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가마에 억지로 올라타며 선혈이 부채에 튀다 — 꾀를 써서 어미가 딸 대신 시집가다
앞서 말한 대로 향군은 뭇사람의 요구를 물리치고 하루 종일 누각 위에서 시 적힌 부채를 지키며 후랑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어느새 시월이 되었건만, 수보(首輔) 마사영이 조정을 틀어쥐고 오직 패거리를 불러 모으는 데만 힘쓰며, 권력을 손에 넣은 뒤로는 원한을 갚고 복수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어느 날, 만옥원(萬玉園)의 붉은 매화가 막 피기 시작하자 마사영은 양룡우(楊龍友), 완대성(阮大鋮), 월기걸(越其傑), 전앙(田仰) 등 한 무리의 소인배들을 불러 함께 붉은 매화를 감상하고자 하였다. 양룡우와 완대성 두 사람은 초청장을 받자마자 마사영의 문간방에서 불려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마사영이 두 사람이 이미 와 있음을 알고 들라 하니, 두 사람이 문으로 들어서서 마사영을 보고는 온갖 아첨과 비위 맞추기를 다하였으나 이루 다 말하기 어렵다. 마사영이 웃으며 말하였다. "오늘 날씨가 약간 쌀쌀하니 작은 술자리가 딱 좋구려. 방금 조정에서 내려오니 날이 벌써 오정을 지났소. 낮이 짧고 밤이 길어 세 시진(時辰)이 줄어들었구려." 두 사람이 허리를 굽히며 말하였다. "이는 모두 노사상(老師相)께서 천지를 조화롭게 다스리신 덕이옵니다!" 마사영이 다시 물었다. "월씨와 전씨 두 분은 어찌 안 보이시오?" 수하가 아뢰었다. "월 나으리께서는 치루가 도져 진작에 사정 전갈을 보내셨고, 전 나으리께서는 가솔들을 먼저 떠나보내느라 저녁에야 인사차 오신다 하옵니다." 마사영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자리를 차리도록 하라!" 마사영이 상석에 앉고 두 사람이 곁에 앉아 술을 마시며 승진에 관한 한담과 비위 맞추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완대성은 이 틈을 타 향군을 함정에 빠뜨릴 마음을 품고 마사영에게 말하였다. "노사상, 오늘 꽃 사이의 아취 있는 모임에 이원(梨園)까지는 필요 없사오나, 이 꽃들을 앞에 두고 새벽 바람에 지는 달 같은 노래 한 자락이 없어서야 되겠사옵니까!" 마사영이 웃으며 양룡우에게 말하였다. "처남은 이 방면에 밝으신 분이니 누가 좋을지 보아서 수하를 보내 부르시게." 양룡우가 말하였다. "나머지는 모두 평범하고, 지금 구원(舊院)의 이향군이 새로 《모란정(牡丹亭)》을 배웠는데 꽤 잘 부릅니다." 마사영이 즉시 수하를 보내 부르도록 하였다. 완대성은 짐짓 물었다. "전날 전백원(田百源)이 삼백 금을 들여 첩으로 맞으려 한 것이 바로 그 여자입니까?" 양룡우가 말하였다. "우습지 않습니까, 그 고집스러운 계집이 후조종(侯朝宗)을 위해 절개를 지키겠다며 한사코 따르지 않아 제가 사람을 보내 여러 번 말하여도 끝내 누각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마사영이 이 말을 듣고 노하여 말하였다. "이렇듯 대담한 종년이 있단 말이오? 가증스럽고 가증스럽도다!"완대성이 부추기며 말하였다. "전 조무(漕撫)는 노사상의 향당(鄕黨)인데 그에게 망신을 당한 것은 작은 일이 아니옵니다!"
수하가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소인이 구원에 가서 향군을 불렀사오나, 그가 병을 핑계로 누각에서 내려오지 않겠다 하옵니다." 마사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하였다. "좋다, 집사 하인 몇 명에게 예물 삼백 냥을 들리고 옷가지를 챙겨 가마를 메고 가서 그를 끌어다 전 조무의 배로 보내도록 하라." 하인들이 명을 받아 급히 떠났다. 완대성이 양룡우에게 말하였다. "하인들이 향군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으니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양 형께서 함께 가시면 틀림이 없겠지요." 마사영이 말하였다. "그것도 좋겠구려!"
양룡우가 하인들과 함께 향군의 집으로 갔다. 문 앞에 이르러 하인들이 일제히 문을 두드렸다. 정려(貞麗)는 다급한 문소리를 듣고 사람을 시켜 문을 열게 하였더니, 가마꾼과 등불을 든 이들이 양룡우를 따라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양룡우가 말하였다. "이들은 마 상공 댁 하인들이오. 삼백 냥을 가져와 전 나으리를 대신하여 향군을 맞으러 왔으니 어서 가마에 태울 채비를 하시오." 하인이 은자를 정려에게 건네며 말하였다. "은자가 여기 있으니 어서 단장하고 가마에 오르시오!" 정려는 이 광경을 보고 양룡우의 소매를 잡아끌어 함께 향군이 있는 누각으로 올라갔다. 누각 문을 두드려 열고 이 일을 낱낱이 향군에게 알렸다. 향군이 말하였다. "양 나으리는 저희 모자(母子)를 아껴 주시는 분인데 어찌 이리 독한 손을 쓰신단 말입니까?" 양룡우가 말하였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오. 이것은 마 상공이 행하시는 일이니, 내 생각엔 어서 채비하여 내려가는 것이 좋겠소. 저 험악한 종놈들을 감당하기가 어렵소이다." 향군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노하며 말하였다. "양 나으리,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날 나으리께서 중매를 서서 저를 후랑에게 시집보내셨고 지금도 시 적힌 부채가 증거로 있사옵니다!" 이에 부채를 꺼내어 양룡우에게 내밀며 말하였다. "이 시는 나으리께서도 보신 것인데 설마 잊으셨습니까? 저는 후랑과 이미 부부가 되었으니 거안제미(擧案齊眉)로 해로하면 더없는 행복이요, 설령 생이별 사별을 한다 해도 마음을 변치 않아야 마땅하거늘, 어찌 다른 사람에게 다시 시집가 풍교(風敎)를 해친단 말입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각 아래서 하인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밤이 깊었으니 어서 가마에 오르시오! 배까지 서둘러 가야 한단 말이오!" 정려가 말하였다.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너는 어쩔 수 없다! 양 나으리가 그를 붙들고 계시면 제가 대신 머리를 빗겨 주고 옷을 입혀 가마에 태우겠습니다!" 향군은 시 적힌 부채를 손에 쥐고 마치 몸을 지키는 보검처럼 앞뒤로 휘둘렀다. 대충 단장이 끝나자 양룡우가 앞으로 나아가 안으려 하였는데, 향군이 뜻밖에도 누각 바닥에 머리를 들이박으니 선혈이 낭자하게 뿜어 나와 누각 바닥에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었다. 정려는 이 광경을 보고 놀라고 애통하여 말하였다. "아가, 정신 차려라! 그 꽃 같은 얼굴이 박살이 나고 피가 누각 가득 흘러 시 적힌 부채까지 모두 더럽혀졌구나. 어미가 잠시 그를 침방으로 부축해 쉬게 하고 다시 의논하자꾸나." 참으로:
간신이 옛 원한을 풀고자 하니
미인의 꽃다운 얼굴이야 아랑곳하랴.
앞서 말한 바, 향군은 머리를 부딪혀 상처를 입고 부채에 핏자국이 튀어 침방으로 부축되어 쉬고 있었다. 한창 다급한 터에 누각 아래 하인들이 또 소리쳤다. "밤이 삼경인데 은자를 받아 놓고 가마에 태우지 않으면 우리가 올라가 사람을 끌고 내려가겠소!" 양룡우가 아래를 향해 말하였다. "관가, 서두르지 마시오. 조금만 기다리시오. 모자가 이별하기 어려워하니 정말 가련한 일이오." 정려는 다급한 소리를 듣고 말하였다. "향군이 다쳐서 밖에서는 쉬지 않고 사람을 요구하니 이를 어찌해야 좋은가?" 양룡우가 이 틈을 타 말하였다. "그 재상의 세력은 당신도 알잖소. 이렇게 버티다가는 당신 모자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오!" 정려가 양룡우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하여 구해 달라 청하였다.
양룡우가 한참 생각하다 말하였다.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달리 방도가 없소. 다만 임시방편이 하나 있소이다." 정려가 물었다. "어떤 임시방편입니까? 나으리께서 어서 말씀해 주시옵소서!" 양룡우가 말하였다. "창기가 양가에 시집가는 것은 원래 좋은 일이고, 삼백 냥 예물이 손해도 아니며, 조무에게 시집가는 것이 잘못된 일도 아니오. 게다가 그 집에 가면 산해진미를 먹고 비단을 걸치며 평생 풍족하게 살 것이오. 향군이 이 복을 누리지 못하겠다면, 당신이 꽃을 바꿔 심듯 향군 대신 전앙에게 시집가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면 상부(相府)를 거스르지 않아도 되고 이 하인들의 횡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어떻소?" 정려가 말하였다. "이건 절대 아니 되옵니다! 저는 향군과 나이가 많이 다르고, 또 한순간에 어떻게 가산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혹 누군가가 알아본다면 더욱 난처해집니다." 양룡우가 말하였다. "그건 괜찮소. 내가 당신이 향군이라 말하면 누가 분간하겠소? 버리기 아깝다 하시는데, 이 악한 종놈들이 강제로 끌어가면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하게 될 것이오. 당신이 지금 향군처럼 버티겠다면 나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소. 저 하인들이 마음대로 행패를 부리도록 내버려 두겠소!" 정려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숙여 생각하다가 말하였다. "향군은 이미 다쳤고 하인들은 다급히 사람을 요구하는데, 양 나으리가 떠나 모른 척하면 내 어찌 감당하겠는가. 차라리 잠시 나으리의 계책을 따라 아이 대신 가는 것이 낫겠다." 이에 양룡우에게 말하였다. "나으리께서 무사하도록 보장해 주신다면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다만 향군을 집에 홀로 두고 보살피는 이가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양룡우가 말하였다. "안심하고 가시오. 이것이 당신의 복이오. 향군은 제가 때때로 돌보겠소." 정려는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예물을 향군에게 맡겨 보관하게 하였다. 거듭거듭 당부하고 타이른 뒤 향군과 이별하고 양룡우에게 하직 인사를 드리고 나서 누각을 내려가 가마에 올라 뭇 하인들을 따라 전앙의 배로 가 혼례를 올렸다. 참으로:
한순간에 가무의 무리를 버렸으니
오늘 밤 누구와 짝하여 자는지 알 수 없구나.
뒷일이 어찌 되는지는 다음 회를 들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