 훨씬 심하게, 훨씬 듣기 힘들게. 그녀를 닦달하는 사람은 회사 대표로 성씨가 인(殷)이고, 육십 대이며 전에 군인이었는데 성질이 예술의 경지에 이른 분이었다. 우리끼리는 몰래 그를 인제(殷帝)라고 불렀다. 그의 유일한 장점은 동음이의어 개그를 못 알아듣는다는 거였다. 인제는 수시로 재무부에 와서 사람을 닦달했는데 올 때마다 꼭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질러 온 건물이 다 들릴 정도였고, 몇 번은 쑨 부장을 그 자리에서 울렸다.
하지만 인제도 불쌍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는 처음 데릴사위로 들어갔는데 장인이 군 고위직이고 회사 납품 물량이 거의 다 그 관계로 유지되는지라 집에서 지위가 극히 낮았다. 딸도 처가 성을 따를 정도였다. 집에서 눌려 살다 보니 그 울분을 회사에서만 풀 수 있었다. 쑨 부장은 나를 누르고, 인제는 쑨 부장을 밟고, 장인이 인제를 밟았다. 위를 올려다보면 다 어른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 손아래이며, '어른' 소리를 듣는 사람도 '손아래'가 될 때가 있어 부정적인 에너지가 계층을 따라 아래로 전달됐다. 가장 아래에 있는 자는 자신의 불면증과 위장병에게나 전달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 먹이사슬이 악령의 논리와 무슨 차이가 있나? 악령이 숙주를 찾고, 숙주가 다음 숙주를 찾으며, 반 병의 물이 대대로 전해지는 것처럼.
이것을 깨달은 순간 공포보다 더 숨 막히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황당함이었다.
쑨 부장은 아직도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내 눈 끝의 여시야에서 갑자기 반 병의 물이 멈춰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책상 위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잠깐의 고요 속에서 쑨 부장의 목소리도 갑자기 끊겼다.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손이 물병 위에 걸려 있었고 온몸이 물병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었다. 마치 실에 달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금씩 구부러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병 몸에 닿더니 단번에 꽉 쥐었다.
한 달음에 달려가 병을 그녀의 손에서 빼앗았다. "이건 수돗물이에요. 제가 화분에 물 주려고 가져왔는데 잘못 들고 왔어요."
쑨 부장이 잠깐 멍했다. 혀끝이 천천히 입가를 훑었다. 동공 깊은 곳에서 자줏빛 검은 색이 한 번 번뜩이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그녀가 몇 초 멈추더니 표정이 늘 쓰고 다니던 험악한 얼굴로 돌아왔다. "잘 들어. 마지막 이틀, 모든 영수증을 전부 확인해서 입력 처리해. 못 끝내면 오늘 밤 집에 가지 마."
마지막 이틀.
이 네 글자가 귓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수도 없이 찔렸던 같은 자리에 또 바늘이 꽂히는 것 같았다. 어제 인피해골이 내 침실 문 앞에 서서 그 늙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앞으로 삼 일 더 살 수 있소. 이제 하루가 지났다.
손의 물병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앞의 쑨 부장을 바라봤다.
악령의 숙주와 재무부 경리가 이 순간 같은 입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