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마씨 악행이 가득 차다 직녀를 만나 천하에서 목욕하다
이야기인즉, 금성(金成)이 늙은 하인에게서 건네받은 유서를 들고 내청(內廳)으로 들어가 의자를 하나 끌어당겨 창가에 앉아 펼쳐 보니, 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금성 형님께 올립니다. 손발과도 같은 형제의 정이 다시 태어난 것과 같은 은혜라 하겠습니다! 평소 악한 형수에게 참혹한 학대를 받아왔으나 형님이 감싸주지 않으셨다면, 아우의 젊은 나이가 저 포악한 여인의 손에 일찍 스러졌을 것입니다. 아우는 본래 선동(仙童)이 속세에 내려온 몸으로, 이제 고난이 차는 때를 맞아 상계(上界)의 태백금성께서 데리고 승천하게 되었습니다. 소도 함께하기 위해 온 것으로, 역시 천신이 하계에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이로부터 아우와 황소는 형님과 영원히 이별하니, 다시는 만날 날이 없을 것입니다. 유서로 작별 인사를 올릴 뿐입니다. 부모님의 제사는 오로지 형님께 의탁하고, 가산의 성패는 더욱 형님 스스로의 몫이 되었습니다. 부디 평안히 지내소서!
아우 금랑 유서로 올림
금성은 다 읽고 창가에 앉아 한동안 묵묵히 아무 말이 없었다. 걷잡을 수 없이 가슴이 저려오더니 아우를 가엾이 여기는 눈물이 주르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이 마씨가 들어와 보더니 급히 다가와 물었다. "낭군께서 혼자 앉아 왜 눈물을 흘리십니까? 무슨 어려운 일이 있으시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함께 생각해보면 낭군의 울적함을 풀어드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금성은 마씨의 잔소리를 듣고 부지불식간에 노발대발하여, 서찰을 마씨의 얼굴을 향해 집어던졌다. 그 순간 뇌장(腦漿)이 터지며 마씨는 쓰러져 즉사했다. 독자 여러분이 의아하게 여길 것이다. 알고 보니 그 서찰은 돌을 불어 만든 것이라 선가(仙家)의 묘용(妙用)이었던 것이다. 마씨의 악행이 이미 가득 찼기에, 금성이 서찰을 집어 던지자 그것이 돌덩어리로 변해버렸고, 돌이 머리에 맞았으니 죽지 않을 리 있겠는가? 마씨는 비명횡사하였으니, 이는 금랑을 학대한 것에 대한 응보였다.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권하노니, 모름지기 충후(忠厚)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최선이니, 하늘이 자연히 착한 사람을 도울 것이요, 결코 마씨를 본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금성은 서찰을 던진 뒤 마씨의 뇌장이 흘러나오며 죽은 것을 보고 몹시 의아하게 여겼다. 또 서찰이 돌판으로 변해 있는 것을 보고는 마씨가 비명에 죽어야 할 팔자였음을 알고, 곧 관(棺)에 염하여 묻는 일을 마쳤다. 그 뒤로 금성이 새로 들인 아내는 매우 어질고 덕이 있었다. 부창부수(夫唱婦隨)하며 자녀를 낳아 기르고 가도(家道)를 다시 일으켰으니, 이는 금성이 평생 충후하게 살아온 덕분이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두겠다.
이제 금랑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금랑이 유서를 전하고 산으로 돌아오니, 소는 이미 변화하여 신장(神將)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초록빛 도포를 입고 짙은 붉은 수염을 길게 드리우고, 손에는 불진을 쥐고 금빛 투구를 쓴 채 큰 나무 아래 우뚝 서 있었다. 또 소나무에는 소가죽 한 장이 걸려 있었는데, 털 빛깔이 예전에 기르던 소와 꼭 같았다. 금랑은 신형을 바꾼 것임을 알았다. 소나무 앞에 이르니, 태백금성이 웃으며 말했다. "편지를 전하고 돌아오는 사이, 저 댁에 뜻밖의 일이 생겼는데 알고 있느냐?" 금랑이 말했다. "형님이 출타 중이시기에 하인에게 부탁하여 전하라 했는데, 어찌 뜻밖의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태백금성이 말했다. "네 서찰은 본래 돌을 불어 만든 것이다. 네가 떠날 때 형이 이미 집에 돌아와 서찰을 읽고 있었다. 마씨가 까닭을 묻자 형이 서찰을 성을 내며 집어 던졌는데, 종이가 돌로 변하여 마씨의 뇌가 터져 죽었다. 이것이 바로 너를 학대한 것에 대한 응보이다. 이제 여러 말 할 것 없다. 소나무에 걸린 소가죽이 있으니, 그것을 몸에 걸쳐야 솟구쳐 구름을 타고 함께 천태에 오를 수 있느니라." 금랑이 말했다. "선장께서 소가죽을 걸치라 하시니 구름을 탈 수 있다 하시는데, 그렇다면 선장과 우성관(牛星官)도 가죽을 걸치시는 것입니까?" 태백금성이 말했다. "금동이 모르는 것이 있구나. 너는 속세의 태에 태어나 살과 뼈로 이루어진 몸이니 어찌 솟구쳐 오르는 능력이 있겠느냐? 이에 금우성에게 명하여 몸을 바꾸고 가죽을 벗게 하여, 네가 그 가죽을 빌려 승천하도록 한 것이다. 이미 저녁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으니 더 지체할 것 없다!" 말을 마치고 소나무 앞으로 다가가 소가죽을 내렸다. 진언(眞言) 몇 마디를 외우고 손으로 천부(天符) 두 획을 그은 뒤, 불진으로 한 번 쓸어내려 가죽을 금랑의 몸에 걸쳐주었다. 세 성관(星官)은 순식간에 상서로운 구름 한 편을 타고 남천문을 향해 곧장 날아올랐다.
남천문에 이르러 무진대도를 따라 천하 서쪽에 당도하여 구름 머리를 멈추었다. 태백금성이 말했다. "오늘은 이미 때가 늦었으니, 내일 이른 아침 조회에 참여해야 성상(聖上)을 알현하고 아뢸 수 있겠다. 오늘 밤은 잠시 천하 서쪽 천장 행궁(天將行宮)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하자." 금우성이 말했다. "그리하면 되겠습니다." 세 성관은 구름 머리에서 내려 궁 밖에 섰다. 사방을 둘러보니 천하는 끝없이 펼쳐지고 물이 하늘 가득하였다. 천하 가에는 목욕 옷을 걸어두는 선대(仙臺)가 있었고, 용혈(龍穴)과 까치 둥지가 있었으며, 무진대도 옆에는 신선한 월계수나무와 여러 선관들의 궁실과 정자가 사방에 즐비하였다. 먼지 한 톨 없으니 참으로 자유롭고 극락 같은 천계였다.
함께 천장 궁 안으로 들어가니 천장은 보이지 않고 다만 두세 성관이 세 사람을 맞이할 뿐이었다. 일제히 전상에 오르니, 깊고 높은 집에 거문고, 바둑, 서화, 도검, 창, 검극(劍戟), 궁전과 투구, 갑옷, 금과월부(金瓜月斧)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두루 살펴보고 나서 다시 태백금성을 따라 뒤 전에 이르니 조용한 처소였다. 사방이 동벽(銅壁)과 철벽(鐵壁) 같았고, 양편에 행랑방이 있었으며, 침상과 이불, 차상(茶几)과 탁자, 걸상, 각색 용품이 갖추어져 있었다. 세 성관이 내실에 들어 자리를 잡으니, 선동(仙童) 하나가 차를 받들어 올렸다. 금동이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니 기이한 향이 넘치고 갈증이 씻은 듯 해소되었다. 그런데 잠시 후 배 속이 꿈틀거리며 괴로운 느낌이 들었다. 원래 속세에서 올라온 신선이 되려면 반드시 먼저 천장 행궁에서 오장(五臟) 속의 속세 음식을 깨끗이 씻어내고, 다시 천하에 들어가 피부를 씻어내야 비로소 완전한 신선의 몸이 될 수 있으며, 그래야 옥제 어전에 나아갈 수 있다. 선차를 마신 뒤 태백금성은 그의 장을 씻어내고 있음을 알고 말했다. "저쪽 뒤편 정구(淨垢)가 있는 곳으로 가서 대변을 보고 오너라." 금동은 이때 배가 몹시 아파 황급히 뒤편의 작은 빈방으로 달려갔다. 정구지(淨垢池)는 속세의 욕탕과 같은 모습이었다. 금동은 웅크리고 앉아 속세에서 먹은 것들을 깨끗이 다 쏟아냈다. 그러자 순식간에 신기가 상쾌해지고 걸음이 나는 듯했다.
앞쪽 행랑방으로 돌아오니 이미 달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칠월 초였고 날씨는 아직 더웠다. 태백금성은 그가 배를 씻고 돌아온 것을 보고 다시 말했다. "너는 이제 뱃속을 씻었으니 이미 정식으로 신선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반드시 천하에 가서 몸을 깨끗이 씻어야 비로소 옥제를 뵐 수 있으니, 그렇지 않으면 더러운 몸으로 제(帝)의 가마를 오염시켜 사고가 생길 것이다." 말을 마치고 태백금성은 포단(蒲團) 위에 반가부좌하고 앉아 기운을 수련하며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금우성은 속세에서 소로 모습을 바꾸었는데, 금동이 서찰을 전하러 간 사이 태백금성이 이미 금단으로 그의 뱃속을 씻어냈고, 일찍이 살과 뼈를 바꾸어놓았다. 게다가 속세로 내려올 때 천서(天書)와 보물을 지니고 있었으니, 구태여 대변을 보거나 목욕할 필요가 없었다. 금우성도 침상에 누워 잠들었다.
혼자 남은 금동은 문득 지난 일이 떠올랐다. 옛날 왕모(王母) 요지 궁에서 천손 선녀를 희롱한 일이며, 이제 서로 헤어진 지 십삼 년, 천손 선녀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몹시 불안했다. 이에 달빛 환한 틈을 타 몰래 행궁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사방에 신선도 선녀도 보이지 않고, 다만 여기저기 집들이 하늘 끝까지 들어서 있었다. 발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어느새 천하 가에 이르렀다. 저 멀리 몇몇 선녀들이 천하에서 목욕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가운데 한 선녀가 천손 선녀와 꼭 닮아 보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바라보니 과연 틀림없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남녀가 따로 있는 것이어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목욕 옷을 걸어두는 선대(仙臺)에 이르렀다. 슬며시 선녀의 옷을 몰래 집어 한쪽에 놓아두었는데, 이상하게도 공교롭게 그것이 바로 천손 직녀의 옷이었다. 금동은 옷을 훔친 뒤 무진대도 가에 몸을 숨기고 선녀가 옷을 찾으러 오기를 기다렸다. 천손 직녀가 천하에서 목욕을 마치고 선대에 오르니 옷이 보이지 않았다. 크게 당황하여 어찌된 일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사방을 한참 살펴보는 사이 다른 선녀들은 이미 목욕을 마치고 옷을 입고 떠나버렸다. 천손 직녀만이 홀로 남아 찾고 있는데, 저 멀리 무진대도 가에 한 선관이 있는 것이 보였다. 앞으로 나아가 물어보고 싶었으나 자신의 맨몸을 생각하니 어찌 사람을 볼 수 있겠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이었다. 금동은 멀리서 천손 직녀가 홀로 강가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옷을 찾지 못한 것이리라 짐작하고는, 옷을 옆구리에 끼고 앞으로 다가갔다. 천손 선녀는 남자가 걸어오는 것을 보자 맨몸이라 어찌할 바를 몰라, 피하려 해도 미처 피할 수 없었다. 급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금동은 천손 선녀가 당황한 것을 보고 급히 정색하며 말했다. "천손이여, 놀라지 마소서! 나는 다름 아닌 바로 그 예전에 요지 두우궁에서 당신을 희롱했던 제12금동입니다. 매화를 꺾어 옥지를 어기고 제의 노여움을 사 속세로 내쳐졌다가, 이제 원만의 때가 이르러 다시 천태로 돌아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당신과 만나게 되었으니, 이것도 숙연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천손의 옷이 여기 있으니, 어서 가져가 입으소서." 천손 선녀는 그 옛날의 금동임을 듣고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마음을 굳히고 가까이 다가가 옷을 받아 입었다. 두 사람이 서로 예를 갖추자, 천손 선녀가 금동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누구인가 했더니, 옛날의 열두 번째 금동이었구나! 그해 나 때문에 내쳐진 뒤로 나도 뒤늦게 후회하며 퍽 미안했소이다. 여기서 먼저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말하며 몸을 숙여 절하려 했다. 금동이 황급히 붙잡으며 말했다. "천손 선녀는 그러실 것 없습니다. 나는 결코 그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천손 선녀가 다시 말했다. "그대가 속세로 내쳐진 뒤로 나는 한시도 마음에서 잊은 적이 없소이다. 그 후 나도 천하 동쪽 운금궁으로 보내져 십삼 년을 베를 짰으나 아직 승천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둘의 삼생(三生)이 다행하여 오늘 이렇게 뜻밖에 만났으니, 평생의 소원이 이로써 이루어졌습니다!" 말하며 두 줄기 신선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뒷이야기가 어찌 되는지는 다음 회를 기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