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군량을 구하러 동진하려는 좌량옥을 막아 — 조종이 서찰을 써서 경정에게 맡기다
이제 이야기는 후조종의 오랜 벗 좌량옥(左良玉)으로 넘어간다. 그는 성은 좌(左)요, 이름은 량옥(良玉)이니, 일찍이 조종의 부친 휘하에서 장수로 있었다. 고향은 요양(遼陽)이요, 대대로 도사(都司) 벼슬을 지냈으나, 죄를 얻어 파직된 후 무창(武昌)에서 군량 보급 일을 맡게 되었다. 다행히 군문(軍門) 후순(侯恂)의 눈에 들어 졸병의 무리에서 발탁되어 전장(戰將)의 자리에 오르니,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총병(總兵) 직을 배수받았다. 남정북벌을 거듭한 공으로 후작(侯爵)에 봉해지고, 강병과 건장한 군마를 거느리며 양양(襄陽)의 진(鎭)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이자성(李自成)의 난으로 조정이 공황에 빠지고 삼군(三軍)의 군량이 바닥나 지급할 방책이 없게 되었다. 더욱이 병사들이 극도의 굶주림에 시달리며 저마다 변란을 일으키려는 기색을 보이자, 남경으로 군량을 구하러 동진하고 한구(漢口)에서 철병할 마음이 생겼다. 다만 명지(明旨)를 받지 않고 움직이면 의심을 살까 두려워 감히 경솔히 행동하지 못하고, 밤낮으로 병사들을 위무하며 잠시 군심(軍心)을 달래고 있었다. 동진하려는 뜻이 아직 실행되지는 않았으나, 그 소문은 이미 남경에 날아들어 있었다. 문무 관원들이 이 소식을 듣고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 중에 병마(兵馬)를 관장하는 웅명우(熊明遇) 사마(司馬)가 있어, 좌량옥이 일찍이 후순의 휘하에 있었음을 알고, 그 아들 후조종이 현재 남경에 기거하고 있음을 보고는, 조종에게 편지를 써서 동진을 만류하도록 부탁하고자 하였다. 양룡우(楊龍友)가 조종과 옛 친분이 있음을 알고, 룡우를 시켜 조종을 찾아가 편지 쓰기를 청하도록 하였다.
룡우는 웅 사마의 명을 받들어 서찰을 부탁하러 조종의 거처로 찾아갔으나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사람들에게 물으며 찾다 보니, 조종이 유경정(柳敬亭)의 집에서 강담(講談)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경정의 집으로 찾아갔다.
문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곧장 들어가니, 경정이 북채와 박판을 손에 들고 강담을 연창하고 있었고, 조종은 한쪽에 앉아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룡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여기서 강담을 듣고 있소?" 조종이 무슨 일인지 몰라 급히 물었다. "룡우 형, 어찌 이렇게 당황하여 오셨소?" 룡우가 말했다. "아직 모르시오? 지금 좌량옥이 군대를 이끌고 동진하여 남경을 노리고 있으며, 북경까지 넘보려는 기색이 있어, 온 성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소. 병마를 관장하는 웅명우 어른도 손 쓸 방책이 없어, 소제와 형이 친구 사이임을 알고 나에게 와서 간청하라 하였소. 듣자 하니 영존(令尊) 어른이 영남후(寧南侯)의 은사(恩師)이시니, 한 통의 친서를 보내신다면 반드시 물러갈 것이오. 세형(世兄)의 뜻은 어떠하오?" 조종이 말했다. "이런 좋은 일을 어찌 마다하겠소? 다만 가부(家父)께서 벼슬에서 물러나 전원에 계시니, 편지를 보내신다 해도 효력이 있을지 모르겠소. 더군다나 왕복 이삼천 리 길에, 어찌 눈앞의 급박함을 해결하겠소?" 룡우가 말했다. "형은 평소 호협(豪俠)을 자처하시는 분이오. 나라의 큰일에 어찌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있겠소? 어찌 대신 편지 한 통을 써서 당장의 급박함을 구하지 않으시오? 훗날 영존 어른께 알리면 꾸중 들을 일도 없을 것이오!" 조종이 이 말을 듣고 흔쾌히 말했다. "급한 사정을 위한 임기응변이라 할 만하니 그리함이 가하겠소. 내 집으로 돌아가 함께 상의해 봅시다." 룡우가 재촉하며 말했다. "일은 지체할 수 없소. 지금 당장 편지를 써도 늦을까 두렵거늘, 어느 겨를에 상의를 하겠소?" 조종은 마침내 경정에게 화전(花箋)을 찾아오게 하여 즉시 만류하는 서찰 한 통을 써서 룡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웅 사마께 보여서 고쳐 달라 하면 되겠소." 룡우가 말했다. "고칠 것 없소, 내가 가서 말씀드리면 될 것이오. 다만 편지는 다 되었으나, 전달할 사람이 믿음직하고 노련해야 할 것이오." 조종이 말했다. "심부름꾼이 중요하긴 한데, 어디 그런 사람이 있겠소?"
두 사람이 편지 전달할 사람을 궁리하고 있는데, 홀연 경정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양 나리, 후 서방님, 두 분이 고심하실 것 없습니다. 늙은 유(柳)가 한번 다녀오면 어떻겠습니까?" 룡우가 흔쾌히 말했다. "경 선생이 기꺼이 가시겠다니 더없이 좋소. 일이 지체될 수 없으니 어서 행장을 준비하시오. 나는 돌아가서 노자를 보내 드리겠으니, 오늘 밤 안으로 성을 나서야 하오." 세 사람은 서로 읍하고 헤어졌다. 유 마자(柳麻子)의 영협함을 찬하는 사(詞) 한 수가 있으니 그 사는 이러하다.
편지 한 통, 임기응변으로 써 내려,
유 선생 날 선 혀와 빠른 입술에 기대어,
저 거친 원수를 돌려보내니,
만 필 말의 새벽 종소리처럼
이 아름다운 강성을 지켜내리, 삼산(三山)의 봉우리처럼.
이제 유경정이 조종의 서찰을 꼼꼼히 싸서 행장을 등에 메고, 새벽에 걸어 밤에 쉬며, 바람을 무릅쓰고 비를 맞으며 강을 따라 길을 재촉하였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멀리 무창 성이 보이자 경정이 기뻐하며 말했다. "이제 무창 성 밖에 다 왔구나. 행장을 내려놓고 풀밭에서 보따리를 풀어 신발과 모자를 갈아 신고 원문(轅門)에 편지를 전하러 가야겠다." 이에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원문으로 향하였다.
중군관(中軍官)을 만나 한 번 읍하며 말했다. "장군께 원수(元帥)께 여쭈어 달라 하오. 하내(河內)에서 서찰을 가지고 온 사람이 뵙기를 청한다 하오!" 중군관이 말했다. "이 시각에 무슨 서신이 왔단 말이오? 탈영병이거나 반적의 첩자가 아니오?" 경정이 대답했다. "내가 탈영병이라면 어찌 스스로 원문을 찾아오겠소? 첩자라면 이리 당당히 올 리도 없소. 실로 밀서 한 통이 있어 원수를 직접 만나 전달하려 하오." 중군관은 서함이 있는 것을 보고 감히 숨길 수 없어 곧바로 북을 쳐 원수에게 알렸다. 량옥은 즉시 당(堂)에 올라 중군관을 불러 물었다. "무슨 군정이오? 어서 보고하라!" 중군관이 아뢰었다. "별다른 군정은 없고, 다만 서찰을 전한다는 심부름꾼이 하나 와서 당에서 직접 전달하고 싶다 합니다." 량옥은 이 말을 듣고 문을 열게 하면서 크고 작은 삼군에게 엄히 경계하도록 명하며, 만약 반적의 첩자이면 즉시 포박하고, 무릎을 꿇고 들어오게 하라 하였다.
경정은 원문이 크게 열리고 칼창이 빽빽이 늘어선 것을 보았다. 중군관이 영전(令箭)을 손에 들고 전령을 내렸다. "서찰 전달자, 무릎 꿇고 들어오라!" 경정은 태연히 들어서며 두려운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대당(大堂) 처마 앞에 이르러 위를 향해 읍하며 말했다. "원수님 앞에 만생(晩生)이 읍하나이다!" 량옥이 호통쳤다. "네놈은 어떤 자이기에 이토록 방자하냐?" 경정이 말했다. "일개 평민이 어찌 감히 방자하겠습니까? 밀서 한 통을 가지고 특별히 전달하러 왔습니다." 량옥이 물었다. "누구의 서찰이냐?" 경정이 대답했다. "하남 귀덕부(歸德府)의 후 어른께서 문안 드리러 보낸 것이옵니다!" 량옥이 말했다. "후 사도(侯司徒)는 나의 은사이신데, 네놈은 어떤 자이기에 여기까지 전달하러 왔느냐? 서찰은 어디 있느냐?" 경정이 서찰을 올렸다.
량옥이 받아 보고는 곧 문을 닫으라 하고, 경정을 뒷방으로 청하며 말했다. "귀하, 앉으시오." 량옥이 봉투를 뜯어 보며 말했다. "이 글의 뜻을 한눈에 다 파악하기는 어렵구나. 내용인즉 변방을 지키고 군대를 내지(內地)로 이동하지 말라는 뜻인 듯하오. 그런데 귀하의 성함은 무엇이며, 후 어른과는 어떤 관계이오?" 경정이 대답했다. "황공하옵니다. 소생의 성은 유(柳)요, 호는 경정이라 하옵니다." 이에 차를 올려오니 경정이 찻잔을 받아 들었다. 량옥이 경정에게 말했다. "귀하도 아시겠지만, 이 무창 성은 장헌충(張獻忠)이 한 차례 불을 지르고 약탈하고 간 뒤로 열 집에 아홉 집이 비어 있소. 내가 비록 이곳을 지키고 있으나, 꼴도 없고 양식도 없어 날마다 소란이 끊이질 않으니, 나도 어쩔 수가 없소이다." 경정이 이 말을 듣고 기개 있게 말했다. "원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예로부터 군사는 장수를 따르는 법이지, 장수가 군사를 따라 움직이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더니 찻잔을 마루에 던져 버렸다. 량옥이 성을 내며 말했다. "이런 무례한 놈, 찻잔을 내던지다니!" 경정이 웃으며 말했다. "소생이 어찌 감히 무례를 범하겠습니까? 말에 흥이 올라 그만 손이 움직여 버린 것이옵니다." 량옥이 말했다. "손이 움직여 버렸다고?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는 말이오?" 경정이 말했다. "마음을 주체할 수 있었다면, 손이 그리 함부로 움직이진 않았겠지요." 량옥이 탄식하듯 말했다. "경정의 말이 옳소. 삼군이 너무 굶주린 나머지, 내게 묻지도 않고 소란을 피우는 것이오." 그러다가 이내 말했다. "아차, 잊고 있었구나. 좌우에서 어서 밥상을 차려오너라!" 경정이 이에 손으로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배고프다, 배고파라!" 량옥이 그 모습을 보고 재촉했다. "이 못된 놈들, 아직도 안 차리느냐!" 경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기다릴 수가 없으니, 안으로 들어가서 먹겠습니다." 말을 마치고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량옥이 성을 내며 말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안방에 드느냐?" 경정이 돌아보며 말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요." 량옥이 호통쳤다. "배가 고프면 남의 안방에 마음대로 드느냐?" 경정이 웃으며 말했다. "원수님도 배가 고파지면 안방이든 어디든 가리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량옥이 웃으며 말했다. "말마다 내 단점을 찌르는구나. 과연 논변에 뛰어난 선비로다. 내 막하에 꼭 그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더니 다시 물었다. "그대가 사대부들과 교유하는 것을 보니 분명 특별한 재주가 있을 것이오. 바로 여쭙고 싶소!" 경정이 말했다. "소생은 어려서 학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우연히 야사(野史) 몇 구절을 읽어 입에 걸리는 대로 연창할 뿐이온데, 다행히 오교(吳橋)의 범 대사마(范大司馬)와 동성(桐城)의 하 노승상(何老相國)께서 과분한 칭찬을 해주셔서 사대부들과 교유하게 되었으나, 실로 부끄럽고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량옥이 기뻐하며 말했다. "경정에게 이런 절묘한 재주가 있었다니 몰랐구나! 그대를 이 막사에 머물게 할 테니, 아침저녁으로 가르침을 청하겠소!" 이에 이르되:
입 시원하고 혀 날랜 활달한 선비,
장사의 담력과 영웅의 기개를 눌러 버리도다.
뒷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음 회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