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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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훈풍전에서 임금과 신하가 희곡을 고르다 — 수이주성에서 장수와 병졸이 사로잡히다

앞서 말한 대로 양룡우는 향군이 완대성에게 욕을 퍼붓자 눈 속에서 그를 구해 내정으로 보냈다. 또 매향루를 지킬 사람이 없을까 걱정되어 남전숙(藍田叔)을 불러 잠시 그곳에 머물며 지키게 하였으니, 이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두자.

그날 새 임금 홍광제는 악사들과 기녀들을 모두 훈풍전(薰風殿) 안으로 선발하여 배역을 정한 뒤 함께 희곡을 공연하게 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생(生), 단(旦), 추(丑) 등 각 역할들이 뜻에 맞지 않는지라, 내정에서 봉사하던 완대성이 먼저 거기서 기녀들을 살펴보다가 향군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 "이정려는 어찌 보이지 않소?" 여러 사람이 말하였다. "지난번 눈 속에서 넘어진 이후로 지금도 통증을 참으며 저 복도 아래 누워 있사옵니다." 완대성이 말하였다. "성가(聖駕)가 오시어 배역을 정하여 공연을 할 것인데 어찌 그냥 두겠소?" 또 말하였다. "이 종년이 가증스럽도다. 오늘 정(淨: 악인 역) 배역은 그에게 맡길 수밖에 없겠구나!" 이렇게 말하는 사이 갑자기 종소리가 울리더니 환관 두 명이 용선(龍扇)을 들고 홍광제를 인도하여 나오자 홍광제가 용위(龍位)에 앉아 말하였다. "짐이 즉위한 지 거의 일 년이 되었는데 다행히 사진(四鎭)이 막아 주어 유적이 남하하지 못하고 있소. 어제 반역한 신하가 노번(潞藩)을 세우자고 제창하였으나 이미 체포하여 옥에 가두었소. 지금은 밖으로 외침이 없고 안으로 내란도 없소이다. 마침 숙녀를 간택하여 정궁을 책봉하고 있는데 이는 작은 일이오. 다만 짐이 제왕의 존귀함을 누리면서 성색(聲色)의 봉사가 없으니 높은 자리에 단정히 앉아 있자니 적막하기 그지없소!" 완대성이 곁에서 아뢰었다. "신 광록시경(光祿寺卿) 완대성이 만안(萬安)을 삼가 청하옵나이다!" 홍광제가 일어나도록 하고 완대성에게 말하였다. "지금 마침 양춘이라 잔설에 이른 꽃이 피어나는데 짐이 봄놀이와 오락이 싫어진 것은 무슨 까닭이오?" 완대성이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성상께서는 태평함을 누리시며 마땅히 행락을 즐기시어야 하는데 봄놀이와 오락이 싫어지신다니 어찌된 영문입니까?" 홍광제가 말하였다. "짐의 마음속 일은 경도 알 만하지 않소." 완대성은 잘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척하여 멍한 듯 아뢰었다. "미신(微臣)이 우둔하여 성상의 높고 깊은 생각을 진실로 헤아리지 못하겠사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밝게 알려 주시어 근심을 나누게 해 주시옵소서!" 홍광제가 말하였다. "경에게 이르노니, 짐이 천자의 존귀한 신분으로 구하지 못할 것이 없건만, 다만 경이 올린 《연자전》이 중흥 한 시대의 음악으로 태평세월을 꾸미는 첫째 요긴한 일인데, 지금 정월 초아흐레가 되도록 아직 배역이 정해지지 않아 만일 등절(燈節)을 놓친다면 어찌 분하지 않겠소?" 이어 왕탁이 쓴 대련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만사에 손에 잔을 드는 것만 같은 것이 없고, 백 년에 머리 위에 달이 차는 것을 몇 번이나 보랴.』 일 년에 몇 번이나 원소절(元宵節)이 오겠소? 그래서 이러저러 머뭇거리다 보니 먹고 자는 것마저 줄었소이다!" 완대성이 전 앞에 무릎 꿇고 말하였다. "원래 이 촌스러운 곡조 때문에 성상의 마음을 근심케 하였으니 모두 미신의 죄이옵니다. 어찌 감히 온 힘을 다하여 주상의 은혜에 보답하지 않겠나이까! 다만 내정의 여악(女樂)에 어느 배역이 부족한지 알 수 없사옵니다." 홍광제가 말하였다. "다른 배역은 어찌어찌 봐줄 만하나 생과 단과 소추(小丑)가 짐의 뜻에 맞지 않소이다." 완대성이 아뢰었다. "예부에서 올려 보낸 악사들과 기녀들이 지금 외당에서 간택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성상께서 어지를 내려 그들을 들어오게 하시어 간택하시옵소서." 홍광제가 상주를 허락하고 즉시 완대성에게 어지를 선포하여 그들을 전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홍광제는 이 무리를 보고 하나하나 물었다. "너희가 새로 나온 전기(傳奇) 《연자전》을 공연할 수 있느냐?" 여러 사람이 대답하였다. "모두 공연해 본 적이 있사옵니다." 오직 향군만이 엎드린 채 말을 하지 않자 홍광제가 물었다. "저 나이 어린 가기(歌妓)는 어찌하여 말을 하지 않느냐?" 향군이 아뢰었다. "어려서부터 배운 적이 없사옵니다." 완대성이 이 기회를 틈타 아뢰었다. "그가 배운 적이 없다면 예대로 추(丑) 배역으로 정하고, 배운 이들은 생과 단을 맡으면 될 것이옵니다." 홍광제가 말하였다. "정해진 예가 있다면 경의 아뢴 대로 하라." 다시 향군에게 물었다. "너는 《연자전》을 배운 적이 없다 하니 다른 것은 할 수 있느냐?" 향군이 또 아뢰었다. "《모란정》을 배운 적이 있사옵니다." 홍광제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모란정》을 한 대목 불러 보거라!" 향군이 부끄러운 빛을 얼굴에 띠자 홍광제가 말하였다. "저 분처럼 흰 얼굴이 붉어지니 마치 수줍어하는 것 같구나. 복숭아꽃 부채 하나를 내려 봄빛을 두루 가리도록 하라." 향군이 부채를 받아 들고 사은하며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어인 연유로 옥 같은 선녀가 다시 무릉원으로 돌아왔던가

오직 물 위의 꽃잎이 눈앞에 떠다니기 때문이로다.

저 하늘이 꽃값을 아끼지 않았건만

우리 사람 마음속에는 붉은 눈물로 물든 원망이 있구나.

아, 봄 이삼월을 저버렸구나.

《나화미(懶畫眉)》

홍광제가 기뻐하며 말하였다. "이 여자는 소리도 용모도 모두 빼어나니 추 배역을 맡기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저 검은 배역과 바꾸어라." 이에 시중을 들게 하여 거나하게 한 잔 마시고 웃으며 말하였다. "저 두 사람은 이미 부를 수 있고 이 젊은이도 배우기 어렵지 않을 것이니 원소절 가절을 놓치지 않겠구나. 짐의 마음이 매우 기쁘다. 시중아, 다시 술을 따라라. 짐이 너희와 함께 십번(十番)을 한 차례 치련다. 짐은 북 치는 것을 잘하니 너희는 각각 악기를 맡아 어서 치거라!" 이에 《우협설(雨夾雪)》한 곡을 연주하였다. 치기를 마치자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짐의 열 가지 근심 중 아홉 가지가 사라졌다! 시중아, 왕탁이 베껴 쓴 해서체 대본을 이 여자에게 내려 주어 훈풍전에서 사흘 안에 외워 노래를 배워 공연에 나서게 하라. 이미 아는 이들은 그를 이끌어 악단에 들어오게 하라." 완대성과 여러 사람이 모두 어지를 받들어 물러갔고, 오직 향군만이 훈풍전 안에 남아 대본을 읽고 외웠다. 참으로:

봄바람이 불어도 들어올 길이 없으니

장문(長門)에 갇힌 복숭아꽃이 스스로 피어날 뿐이로다.

앞서 말한 대로 후조종은 사공의 명을 받아 총병 고걸과 함께 수이주(睢州)로 와서 강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걸은 성미가 까다롭고 포악하여 당면하여 총병 허정국(許定國)을 면전에서 꾸짖어 댔다. 조종은 다툼이 일어나면 수습하기 어렵겠다 우려하여 고걸을 직접 만나 온갖 방법으로 만류하였다. 그러나 고걸은 용기만 있고 지략이 없는 무부(武夫)라 어찌 조종의 말을 들으랴? 조종은 뜻밖의 화가 닥칠까 두려워하여 고걸 곁을 힘써 떠나 달아났다. 이후 고걸은 의기양양하여 무엇이든 내려다보는 기세를 보였다.

뜻밖에도 허정국이 그의 아내 후씨의 밀계를 따라 사람을 시켜 패인(牌印)을 가지고 고걸을 청하여 성 안으로 들어와 연회에 참석하고 군마를 점검하게 하였다. 고걸은 이것이 계책인 줄 어찌 알랴? 심복 두 장수를 데리고 허정국의 서(署)로 가서 술을 마시고 군마를 점검하러 왔다. 허정국은 사람을 다리 머리에 무릎 꿇어 맞이하게 하였다. 고걸이 다리 머리에 이르러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의 차관(差官)이오?" 여러 사람이 말하였다. "저희는 허정국이 보낸 이들입니다." 또 물었다. "저 허정국은 어찌하여 오지 않소?" 여러 사람이 말하였다. "허정국께서 병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시어 저희들을 보내 패인을 드리며 원수(元帥)를 청하여 성에 들어오셔서 술을 드시고 군마를 점검하시도록 하였나이다." 고걸은 전혀 의심하지 않고 기꺼이 패인을 받아들고 여러 사람과 함께 찰원(察院)으로 들어가 명하였다. "술을 가져와 내 실컷 마신 뒤 군마를 점검하러 가야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술자리가 모두 준비되어 고걸이 두 장수와 술을 마시다 크게 취하였다. 막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포성이 한 번 울리더니 허정국의 가장(家將)들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고걸의 두 장수를 모두 죽였으나 고걸만은 보이지 않았다. 크게 외쳤다. "고걸이 달아났다, 빨리 찾아라, 빨리 찾아라!" 일제히 횃불을 들고 사방을 찾는데 한 장수가 위를 쳐다보며 말하였다. "서까래와 기와가 뚫렸으니 지붕으로 기어 올라간 것 같습니다." 한 장수가 지붕 위로 올라가 살펴보며 말하였다. "저 용마루 위에 어렴풋이 사람의 형체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어서 화살을 쏘아라!" 고걸은 어쩔 수 없이 지붕에서 뛰어내렸다가 여러 사람에게 붙잡혔다. 알아보니 고걸이었다. "잡았다!" 고걸이 크게 외쳤다. "나는 황제가 강을 방어하러 보낸 사람이거늘 누가 감히 나를 해치려 하느냐?" 여러 사람이 말하였다. "우리는 허 총병 나으리만 알지 네가 무슨 검은 것, 노란 것인지 모른다. 어서 목을 내밀어라!" 고걸은 발을 구르며 말하였다. "조종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구나. 그래서 오늘 이 꼴이 되었다!" 목을 한 번 쭉 뻗으며 말하였다. "내 머리를 가져가라!" 여러 사람이 고걸의 수급을 허정국에게 바치니, 허정국은 이내 여러 장수들에게 명하여 밤을 틈타 살그머니 성을 빠져나가 고걸의 수급을 가지고 북조(北朝)에 투항하여 공로로 바쳤다. 그러고는 북조의 군마를 이끌고 강을 건너 남으로 내려왔다.

뒷일이 어찌 되는지는 다음 회를 들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