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업자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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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반 병의 물

어두운 지하통로에서 온몸에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오웨이가 5년 전의 일을 이야기해줬다. 내 기억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나와 오웨이는 개인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며 영상 사이트 채널을 통해 무인지대 탐험 영상을 올렸다. 사막 횡단 도전 중에 사막 안의 동굴로 떨어지게 됐다. 동굴 안에서 며칠을 걸었다. 마지막에 나 혼자만 살아서 동굴을 빠져나왔고, 오웨이는 그 동굴 안에 영원히 남겨졌다. 우리 둘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반 병의 물을 내가 혼자 다 마셨기 때문이었다.

그는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더 커지며 원한이 담겼다. "나는 당신을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료라 생각했소. 내가 죽기 직전에 마지막 힘을 다해 간신히 말했소. '물 좀 줘.' 그러자 당신은 나에게 병을 건넸는데 안에 든 것은 모래였소."

"모래?" 내가 왜 그가 물을 달라고 할 때 모래가 담긴 병을 줬지? 기억을 필사적으로 더듬었다. "아니야! 그때 병 안에는 물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안 돼! 안 돼!"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순간 맞은편의 오웨이가 갑자기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 눈이 자기 손의 반 병짜리 물을 똑바로 응시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물 한 병. 그는 뭘 두려워하는 걸까?

그는 반 병의 물이 든 병을 떨리는 손으로 자기 앞에 들어올렸다. 마치 손이 그의 통제를 벗어난 것 같았다. 눈빛이 더욱 겁에 질렸고 입에서는 계속 "안 돼, 안……"이라는 말이 나왔다. 더 말하고 싶어했지만 이미 병 주둥이가 입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꿀꺽꿀꺽하는 물 마시는 소리와 함께 반 병의 물이 전부 그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이 내 앞에서 다시 한번 펼쳐졌다. 눈앞의 오웨이가 몸을 뒤로 젖히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이어서 눈이 뒤로 돌아가며 몸이 격렬하게 경련을 일으켰고 입 양쪽에서 자줏빛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겁을 먹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또 한번 죽은 건가?

"쓱쓱……" 오웨이의 몸 아래서 갑자기 마찰 소리가 났다. 동시에 가느다란 것 몇 개가 그의 낡은 옷 옆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퀴벌레의 더듬이였다. 곧 바퀴벌레 머리가 기어나왔기 때문이다. 손바닥만 한 바퀴벌레 몇 마리가 오웨이의 낡은 옷에서 기어나와 내 발 옆까지 왔다.

본능적으로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며 가장 가까이 있는 바퀴벌레를 향해 발을 올렸다. 지직 소리와 함께 바퀴벌레가 흑백이 섞인 살덩이로 뭉개졌다. 그 소리에 다른 바퀴벌레들이 사방으로 도망쳐 지하통로의 벽으로 올라가 더듬이를 흔들며 나를 경계했다.

사방에서 경계하는 눈빛들 사이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바퀴벌레 무리 중에서 섬뜩한 눈빛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시선을 오웨이에게로 돌리니 방금 쓰러졌던 그가 어느새 다시 앉아 있었다. 덥수룩한 긴 머리 사이로 자줏빛 검은 눈과 기괴한 웃는 얼굴이 보였다.

"당신이 틀리지 않았소." 일어나 앉은 오웨이가 말을 했는데 목소리가 몹시 쉬어 남녀 구분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때 병 안에는 모래가 아니라 물이 들어 있었소. 하지만 당신은 이미 그 반 병의 물을 다 마셔버렸소. 오웨이에게 줄 때 어떻게 또 물이 있었겠소?"

그의 말인즉, 그는 오웨이가 아니라는 것인가?

이 '오웨이'는 더 섬뜩하게 웃었다. 벌어진 입이 귀 뿌리에 닿을 정도로 커졌다. "왜냐하면 병 안에 있는 게 물이 아니라 나였으니까!"

그가 계속 말했다. "나는 오웨이의 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몸을 차지했소. 감사해야 하오, 당신이 나에게 몸 하나를 제공해줬으니. 하지만 이 몸은 마음에 들지 않았소. 내가 오웨이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는 이미 죽음에 가까웠으니까. 나는 그의 목숨을 5년 늘려줬소. 이제 그는 기름이 다 타 불이 꺼질 때가 됐고, 나는 지궁(地宮)에서 나와 당신을 찾아야 했소. 이제 당신은 나를 위해 새로운 숙주를 찾아야 하오."

그러면서 오웨이 병을 들어올렸다. 안에는 반 병의 물이 들어 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그 물병을 받아들었다.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가거라. 내 충실한 종이 돼 다음 숙주를 물색해 그 자에게 이 반 병의 물을 마시게 해라. 이틀의 시간을 주겠소."

이틀의 시간? 어제 오후에 나에게 삼 일밖에 살지 못한다고 말했던 인피해골도 그것의 사람인 건가? 이런 황당한 귀신 같은 소리를 다 믿지는 않았지만 손에 든 반 병의 물을 한번 보고 차갑게 물었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따따따……" 핸드폰 벨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재무부 쑨 부장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 저편에서 쑨 재무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아직 일 할 거야 말 거야? 어제 하루 종일 출근 안 하더니 오늘은 거의 11시가 됐는데 아직도 사무실에 안 와? 네 일은 누가 해줘?"

서둘러 대답했다. "사무실 오는 길이에요. 잠깐 일이 있어서 늦었어요.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고 눈앞의 이 정신 나간 거지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손에 반 병의 물을 들고 회사로 걸어갔다.

남녀 구분이 안 되는 그 목소리가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당신은 나를 돕지 않을 수 없소.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소와 말처럼 살 운명이오. 당신에게는 복종할 권리만 있을 뿐, 선택할 권력은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