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외삼촌과 조카의 전쟁
다음 날, 원밍쥐안은 화가 잔뜩 난 채로 교실에 들어섰다. 하필이면 타오무웨이가 그녀 뒤를 따라 들어왔다.
"또 지각이네." 원밍쥐안은 그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꾸짖었다. 사실 그녀는 조금 앙심을 품고 있었다. 어제 그 외삼촌-조카 콤비의 합동 공연이 그녀의 마음에 원한을 남긴 것이다.
"오늘 처음 지각한 것도 아닌데요." 타오무웨이가 냉랭하게 말했다. "집에 아무도 저 안 깨워줘요. 벌써 몇백 번은 말했잖아요."
원밍쥐안은 그의 냉랭한 표정이 가오웨이자오와 어딘가 닮았다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 외삼촌 집에 얹혀사는 거 아니야? 왜 아무도 안 깨워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랑 외삼촌은 다 어디 갔는데?" 원밍쥐안은 타오무웨이가 또 이 낡아빠진 핑계를 꺼내 자신을 속이려는 것에 화가 났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요?" 타오무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원밍쥐안을 바라보았다.
"왜?" 원밍쥐안이 되물었다.
"그분들 진작에 미국으로 이민 가셨는데요." 타오무웨이가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마치 선생님이 바보라도 되는 양 비웃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럼……" 원밍쥐안은 폭발할 것 같은 화를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다. "적어도 외삼촌은 있잖아?"
"농담하세요? 지금도 침대에서 죽은 듯이 자고 있는데요, 누가 저를 신경 쓴대요?" 타오무웨이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게다가 선생님, 완전히 잘못 아셨어요. 제가 외삼촌 집으로 이사 간 게 아니라, 외삼촌이 저희 집으로 오신 거예요."
"아…… 그런 거였어?" 원밍쥐안은 조금 민망해졌다.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자기 추측을 함부로 말했다가 바로 망신을 당한 것이다.
"선생님은 모르시겠지만, 외삼촌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일 자체가 정말 드문 일인데, 게다가 저희 집에서 지내는 건 더더욱 드문 일이에요. 엄마 말씀으로는 외삼촌이 최소 석 달은 저랑 같이 지낼 거래요. 석 달이나요!" 타오무웨이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원밍쥐안은 마치 민족 영웅을 향한 듯한 경외심을 엿볼 수 있었다.
민족 영웅? 원밍쥐안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 끔찍하다, 어떻게 저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 그 변태가, 어떻게 남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거야?
저 멀리 순찰 도는 교장 선생님이 보이자, 그제야 지금이 아침 자습 시간이라는 게 떠올랐다. 그런데 자신은, 열일곱 살짜리 애송이한테 완전히 놀아나서 교실 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학생주임이 숨을 헐떡이며 교장 선생님께 달려가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뭐라고 몇 마디를 귀에 대고 속삭였다. 원밍쥐안이 막 교실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는데, 뜻밖에 교장 선생님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설마 교장 선생님이 어제 타오무웨이가 저지른 사고를 알게 된 건 아니겠지?" 원밍쥐안은 속으로 초조했다. 이렇게 창피한 일을 그녀가 스스로 학교에 보고할 리는 없었으니, 설마 타이난 기차역에서 학생주임실로 연락이 온 걸까?
"당신 반 학생 학부모가 학생주임실에 오셨어요. 그, 뭐라더라… 천 뭐라고 했던가?" 교장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급해할수록 더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었다.
"천훙자입니다." 학생주임이 서둘러 보충 설명을 했다.
"맞아." 교장 선생님의 표정이 매우 심각해졌다. "학부모 말씀이, 야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데, 한밤중에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가 자는 줄 알았대요. 그런데 도박장에서 전화가 와서야 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 알게 되셨다고 하네요."
"도박장이요?" 원밍쥐안은 깜짝 놀랐다. 천훙자라는 아이는 평소 행실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고, 적어도 타오무웨이보다는 훨씬 정상적이었는데, 설마 도박을 하다니 상상도 못 했다.
원밍쥐안은 당황하여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설마 그녀더러 도박장까지 가서 천훙자를 구출해오라는 건 아니겠지?
그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꽃처럼 아름답고 선녀처럼 우아한 미인인 그녀를, 교장 선생님과 학생주임이 어떻게 그런 위험한 일에 내보낼 수 있겠는가?
"그 애가 도대체 도박장에서 뭘 하고 있었대요?" 원밍쥐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친구 몇 명이랑 구경 삼아 갔다가, 뜻밖에 조직폭력배들이 원한을 갚으러 온 것과 마주쳤나 봐요. 혼란한 틈에 끌려간 거고요." 학생주임이 서둘러 설명했다. "자세한 상황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럼… 신고는 했나요?"
"모르겠어요."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타오무웨이가 원밍쥐안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소리쳤다. "일단 신고하지 마세요."
"너 뭐 하는 짓이야? 버릇없이, 애들은 나설 데가 아니야." 원밍쥐안이 그를 나무랐다.
"신고하면 천훙자가 죽을 수도 있어요." 타오무웨이가 말했다.
"네가 말 안 한다고 우리가 벙어리인 줄 알겠니, 얼른 자리에 가서 앉아." 그녀가 다시 그를 나무랐다.
"제 외삼촌을 찾는 게 경찰보다 더 도움이 될 거예요." 타오무웨이는 원밍쥐안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
"가오 선생?" 교장 선생님이 놀라서 타오무웨이를 바라보다가, 다시 원밍쥐안을 바라보았다.
원밍쥐안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나타냈다.
"타오무웨이! 이건 함부로 농담할 일이 아니야, 사람 목숨이 걸릴 수도 있어." 그가 학부모회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교장 선생님도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정중히 말해야 했다.
"휴, 정말 선비가 군인이랑 얘기하는 격이네요, 아무리 말해도 통하질 않아. 됐어요, 설명하기도 귀찮네요." 타오무웨이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한참을 울려도 아무도 받지 않았다. 참지 못한 타오무웨이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휴대폰에 대고 욕을 퍼부었다. "이 돼지야! 아직도 자?"
"이 씨발!" 갑자기 전화기 저편에서 튀어나온 목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너 지금 나한테 뭐라 그랬어? 이른 아침부터 감히 날 깨워?"
"아……" 타오무웨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원밍쥐안, 교장 선생님, 학생주임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각자 식은땀을 흘렸다.
아이고! 외삼촌과 조카의 전쟁이라니… 참으로 인륜의 비극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타오무웨이가 가오웨이자오의 기분을 달래려 애썼다. "제가 너무 급해서요, 잠깐 이성을 잃었어요. 화내지 마세요."
"무슨 일인데?" 가오웨이자오의 기분은 여전히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제 친구가 잡혀갔어요. 좀 찾아서 데려와 주시면 안 돼요?"
"안 돼." 그 두 글자를 말하자마자 전화는 끊겼고, 타오무웨이는 화가 나서 욕설을 몇 마디 내뱉었다.
"제가 잠깐 집에 좀 다녀올게요!" 타오무웨이가 모두를 향해 멋쩍게 웃어 보였다.
"됐어, 그냥 자리로 돌아가. 괜히 소란 피우지 말고, 우리는 천훙자 부모님을 만나러 가야 해." 원밍쥐안이 그를 타일렀다.
"천훙자 부모님은 교장 선생님이 만나러 가시면 되고요, 선생님은 저랑 같이 집에 가서 외삼촌한테 부탁해요. 선생님은 여자니까, 아마 외삼촌도 소리 안 지를 거예요. 소리 지르더라도 그렇게 심하진 않을 거고요."
"너 정말 이럴 거야?"
"빨리 안 서두르면, 천훙자가 억울하게 죽어도 괜찮아요?" 타오무웨이는 다짜고짜 원밍쥐안의 손을 잡아끌고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갔다.
원밍쥐안은 맹세컨대 그 지긋지긋한 변태를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천훙자가 억울하게 죽는 걸 어떻게 두고 볼 수 있겠는가?
문득 머릿속에 어젯밤 타이난 기차역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가오웨이자오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타오무웨이의 일이 그렇게 쉽게 해결됐을 리가 있나?
그래서 원밍쥐안은 달리면서 교장 선생님과 학생주임을 향해 소리쳤다. "가오 선생님이 정말로 도와주실 수 있으면, 제가 다시 전화로 학생주임실에 자세한 상황을 알릴게요."
오토바이에 타오무웨이를 태우고, 오 분도 채 안 되어 그들은 타오씨 저택에 도착했다.
타오무웨이는 오토바이에서 훌쩍 뛰어내려 겹겹의 자물쇠를 열고, 뒤도 안 돌아보고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 원밍쥐안의 손을 끌고 곧장 이층의 어느 방문 앞으로 가서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
"외삼촌! 선생님 오셨어요." 타오무웨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빨리 일어나세요."
안타깝게도 가오웨이자오는 못 들은 듯했다.
"빨리 일어나세요! 제 친구가 죽을지도 몰라요." 이때 원밍쥐안은 문득 타오무웨이와 천훙자가 사실 둘도 없는 단짝이며 사이가 무척 좋았다는 걸 떠올렸다. 그가 이렇게 열성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네 친구가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가오웨이자오가 아직 잠이 덜 깬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이때 그의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 있었고, 앞가슴 단추는 몇 개 채워지지도 않아 탄탄한 가슴이 절반쯤 드러나 있었다.
원밍쥐안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고, 문득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그녀에게는 형제가 없었고, 이렇게 커서도 남자의 맨가슴을 본 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가오웨이자오의 몸매는 정말 최상급이었다. 특별히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근육은 아주 단단했고, 근육질 쇼에 특별 출연해도 충분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가려워서 근질근질하냐? 시끄러워 죽겠네!" 가오웨이자오는 여전히 투덜거렸다.
"천훙자가 도박장 사람들한테 잡혀갔어요, 안 구하러 가시면 큰일 날지도 몰라요." 타오무웨이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 가오웨이자오를 설득하고 있었다. 이 순간, 원밍쥐안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그의 가슴에서 팔로 옮겼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그날 밤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그 문신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그런 사소한 일은 경찰 부르면 되잖아, 뭐 하러 날 깨워?" 확실히 원밍쥐안이 그 자리에 있었던 덕분에, 조금 전 전화 통화에서 가오웨이자오가 보였던 살기등등한 분노가 상당히 누그러져 있었다.
"야! 너 정말 완전히 깬 거 맞아? 머리도 제대로 안 돌아가는 거 아니야?" 타오무웨이가 달려가서 그를 한 대 쳤다. 그 동작이 마침 원밍쥐안의 시야를 가려서, 그녀는 가오웨이자오 팔에 있는 문신을 볼 수 없었다. "만약 거기가 외삼촌 자기 판이면 어떡할 건데요?"
타오무웨이의 이 말을 듣고, 가오웨이자오는 원밍쥐안을 한 번 쳐다보았다.
"어느 판?" 그가 차갑게 물었다.
"판이라는 게… 뭔데요?" 원밍쥐안이 멍하니 되물었다. 그들이 하는 말이 너무 심오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도박장이란 말이에요." 타오무웨이가 먼저 대답해버렸다. "이런 상식도 모르시다니."
"모… 모르겠어요,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원밍쥐안이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럼 빨리 전화 안 하고 뭐 해?" 가오웨이자오가 원밍쥐안을 흘겨보았다. 그 한 번의 눈빛에 소름이 끼쳤고, 전화기를 든 손마저 살짝 떨렸다.
학생주임실과 연결되자, 원밍쥐안은 급히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물었다.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고, 도박장 주소나 이름, 혹은 위장 간판으로 쓰는 가게 이름만 알려주면 됩니다." 가오웨이자오가 원밍쥐안의 손에서 수화기를 낚아채듯 빼앗아 직접 학생주임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원밍쥐안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도박장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는 듯한 말투를 들으니, 그가 이 업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순간 가슴과 마음속에 서늘한 기운이 확 밀려왔다.
이렇게 꽃처럼 아름답고, 선녀처럼 예쁘고, 힘없는 연약한 미소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설마 조직폭력배의 큰 두목이란 말인가?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걸까? 괜히 무협소설을 그렇게나 많이 읽어서 그런가?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그가 학생주임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저 가오웨이자오가 전화를 끊고 돌아서서 곧장 걸어 나갔다는 것만 알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