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직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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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태백금성 금랑을 점화하다 유서 한 장 형에게 남기고 이별하다

옥제께서 주문을 읽으시고는 탄식하셨다. "세월이 참으로 빠르구나, 어느새 십삼 년이 지났도다. 어진 경(卿)이 본장을 올렸으니 마땅히 윤허하노라. 잠시 기다리라, 짐이 태백금성(太白金星)을 전상에 불러 속세로 내려보내겠노라." 요지 성모가 은혜에 감사하며 산선원(散仙院)으로 물러나 옥지를 기다렸다. 옥제는 옥청궁에서 성모에게 분부를 마치고, 내시 선관에게 명하여 수레를 갖추어 통명전으로 이어(移御)하셨다. 옥제께서 보좌에 오르시니 문무 성신(星神)들이 금계(金階)에 엎드려 삼창을 마친 뒤 각자 반열에 돌아갔다. 옥제가 어지를 내려 태백성군(太白星君)을 불러 들이셨다. 태백금성이 황급히 반열에서 나아가 아뢰었다. "신이 삼가 어지를 기다리겠나이다!" 옥제가 말씀하셨다. "이제 요지 성모가 아뢰기를, 제12금동이 속세에 내쳐진 지 십삼 년이 되어 원만의 때가 이르렀다 하니, 짐이 어지를 내려 그들이 원만을 이루도록 하려 한다. 그대는 짐의 어지를 받들어 속세에 내려가 이를 시행하라!" 태백금성이 어지를 받들어 전 밖으로 물러나 한 송이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남천문(南天門)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이쪽 통명전에서 옥제는 퇴조하고 궁으로 돌아가시고, 뭇 성신들도 각자 흩어졌다.

  한편, 태백성군은 어지를 받들어 남천문에 당도한 뒤 하계로 내려왔다. 하남(河南) 땅에 이르러 구름 머리를 멈추고 사방을 살펴보니, 금우성(金牛星)이 산 위에서 풀을 뜯고 있었고, 금랑은 소나무 한 그루 아래 잠들어 눈을 감은 채 코를 골고 있었다. 태백금성은 구름 머리를 내려 착지하여, 큰 도사의 모습으로 불진(拂塵)을 손에 쥐고 천천히 소 앞으로 다가왔다. 그 소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태백금성이었다. 소는 꼬리를 흔들며 기꺼이 말했다. "성관(星官)께서 오시는 줄도 모르고 마중을 못 나갔으니, 부디 탓하지 마소서!" 태백금성이 웃으며 말했다. "금우성이여, 여기서 잘 지내고 있었느냐? 내가 특별히 너를 만나러 왔다. 천궁에 있을 때 먹던 선도(仙桃)와 선과(仙果), 용간(龍肝)과 봉수(鳳髓)를 생각해보라. 속세에 내려와서는 황야의 풀이나 뜯어야 하다니, 참으로 마음이 아프구나!" 그렇게 말하며 몇 마디 농을 던졌다. 금우성이 말했다. "성관께서는 놀리지 마소서! 나는 금동을 돕기 위해 온 것이요, 내 자신의 업보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것이 아니거늘, 어찌 나를 놀리시는 것입니까?" 태백금성이 말했다. "너는 금동을 돕기 위해 왔고, 나는 너희를 데리러 이곳에 왔다. 이제 금동이 속세에 내쳐진 지 십삼 년이 되었는데, 너는 종일 그의 벗이 되어 예측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상의하고 환난을 알려주었으니, 이 붉은 충심과 담력은 참으로 흠모할 만하다! 이제 옥제의 성지를 받들어 이곳에 왔으니, 너희 둘이 함께 천정으로 오르라. 어서 금동을 깨워 자초지종을 알려다오."

  금우성은 명을 받들어 금랑 앞으로 다가가 발로 툭툭 건드렸다. 금랑이 화들짝 잠에서 깨어 급히 일어나 물었다. "무슨 일로 부르시오? 자세히 말씀해 주소서!" 소가 말했다. "태백금성께서 어지를 받들어 속세에 내려오셨으니, 너와 나 두 사람은 함께 천정으로 올라가야 한다. 어서 앞으로 나아가 태백금성께 배알하러 가자!" 금랑은 이 말을 듣고 몹시 의아하게 여겼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한 선장(仙長)이 앞에 있는 큰 바위 위에 앉아 금랑을 보며 생긋 웃으면서 손짓으로 부르는 것 같았다. 금랑은 소에게서도 이 사정을 들었기에 앞으로 나아가 태백금성에게 깊이 읍하며 말했다. "선장께서 내려오셨으니 감사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소가 알려주기를 선장께서 이곳에 오신 것은 저희를 데리고 천정으로 올라가시기 위해서라 하던데, 저희는 범인(凡人)과 짐승이거늘 어찌 하늘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 태백금성이 웃으며 말했다. "방금 금우가 네게 알려주지 않았느냐? 너희 둘은 모두 내가 이곳으로 보낸 것이다. 이제 십삼 년이 찼으니, 옥제께서 다시 나를 보내 너희를 함께 데리고 가도록 하셨다. 너희 숙연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이다." 말을 마치고 태백금성은 귀에서 선단(仙丹) 한 알을 꺼내 금동에게 받아 삼키라고 하였다.

  금동은 손에 받아 살펴보니, 그 선단은 용안(龍眼) 크기에 오색이 어우러진 모양이었다. 감히 삼키지 못하고 있는데, 곁에 있던 소가 말했다. "그냥 삼켜도 괜찮다. 먹으면 밝은 이치가 열릴 것이다." 금랑은 소의 말을 따라 삼켰다. 잠시 후 몸이 가볍고 상쾌해지며 정신이 충만해짐을 느꼈다. 태백금성에게 다시 절하며 감사를 올렸다. "선장의 은덕을 입어 감격하고 우러름을 잊지 못하겠으나, 보답할 길이 없사옵니다! 부디 선장께서 밝히 일러주소서." 태백금성이 말했다. "너는 본래 천태(天台) 옥제 어전의 제12금동이다. 그해 옥제 성탄에 너를 요지 성모의 두우궁(斗牛宮)에 보내 온량옥배(溫涼玉杯)를 빌려오게 했다. 네가 두우궁에 이르러 천손 직녀의 미모를 보고는 옥지(玉旨)를 어기고 직녀를 희롱하며 매화를 꺾었다. 이에 제의 노여움을 건드려 속세로 내쳐져 고초를 겪은 지 이제 십삼 년, 원만의 때가 이르렀다. 금우성은 네가 속세에서 목숨을 잃을까 염려하여 옥제의 명으로 내려와 너를 보살핀 것이니, 네가 그의 덕에 고생을 함께한 것에 감사하여 옥제 어전에서 몇 마디 보주(保奏)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네 형이 너에게 은의(恩義)를 베풀었으니, 오늘 작별을 고함에 있어 직접 고하지 못할망정 서찰 한 장이라도 남겨 손발의 의리에 보답하는 것이 좋겠다!"

  금랑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 마치 막혔던 무언가가 탁 트이는 듯하였고, 거기다 선단의 감화까지 더해지니 이미 반쯤은 신선의 기운을 얻은 것 같았다. 곧 흰 돌 하나를 찾아 한 입 가득 숨을 불어넣으니 그 돌이 변하여 종이가 되었다. 또 손으로 돌 구멍 안에서 물을 떠다 흙먼지에 부으니 순식간에 한 줌의 먹물이 생겨났고, 솔가지를 꺾어 다시 한 번 입김을 불어넣으니 그것이 붓으로 변했다. 이에 땅바닥에 주저앉아 바위를 책상 삼고 붓에 먹물을 흠뻑 적셔 단숨에 써내려갔다. 쓰기를 마치자 태백금성에게 건네어 읽어보게 했다. 태백금성이 말했다. "바로 이대로 하면 되겠다. 어서 가져다 드리거라.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마."

  금랑은 연기처럼 빠르게 달려 집 앞에 당도했다. 늙은 하인이 문 안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물었다. "도련님 돌아오셨습니까? 밥 드시러 들어가시지요!" 금랑이 말했다. "유서 한 장이 여기 있으니, 형님께 대신 전해드리오. 나는 들어가지 않겠소." 하인이 말했다. "도련님께서는 어찌 들어가지 않으십니까? 유서 한 장이라니, 무슨 뜻입니까? 자세히 말씀해 주소서!" 금랑이 말했다. "자세히 캐물을 것 없소. 형님이 나에게 은의를 베풀어 잊을 수 없기에, 오늘 영원히 이별하면서 서찰로 말을 남기는 것이오. 또 늙은 문공(門公)께서 평소 잘 돌봐주신 것에도 이렇게 작별을 고하오." 말을 마치고 깊이 읍한 뒤 몸을 돌려 떠났다. 늙은 하인이 앞으로 나아가 붙잡으려 했으나, 이때 금랑은 이미 선단을 먹어 반신선의 몸이 되었으니 늙은 하인이 어찌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이로부터 금랑은 한 번 떠나 다시는 만날 날이 없었다. 유서만이 남아 감사를 전할 뿐이었다. 마씨가 그를 학대한 것에 대해서는 훗날 자연히 응보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한참 뒤쫓던 중, 마침 소 대공자(大公子)가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늙은 하인이 헐떡이며 서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어 까닭을 물었다. 하인은 달리 할 말이 없어 곧장 유서를 금성(金成)에게 건넸다. 금성은 손에 받아 한 번 보고는 크게 놀랐다. 뒷일이 어찌 되는지는 다음 회를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