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직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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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원외의 갑작스러운 죽음 금랑, 예측 못 할 노여움에 매를 맞다

다시 이야기하건대, 우 원외 부부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장남이 찾아왔다. 아버지의 병상 곁으로 다가선 그는 계모가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마도 앞날의 생계를 걱정하는 것이리라 짐작했지만 굳이 까닭을 묻지는 않았다. 이 부인은 장남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눈물을 닦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 원외는 우금성이 병상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옆에 앉으라 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야, 네가 왔으니, 애비의 병세가 어떠한지는 알고 있겠지?" 금성이 대답했다. "소자가 특별히 병환을 여쭈러 왔습니다. 요 며칠 장원의 소작료 거둠이 바빠서 소작인들의 미납이 쌓여 있어, 집안 하인들을 급히 독촉하게 했습니다. 오늘 밖에서 돌아오니 아버님의 병환이 더 깊어지셨다 하여 문안을 드리러 왔사옵니다. 다시 의원을 불러 진찰을 받으실지, 아니면 다른 방도를 쓰실지, 아버님께서 지시해 주시옵소서!" 우 원외는 장남의 말이 일리 있다고 여기면서도 가슴이 미어져, 베개에 눈물을 떨구며 슬피 말했다. "애비의 병은 이미 고황에 들었으니 아마 어찌할 수가 없구나. 혹여 내가 죽은 뒤에는, 아들아, 가산을 잘 지켜 남달리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아비가 죽었다 하여 단속할 사람이 없으니 마음대로 방탕하게 굴어서는 절대 안 된다. 애비가 죽은 뒤에도 아비가 살아 있을 때처럼 여겨야 하며, 어린 동생이 살아 있고 계모가 집에 계신즉 모두 잘 보살펴야 한다. 네 처는 성미가 오만하고 어리석으니 어르고 달래서 부드럽게 대해야지, 자주 다투어서는 안 된다. 아비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너희를 박대한 적이 없으니, 아비가 아니었더라면 남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겠느냐?" 이 말에 이르러 기가 막혀 희미하게 한숨을 쉴 뿐이었다. 우금성은 아버지의 간곡한 가르침을 듣고 가슴이 움직여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으니,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위로의 말을 올렸다. "아버님의 병환이 고황에 이르셨으니 손쓸 도리가 없음은, 모두 연로하시어 기혈이 쇠하신 까닭입니다. 아버님께서 하늘로 돌아가신 뒤에는, 소자 있는 힘을 다해 계모를 효성껏 모시고 어린 동생을 우애로 대할 것이오니, 아버님은 마음에 두지 마시고 안심하시옵소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우 원외의 안색이 변하더니 가래가 가슴에 막혀 그 자리에서 숨이 끊기고 말았다. 눈이 감기고 발이 뻣뻣해지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자식을 버려두고, 만관의 가산을 뒤로 한 채 황천 길에 올랐다. 만사가 끝났으니, 아내가 아무리 통곡해도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다. 아아, 인생 백 년이란 고작 삼만 육천 날에 지나지 않는 것을! 일단 무상하게 되면 각자 뿔뿔이 흩어지며, 지난날 첩을 총애하고 자식을 아끼던 마음도 모두 사라지고 마니, 참으로 처량하고 슬픈 일이다. 그러하니:

  어진 어미는 절개를 지키되, 남편 그리는 괴로움을 피하기 어렵고,

  고아는 살아남되, 못된 형수의 음모를 두려워해야 하네.

  친척들도 돌볼 수 없고, 가산도 머지않아 나뉘리니,

  일이 이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구나, 이 말에 이르러 더욱 슬프도다!

  우 원외는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 부인과 장남, 장며느리가 모두 통곡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이 부인의 가슴앓이는 더욱 사무쳤고, 어린 금랑은 아직 세상을 모르는 나이라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줄 알았겠는가. 다행히 금성은 효심이 일어 수의와 관곽 등 모든 것을 두루 갖추어 치르고, 친지들에게 부고를 전하여 날을 잡아 발인했다. 그날이 오자 친지들의 조제가 이어지고, 빈소가 가득히 차려졌으며 스님과 도사를 불러 재를 올렸다. 여러 날 바쁘게 지내다가 발인 날이 되어 산에 장사 지냈다. 이로부터 금성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재산을 관장하게 되자, 마씨는 더욱 득의양양해져 계모의 단속을 받을 리 없었다. 이 부인은 남편이 죽은 뒤 슬픔이 지나쳐 몸도 점점 쇠해져, 얼굴은 노랗게 뜨고 수척해졌다. 일 년 남짓 홀로 지내다가 마침내 마음의 병이 깊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더욱이 자식 사랑이 각별하고 남편 그리움이 깊어 결국 병을 얻어 눕고 말았다. 금성은 그래도 효성을 잊지 않고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서둘러 의원을 모시고 약을 썼다. 그러나 운명이 그리 되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 또한 목숨을 다하고야 말았다. 그러하니:

  부부는 함께 황천 길에 오르고,

  시숙과 형수 사이에 음모가 드러나도다.

  우금성은 계모가 세상을 떠난 것을 보고 서둘러 관에 넣어 장사를 지내니, 또한 적잖은 은전이 들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산소에 모시고 부모의 뒷일을 마무리했다. 금성은 집안 사정을 더욱 씁쓸하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매우 슬퍼했다. 하지만 어린 동생이 올해 겨우 일곱 살인데 부모가 모두 없으니 금랑이 가여워 각별히 아꼈다. 오직 마씨만이 집안일을 틀어쥐고 아홉 명의 머슴을 부려 논밭을 갈았다. 하지만 이따금씩 금랑을 사소한 이유로 심하게 때렸고, 금랑은 일곱 살이었지만 세상 물정을 꽤나 알았기에 감히 형에게 고하지 못했다. 금성은 때로 성내에 나가 장사를 하고 때로 밖에 나가 소작료를 거두어, 아내가 금랑을 능멸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세월은 화살 같아 하루하루 흘렀다. 새해를 넘기고 나니 금랑은 이미 여덟 살이 되었다. 어느 날, 마침 삼월 날씨에 복숭아꽃이 붉고 버드나무가 푸르렀다. 금랑은 혼자 후원으로 가 연을 날렸다. 날씨는 맑고 화창하며 나비가 꽃 사이를 날아다니니, 어린아이의 장난기란 온 세상이 마찬가지였다. 금랑은 혼자 후원에서 놀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연을 날리다 보니 손에는 실패만 남았다. 마침 그날 바람이 더욱 거세지자 연이 바람을 따라 날아올랐다. 금랑이 실을 당기며 발을 디디고 서 있으려 했으나 바람에 끌려 사람째로 딸려갔다. 복숭아나무 옆에 금붕어 못이 하나 있었는데, 금붕어를 기르는 물이 한 자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금랑은 바람에 끌려 못가에 이르러 "풍덩" 발을 헛디뎌 빠지고 말았다. 연줄도 놓쳐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금랑이 빠지고 나니 온몸 옷이 흠뻑 젖었다. 다행히 물이 깊지 않아 목숨에는 별 지장이 없었지만, 못 물을 잔뜩 마셨다. 기어 올라와 돌난간을 붙잡고 천천히 걸어서 나왔다.

  사람은 빠져 죽지 않았지만 옷은 한 곳도 마른 데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모란화계 앞에 서서 햇볕에 몸을 말렸다. 집으로 돌아가자니 형수가 보고 매질할 것이 두려웠다. 이를 생각하니 눈물이 흘러, 하늘을 바라보며 한탄의 한숨을 토했다. 이상한 일도 다 있었다. 마침 태백금성이 구름을 타고 북두성군 처소로 공무를 보러 가던 길이었다. 이곳을 지나다가 원망의 기운이 하늘을 찌르는 것을 보고 구름을 멈추고 아래 세상을 굽어보니, 제십이 금동이 고난을 겪고 있음을 알았다. 가엾이 여겨 구해 주고 싶었지만, 손가락을 꼽아 헤아려 보니 아직 다섯 해의 고난이 남아야 비로소 천정으로 오를 수 있었다. 생각했다. "지금 당장 구할 수는 없으니, 옥황상제께 아뢰어 다른 방침을 세워야겠다." 이리 생각하고는 다시 구름을 몰아 떠났다.

  금랑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하인이 불러왔다. 금랑 앞으로 다가와 옷이 흠뻑 젖은 것을 보고 까닭을 물었다. 금랑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정을 이야기하자, 하인도 비로소 알고 몇 마디 위로한 다음 말했다. "형수님을 만나면 이 늙은 하인이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점심밥이 차려졌는데 마루에 보이지 않아서 찾으러 온 것이니, 어서 저와 함께 가시지요!" 금동은 할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늙은 하인을 따라 마루에 와서 밥을 먹었다. 마루 앞에 거의 다 왔을 때, 마씨는 이미 자리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고, 형 금성은 집에 없었다. 마씨는 금랑이 오는 것을 보자마자 화가 치솟았고, 온몸 옷이 흠뻑 젖은 것을 보자 더욱 불에 기름을 끼얹은 듯 소리쳤다. "이 녀석! 밥 먹을 때를 모르고, 옷도 아낄 줄 모르는 것이냐! 내가 늙은 하인을 시켜 밥 먹으러 오라 했더니, 수정궁에라도 다녀올 요량이었느냐? 지금 이 어린 나이에 이러하니, 장성하면 하늘 궁궐이라도 뒤집어 놓을 셈이냐? 오늘 점심은 벌로 먹지 못하게 한다. 내가 밥을 먹고 나서 너를 처리해 주마!" 그러더니 한편으로 밥을 먹었다.

  밥이 끝나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앞으로 나서며 금랑을 한 손에 낚아채어 위아래 옷을 몽땅 벗겼다. 늙은 하인은 일이 잘못되어 가는 것을 알고, 번번이 심하게 맞는 것이 가엾어서 이번에는 더욱 심하겠다 싶어 서둘러 마씨를 붙들었다. 마씨는 화가 치밀어 눈을 크게 부릅뜨고 험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하인 놈아! 때려죽이면 내가 목숨으로 책임질 것이니,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하인들과 계집종들은 마씨의 사납고 모진 성격을 잘 알기에 감히 말리지 못하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마씨는 금랑의 위아래 옷을 낱낱이 벗겨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손에 세 가닥 등나무 회초리를 들어 온몸을 마구 내리쳤다. 때리고 나니 살갗이 터지고 피가 흘러, 흰 살이 자줏빛으로 변하여 온몸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금랑은 울부짖으며 형수에게 제발 조금만 때려 달라고 빌었지만 마씨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때 금랑이 회초리를 움켜쥐고 애원하며 말했다. "형수님, 부디 화를 가라앉혀 주십시오! 제 몸에는 이미 피가 흘러내립니다. 이 작은 시숙을 아들로 여겨 주시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부모님 얼굴을 생각하시어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옵소서!" 마씨가 소리쳤다. "이 녀석! 그래도 감히 말대꾸를 하느냐? 오늘 때려죽이지 않고는 끝낼 수 없다!" 그러면서 회초리를 다시 빼앗아 또 때리려 했다. 떠들썩한 소리 속에 금랑이 통곡하던 그때, 대문 밖에서 구원의 별이 찾아왔고, 하인들은 모두 기뻐했다. 찾아온 이가 누구인지 알고자 한다면, 다음 회를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