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고백
이튿날 아침 일찍, 왕얼랑은 다소 조급한 걸음으로 동굴에 들어섰다. 도구와 안료를 등에 지고 나무통을 들었으며, 어제 소낭자가 두고 간 물주머니까지 챙겨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충 인사를 건네고는 곧장 발판을 향해 달렸다. 발밑을 살필 겨를도 없이, 그저 발판 꼭대기 소낭자가 늘 앉던 자리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동굴 안이 어두워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큰 탈은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발판에 오르는 것은 꿈도 못 꿀 뻔했다.
그는 생각했다. 분명 소낭자가 이미 저기 앉아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운이 따라, 볼썽사납게 넘어지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고.
왕얼랑은 안도하며 아예 내처 달려 발판을 오르는 바람에 발판 전체가 삐걱거리며 흔들렸고,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는 숨까지 가빴다. 숨도 채 고르기 전에 귓가에 소낭자의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빨리 뛰어와요? 발판이 흔들려서 머리가 다 어지럽잖아요."
"제가 너무 조급했소. 정말 미안하오. 그저 어제 여기 두고 간 물주머니를 얼른 돌려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소……" 왕얼랑은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다. 그는 분명 오늘도 소낭자가 온 것을 보고 속으로 뛸 듯이 기뻤지만 차마 그대로 말할 수는 없어, 물주머니를 핑계로 삼았다. 어제 소낭자는 분명 화가 나서 떠났는데, 오늘 다시 온 것은 혹시 이 물주머니를 여기 두고 간 것을 깨닫고 되찾으러 온 것은 아닐까 싶었다.
"당신 마시라고 준 거예요." 소낭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소낭자의 말투가 담담하여 기쁜지 노한지 알 수 없었지만, 왕얼랑은 그래도 몹시 기뻤다. 사실 그는 어제 참지 못하고 물주머니의 물을 이미 다 마셔버렸지만, 그래도 그것을 핑계로 삼아 그녀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던 자신의 속마음을 한눈에 들키지 않도록 했다.
"그래서 이제 알겠어요?" 소낭자는 곧바로 또다시 그 목숨을 앗아갈 듯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어제의 경험이 있었기에, 왕얼랑은 마음을 고쳐먹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아니…… 저는 그저 당신이 춤추는 모습에 넋을 잃고 보았을 뿐이오. 스승께서 예전에 저희를 데리고 호선무(胡旋舞)와 궁중 악무를 구경시켜 주신 적이 있는데, 그 아름다운 몸짓을 느껴서 붓끝에 영감을 얻으라는 뜻이었소. 하지만 소낭자의 춤은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아름다웠소. 나는 그만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소. 이른바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인가 놀랐다'는 말도 그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오. 그래서…… 소낭자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미처…… 이해하지 못했소."
왕얼랑은 말하는 내내 부끄러움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불안했다. 이렇게 말하면 소낭자에게 너무 경솔하게 들리지는 않을지, 다시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소매를 떨치고 가버리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
"알겠어요." 소낭자의 어조는 담담했고, 노기는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왕얼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낭자는 다리를 흔들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다시 한번 춰서 보여줄게요. 이번엔 제대로 보세요."
왕얼랑은 그 말을 듣고 뜻밖의 기쁨에 젖었다. 소낭자가 화를 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다시 "새사람이 될" 기회까지 주다니, 그야말로 또 한 번 하늘이 내린 은혜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