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청명절에 봄을 유람하다 미인을 만나고, 난취루(暖翠樓)에서 향주머니를 던져 기약을 정하다
이야기인즉, 후조종이 미인을 찾아가고 싶었는데, 마침 양용우가 우연히 이름난 기녀 향군(香君)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조종은 이리저리 헤아려 보았으나 선뜻 믿음이 가지 않았다. 첫째는 양용우가 완원해(阮圓海)의 옛 벗이어서 혹 이로써 자신을 희롱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었고, 둘째는 스스로 주머니가 궁색하여 화류계에 갖추어야 할 예물을 장만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마음이 답답한 차에, 홀연 문밖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후 상공(侯相公)께서 계십니까?" 막 문을 나서려는데 류경정(柳敬亭)이 이미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이 마주하자마자 미처 예를 갖추기도 전에 경정이 말하였다. "요즈음 이 삼월의 화창한 봄날에, 육조(六朝)의 아름다운 땅에 계시면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오가는데, 상공께서는 그저 서재에 앉아 계시다니, 이 화창한 봄날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조종이 대답하였다. "오래전부터 나가고 싶었으나, 동무가 없어 경치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혼자서는 찾아가기가 어렵소." 경정이 말하였다. "노한(老漢)이 오늘 할 일이 없으니, 상공과 함께 꽃구경 겸 봄 나들이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조종이 말하였다. "그것 참 더할 나위 없이 좋소!" 이에 옷을 갈아입고 경정과 함께 문밖을 나서 성 동쪽으로 향하였다. 길에는 버드나무 푸르고 복사꽃 붉어 일일이 볼 겨를도 없었으며, 봄 나들이 나온 사내와 아낙들이 곳곳에 가득하였다.
한창 걷고 있을 때, 경정이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것이 진회(秦淮)의 물이오. 이 긴 다리를 건너면 바로 이름난 자매들의 집이 있소이다." 조종이 유심히 바라보니, 푸른 안개가 창문을 물들이고 붉은 살구꽃이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으며, 검게 옻칠한 두 짝 대문에는 모두 이슬 머금은 아름다운 버들가지 하나씩을 꽂아 놓았다. 이에 경정에게 물었다. "이곳이 어떤 데요, 이리도 운치가 있소?" 경정이 말하였다. "이 골목은 원래 구원(舊院)으로, 이 가운데 미인이 가장 많소이다. 저 큰 대문이 바로 이정려의 집이오." 조종이 '정려'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용우의 말이 떠올라 곧 물었다. "그 딸 향군이 안에 있소?" 경정이 말하였다. "그 모녀가 안에 있지 않으면 어디 있겠소?" 조종이 급히 경정을 잡아끌어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묻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문을 두드리오? 정낭(貞娘)과 향 언니(香姐) 모두 집에 없소이다." 조종이 이 말을 듣고 마음속에 착실히 조급해졌다. 다시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들이 없다면, 분명 어딘가 봄 나들이를 갔겠지. 여기 앉아서 잠시 기다리면 되지 않겠나!' 이에 문 앞 돌 의자에 앉아서 죽어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경정이 백방으로 재촉하여도 꼼짝하지 않았으니, 보아하니 후생(侯生)은 넋이 나간 듯 취한 듯하였다. 마냥 어쩔 도리 없이 있는 차에, 홀연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양용우와 소곤생이 나란히 걸어오며 손을 모아 인사하며 말하였다. "후 세형(世兄)이 여기 계셨군요. 저희 둘이 댁을 찾아갔더니, 경정과 함께 봄 나들이 갔다고 하기에, 이렇게 만나게 되니 정말 다행이오, 다행이야! 그런데 후 형이 왜 이곳에서 서성거리고 있소?" 경정이 말하였다. "저와 후 형이 봄 나들이를 하다 이곳에 이르렀는데, 향군의 명성을 듣고 찾아가고 싶어 하였으나, 마침 향군이 없어서 후 형이 이러고 있다오." 양·소 두 사람이 말하였다. "후 형, 오늘은 청명(淸明) 좋은 절기라, 원내 자매들이 모두 음식 나눔 모임에 가서 어찌 집에 있겠소?" 조종이 말하였다. "어느 댁에 모임을 가셨는지 아시오?" 곤생이 말하였다. "오늘은 향군의 이모인 변옥경(卞玉京)이 주최하여 난취루(暖翠樓) 위에서 모임을 갖고 있소이다. 후 형이 이 좋은 시절을 빌려 함께 누 아래로 가서 잠시 감상하는 것이 어떻겠소?" 용우가 또 말하였다. "저희 둘이 원래 후 형의 좋은 일 때문에 온 것이오. 난취루가 여기서 멀지 않으니, 다 함께 가보도록 하지요. 후 형도 마음이 편해질 것이오." 조종이 이 말을 듣고 황망히 일어나 두 사람에게 읍을 올리며 말하였다. "여러 분이 이끌어 주신다면, 마땅히 중하게 보답하겠소!" 네 사람이 앞뒤로 두런두런 웃으며 이야기하면서 난취루로 향하였다.
류경정이 말하였다. "후 형, 이미 난취루 아래에 이르렀소이다. 앉아서 기회를 보도록 하지요." 조종이 말하였다. "향군이 있는지 모르겠소?" 용우가 가리키며 말하였다. "저 누각 위에 앉아 있는 이가 향군이 아니오!" 조종이 위를 바라보니, 그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나이는 열다섯 여섯에 지나지 않아, 참으로 기러기도 부끄러워 떨어질 용모요, 꽃도 부끄러워 고개 숙일 빼어난 자태였다. 이에 저도 모르게 혼이 하늘 밖으로 날아가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누각 위를 바라보았다. 한창 마음이 움직이고 있을 때, 누각 위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향군아, 피리를 한번 불어 보거라." 맑은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니, 마치 봉황새가 구름 끝에서 우는 듯하였다. 조종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에 자신이 차고 있던 부채 장식 노리개를 풀어 말하였다. "이 몇 마디 피리 소리가 사람의 넋을 빼놓는구나. 소생(小生)이 참지 못하고 갈채를 보내야겠소!" 부채 노리개를 누각 위를 향해 던졌더니, 뜻밖에도 향군의 품 안에 정확히 떨어졌다. 향군의 얼굴이 온통 붉어지며 수줍은 미소를 머금었다. 정려가 이내 향군의 얼음처럼 맑은 사 손수건에 버찌를 싸서 누각 아래로 던졌다. 여럿이 주워서 쟁반에 담자, 조종이 말하였다. "이것이 누가 던진 줄 모르겠소. 만약 향군이 던진 것이라면 얼마나 기쁘겠소!" 용우가 말하였다. "이 손수건으로 보건대, 아마도 그녀인 것 같소이다." 경정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함부로 건드리지 마시오! 먼저 후 형이 한 알을 입에 물고 이 신선한 맛을 음미해 보시구려." 다들 한창 장난치며 웃는 차에, 홀연 한 사람은 손에 찻주전자를 들고 한 사람은 품에 화병(花甁)을 안고 눈앞에 서 있었다. 참으로:
향기로운 풀은 유독 나비를 따라 춤추고,
미인은 또 봉황대(鳳凰臺) 아래로 내려오는구나.
조종이 누각 위를 바라보다가 용우가 한 손으로 잡아당기며 말하였다. "후 세형, 이분이 정려고, 이분이 향군이오!" 조종이 보는 순간 혼이 몸에서 떠나는 듯하여, 황망히 앞으로 나아가 예를 올리며 말하였다. "선녀(仙子)께서 언제 하계(下界)로 내려오셨습니까? 영접하지 못하였습니다!" 곤생이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분이 정려요, 이분이 향군이니, 상공께서 잘 가려 보십시오!" 후생이 그제야 태도를 바로잡고 예를 올리며 말하였다. "오래전부터 사모하였는데, 한번 뵙게 되니 삼생(三生)의 다행이로다!" 다시 용우에게 말하였다. "과연 묘령의 절색(絶色)이구려. 양 형의 안목이 참으로 틀리지 않았소이다!" 정려가 말하였다. "호구(虎丘)의 새 차를 우려 대접합니다!" 향군이 말하였다. "초록 버드나무 붉은 살구꽃, 봄빛을 물들이는구나요." 조종이 향군의 품속을 바라보니, 부채 노리개가 몸에 패여 있었다. 이에 즉석에서 절구(絶句) 한 수를 읊었다.
남국 가인(佳人)의 패물이여,
소매 안에 감추지 말거라.
낭군 따라 둥근 부채 그림자 속에서,
온몸에 향기를 흔들어 퍼뜨리리라.
용우가 말하였다. "이 시는 풍류스럽고 전아(典雅)하니, 참으로 기이한 재주로다!" 이에 곧 물었다. "어제 말씀드렸던 단장(丹裝) 문제, 후 형이 받아들이실 생각이 있으시오?" 조종이 말하였다. "선비가 장원(壯元)이 되는 데 싫다고 할 자가 어디 있겠소?" 향군이 이 말을 듣고 수줍음을 머금고 다락 위로 올라가 버렸다. 정려가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양 나리의 좋은 말씀을 입어, 상공께서 버리지 않으시니, 이로써 좋은 날을 택하면 천한 몸이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조종이 말하였다. "삼월 보름이면 꽃과 달이 좋은 시절이니, 그날 혼례를 올리면 되겠소이다! 다만 소생은 주머니가 부끄럽게 비어 있어, 예물을 장만하기가 어려울 것 같소이다." 용우가 끼어들어 말하였다. "세형이 걱정하실 것 없소. 혼수와 연회는 소제(小弟)가 일괄 준비하여 그 좋은 날을 장식하겠소이다. 세형이 기꺼이 받아주실 수 있겠소?" 조종이 이 말을 듣고 깊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양 형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다른 날 인사를 드리겠소이다!" 정낭이 딸의 일이 성사되었음을 보고 이에 여러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고 다락으로 올라갔다. 조종 등 네 사람도 각자 원래 길로 돌아갔는데, 네 사람 가운데 오직 조종만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흥겹게 돌아갔다.
사(詞)가 있어 증거로 삼으니:
분해(分解)를 들으며, 잘못 걸어 무협(巫峽) 봉우리 위로 올라갔도다.
조금 더 흘러가는 구름을 더하며, 문득 황망하게도, 신선의 자태를 잊어버렸노라.
봄밤 꽃과 달 허망한 것이 되지 말 것이니, 좋은 인연 손에 닿으면 밀쳐내기 어렵거늘,
몸을 이끌어 고당(高唐)에 나아갈 채비를 하였도다.
이야기인즉, 양용우가 조종과 함께 향군을 단장해 줄 좋은 날을 정하였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곧 바짓가랑이(아랫마을 속칭 '褲子襠')로 가서 저 완대성(阮大鋮)을 찾았다. 옛 교분이 있었으므로 알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그의 뒷정원으로 들어갔다. 채 소리를 내기도 전에, 안에서 완대성의 말소리가 들렸다. "나 완원해(阮圓海)도 사장(詞章)의 재자(才子)요, 과거로 이름난 집안이거늘, 다만 한 번 뜻을 잘못 정해 최·위의 문하에 들어갔다가, 그만 역신(逆臣)의 무리에 이름이 올라버렸도다. 이제 세력이 꺾이어, 나 혼자만 시든 숲의 올빼미처럼 남아 사람마다 욕하고 곳곳에서 공격하는구나. 어제는 제사 지내러 갔다가 다섯 수재(秀才)에게 얻어맞았고; 그제는 연극을 빌리려다가 또 세 공자(公子)에게 모욕을 당하였도다. 어찌할 방법이 없더니, 다행히 맹형(盟兄) 양용우가 계책을 하나 마련해 주어, 후조종을 위해 향군을 단장시켜 줄 혼수를 준비하면 그를 통하여 소통이 될 거라고 하였다. 참으로 이치에 맞는 말이다. 어제 한번 갔다가 다시는 회답이 없으니, 정말 속이 답답하구나!" 용우가 바깥에서 분명히 다 들었다. 이에 큰 소리로 말하였다. "완 형, 소제를 그리워하고 계셨소? 연일 가르침을 받지 못하였소이다!" 완원해가 용우의 목소리임을 알고 급히 나와서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채 자리도 잡기 전에 곧 물었다. "후 조카(侯年侄)의 일이 어떻게 되었소?" 용우가 말하였다. "소제가 바로 이 일 때문에 온 것이오. 후 형의 좋은 날이 이미 삼월 보름으로 정해졌는데, 형께서 준비해 주신 물건이 다 갖추어졌는지 모르겠소이다?" 완원해가 이 말을 듣고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하였다. "제가 이미 삼백 냥을 마련해 두었소. 노형(老兄)이 대신 장만해 주셨으면 하는데, 수고를 해 주실 수 있겠소? 일이 이루어지면 당연히 감사를 드리겠소이다!" 용우가 말하였다. "그렇게 많이 쓸 것 없소이다. 소제가 분부대로 장만하겠소이다!" 원해가 안으로 들어가 은(銀)을 꺼내어 두 손으로 건네었다. 용우가 은을 받아 문밖으로 나갔다.
이야기인즉, 저 향군은 그날 난취루 아래에서 조종을 만나 풍류 재자(才子)임을 알게 된 뒤,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하였다. 이후로는 가볍게 다락을 내려가지도 않고, 함부로 사람을 만나지도 않으며, 오직 보름날 혼례를 기다렸다.
이윽고 좋은 날이 이르자, 정낭은 아주 일찍 일어났다. 한창 사람들을 시켜 발을 걷어올리고 마당을 쓸며 자리를 펴고 탁자를 놓고 있는데, 홀연 양용우가 와서 불렀다. "정려, 오늘이 따님의 단장일인데, 어제 후 형에게 대신 상자와 봇짐 등을 준비해 드리겠다고 약속하였소. 지금 다 갖추었으니, 사람 시켜 안으로 들여다 신방(新房)에 놓도록 하면 따님의 새 단장에 보탬이 될 것이오. 또 서른 냥의 은자를 주방에 넘겨 모든 연회를 풍성하게 준비하도록 하시오!" 정려가 상자와 봇짐, 의복이 빠짐없이 갖추어졌음을 보고, 또 연회 은자까지 있으니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다. 이에 향군을 불러 감사 인사를 드리게 하였더니, 용우가 말하였다. "조금이나마 마음을 표한 것이거늘, 감사를 받기에 당치 않소이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홀연 시끌벅적하게 외쳤다. "새 신랑이 문에 이르셨습니다!" 보아하니 조종이 성장(盛裝)을 하고 모자에 궁화(宮花)를 꽂고 문 안으로 들어오자, 원 안의 모든 이가 저마다 감탄하며 칭찬하였다. 참으로:
과거에 오른 하늘가의 나그네는 아니더라도,
항아(嫦娥)가 사는 달 속의 사람이로다.
이 후조종이 말에서 내리자, 정낭과 함께 여러 배객(陪客)이 객청(客廳)에서 맞이하였다. 양용우가 조종을 보고 읍을 올리며 말하였다. "세형을 축하하오, 가장 아름다운 기녀를 얻으셨소이다! 소제로서는 드릴 것이 없어, 대충 혼수를 준비하고 소략하게 연회를 차렸으니, 하룻밤 즐거움에 보태어질 것이오." 조종이 감사드리며 말하였다. "이렇게 두루 수고해 주셨으니, 어찌 보답을 할 수 있겠소이다!" 정낭이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다. "신인(新人)과 양 나리께서 자리에 앉아 차를 드십시오!" 차를 마친 뒤, 용우가 물었다. "정낭, 모든 혼례 잔치가 다 준비되었소?" 정낭이 말하였다. "나리 덕분에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갖추었습니다!" 용우가 일어나 조종에게 읍을 올리며 말하였다. "오늘 길한 연회에 소제가 감히 자리를 차지할 수 없으니, 이만 작별을 고하겠소이다. 내일 일찍 와서 축하드리겠소이다!" 말을 마치고 후생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 정낭이 청한 배객(陪客) 정계지(丁繼之) 등이 앞으로 나아가 읍을 올리며 축하드렸다. 이에 후생에게 의복을 갈아입도록 청하고, 여자 손님인 옥경(玉京) 등이 향군을 부축하여 나오자, 다들 즐겁게 지내며, 두 신인이 마주하니 참으로: 한쪽은 문장의 으뜸이요, 한쪽은 기녀들의 우두머리였다. 서로 속으로 기뻐하며 각자 그리움을 품었다. 여러 포주들이 잔칫상을 차려 놓고 일제히 말하였다. "원내(院內)의 규칙으로 배례(拜禮)는 없으니, 그냥 기쁨의 술을 드십시다!" 이에 조종과 향군을 나란히 상석(上席)에 청하고, 정계지·장연죽(張燕築) 등 세 사람은 왼쪽에, 변옥경·정타낭(鄭妥娘) 등은 오른쪽에 앉았다. 모두들 술 마시고 노래하며 타고 매우 즐거워하였다. 어느새 붉은 태양이 산에 걸리고 까마귀들이 나무를 찾을 무렵, 여러 사람이 일제히 말하였다. "날이 저물었으니, 신인을 신방으로 보내드려야지!" 정계지가 붙잡으며 말하였다. "서두르지 마시오. 후 나리는 지금 당세의 재자(才子)인데, 절세의 가인을 얻으셨으니, 합환주(合歡酒)가 있는데 어찌 시 한 수가 없겠소?" 여러 사람이 모두 말하였다. "옳소이다! 우리가 새 모양의 화전(花箋)을 가져와 짙은 먹을 갈아 붓을 놀릴 차비를 해드리겠소." 후생이 말하였다. "시 전지(詩箋)가 필요 없소이다. 소생이 궁선(宮扇) 하나를 가지고 있으니, 이에 써서 향군에게 증정하여 영원한 결맹(結盟)의 징표로 삼겠소이다!" 이에 궁선을 펼쳐 생각도 않고 붓을 들어 일필(一筆)로 완성하니, 바로 칠언절구(七言絶句) 한 수였다. 시에 이르기를:
겹겹이 선 붉은 누각 사이 좁은 길 비스듬히 뻗어 있는데,
왕손(王孫)이 처음으로 부평거(富平車)를 타고 오시는구나.
청계(靑溪) 일대에는 모두 신이(辛夷) 나무들이 늘어섰으니,
동쪽 바람 맞은 복사꽃 오얏꽃에는 미칠 수가 없도다.
여러 사람이 후생의 민첩함을 보고 다들 한창 칭찬하고 있는데, 홀연 누군가 전하기를 "양 나리께서 시를 보내오셨습니다!" 후생이 받아서 보니 읽기를:
태어날 때부터 성(城)을 기울일 만한 이가 이향(李香)이니,
품속에 아름답고, 소매 안에 감추었도다.
어찌하여 열두 무협(巫峽)의 여인이,
꿈속에서 유독 초왕(楚王)을 만나러 오는고.
다 읽고 말하였다. "이 어르신이 정이 많으셔서, 최장(催粧) 시 한 수를 보내주셨소이다, 묘절(妙絶)이오, 묘절!" 여러 사람이 듣고 모두 칭찬하였다. 다시 새로이 악기를 연주하며 신인에게 술을 권하였고, 후생과 향군이 잔을 주고받으며 흡족하게 한 차례 마셨다. 초루(譙樓)에서 이경(二更)이 울릴 때, 여러 사람이 일제히 말하였다. "밤이 깊었으니, 자리를 걷고 악기를 울려 신인을 방으로 보내드립시다!" 시녀들이 등불을 들고, 후생과 향군이 손을 잡고 함께 신방으로 들어갔다. 후생이 보니 향군은 술기운에 살짝 홍조가 물들어 봄빛이 얼굴 가득하였으니, 난취루 아래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욱 사랑스러웠다.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그머니 안아서 침상 위로 올렸다. 그대도 탐하고 나도 사랑하니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다 말할 수 없었다; 봉황새처럼 서로 얽히고 뒤집어지니, 오직 바람에 꽃이 떨리는 느낌뿐이었다. 참으로:
유랑(劉郎)이 이미 도원(桃源) 안으로 들어갔으니,
이슬 맺힌 복사꽃이 어찌 피지 않겠는가?
이후 일이 어찌 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