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천금이 규방으로 들어가고, 여덟 목숨의 억울함이 처음으로 바다 밑에 가라앉다
각설하고, 인청(殷成)은 누이의 명을 받자마자 한달음에 뛰쳐나왔다. 보니 러선(勒先)이 밖에서 이미 안을 기웃거리고 있다가, 인청을 보자 얼른 다가와 물었다. "외삼촌! 어떻게 됐소이까? 성공하셨소이까?" 인청이 고개를 젓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러선이 답답하여 말하였다. "안 되셨소?" 인청도 고개를 젓더니 러선을 끌고 걸어갔다. 러선의 여관에 이르러서야 물었다. "라오젠! 아까 하신 말씀이 정말이오?" 러선이 말하였다. "만번 진실이오이다. 그런데 외삼촌은 어떻게 처리하셨소?" 인청이 말하였다. "일은 아주 쉽게 처리됐소. 다만 그 황금 천 냥을 먼저 내놔야 하오. 내 은자 천 냥도 먼저 내야 하오. 마련할 수 있겠소?" 러선이 말하였다. "안에서 정말로 응낙하셨다면 마련 못 할 건 없소이다!" 인청이 말하였다. "당연히 응낙했지, 내가 거짓말을 하겠소? 못 믿겠거든 맹세라도 하리다. 만일 내가 속였다면 당장 천벌을 받아도 좋소!" 러선이 말하였다. "외삼촌! 여기서 잠깐 기다리십시오. 가서 말씀드리고 오겠소." 인청이 말하였다. "빨리 하시오, 늦으면 나는 못 기다리겠소. 그리고 한 가지 더, 반드시 오늘 안에 들여보내야 제대로 되는 것이오. 당신이 못 하면 나도 어쩔 수 없소!" 러선이 말하였다. "알겠소이다. 기다려 주시오, 금방 다녀오리다. 저 침상 위에 아편이 있으니 두 모금 피우며 기다리시오." 말을 마치고 나갔다.
인청이 여기서 기다리다 마음이 답답해지면서도 그냥 가기가 아쉬워, 침상으로 가서 두 모금 피우고 또 한참을 누워 있었다. 그때서야 러선이 돌아와 말하였다. "일은 될 수 있소이다. 외삼촌이 같이 가서 가져오십시다." 인청이 발을 구르며 말하였다. "당신 참 시원시원하지 못하군! 가져다 주지 그랬소? 나는 생면부지 사람 만나는 것을 제일 무서워하는 것을 아시잖소이까." 러선이 말하였다. "외삼촌! 또 그러시는군요. 생각해 보십시오, 사람들이 온전한 금 천 냥을 어떻게 제 손에 맡기겠소이까? 직접 만나셔야 하지 않겠소이까!" 인청이 말하였다. "나를 탓하지 마시오. 당신이 그를 아는데 왜 당신을 못 믿겠소이까? 나는 그를 모르는데 오히려 나를 믿겠소이까? 나는 안 가겠소. 가져다 주시든지, 아니면 나는 그냥 가겠소." 러선이 말하였다. "우리 앞에서는 잘도 버티시면서, 어째서 남을 만나는 건 그리 두려워하시오?" 인청이 말하였다. "이건 각자의 성미이오. 안의 노부자들도 나는 한 명도 인사를 못 하는 사람이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셔도 나는 돌아가겠소!" 러선이 말하였다. "잠깐만 더 기다려 주시오. 내가 같이 가서 받아 오겠소. 이게 다 우리 모두 좋은 일이오. 외삼촌한테도 은자 천 냥이 있잖소. 왜 그리 서두르시오?" 인청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참고 기다렸다.
러선이 또 한참 나가 있다가, 한 사람과 함께 돌아왔는데, 뒤에는 수행원 네 명이 따라오면서 어깨에 자줏빛 무명 보따리를 하나씩 메고 들어와 내려놓았다. 러선이 인청에게 그 사람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분이 바로 인 외삼촌이십니다." 또 그 사람을 인청에게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분은 취 사야(區師爺)이신데, 링 대인의 친척이 되십니다." 인청은 할 수 없이 다가가 인사하였다. 줴싱(爵興)이 인청을 훑어보고는 말하였다. "우리 친척의 소송 건에 있어 귀하의 큰 도움을 간청하옵니다!" 인청이 러선을 보며 말하였다. "라오젠, 도대체 어떻게 말씀을 드린 거요? 나만 귀찮게 하지 마시오!" 러선이 말하였다. "물건은 다 여기 있소이다. 링 대인이 취 사야에게 부탁하여 가져왔으니, 외삼촌이 영수증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인청이 말하였다. "어찌 영수증까지 써야 하오?" 줴싱이 말하였다. "본래 영수증을 받기가 황송하오나, 제가 우리 친척에게 보고드릴 때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청이 말하였다. "그러면 좀 곤란하군요. 내 글씨가 못 나오는데. 라오젠, 당신이 대신 써 주시오." 줴싱이 그 말을 듣고 러선을 끌어 밖으로 나가 두어 마디 나누고는 다시 들어왔다. 러선이 말하였다. "취 사야가 쓰시고, 외삼촌이 도장만 찍으시면 됩니다." 인청이 말하였다. "그건 되겠소." 줴싱이 종이와 붓을 가져다가 '황금과 은자 각 천 냥을 수령함'이라는 열한 글자를 쓰고, 연월일을 표기한 뒤 아래에 '인(殷)'자 하나를 썼는데, 이는 인청이 직접 이름을 쓰게 하려는 것이었다. 다 쓰고 나서 넘겨주었다. 인청은 이름을 쓰지 않고 '인'자 아래에 삐뚤빼뚤하게 십자표를 그려 넣고는 줴싱에게 건네었다. 줴싱이 한 번 빙긋 웃고는 받아들었다. 그리고 수행원 네 명에게 보따리 네 개를 가져오게 하여 펼치니, 종이 꾸러미 열 개가 나왔다. 다시 풀어서 보니 모두 금이었다. 하나하나 세어 보며 말하였다. "이것은 모두 99.8품의 순금으로, 합계 천 냥이오." 또 은자 천 냥짜리 어음 한 장을 꺼내어 건네며 말하였다. "이것은 각하께 드리는 미약한 사례이오이다." 인청이 받아 들고 보고 또 보다가, 러선을 끌고 밖으로 나가 물었다. "이 어음이 진짜요?" 러선이 말하였다. "웃기는 말씀이오! 그분들이 어찌 가짜 어음을 쓰겠소이까!" 인청이 말하였다. "나는 써 본 적이 없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요." 러선이 말하였다. "안심하십시오! 제가 쓸 수 있다고 보증하겠소!" 인청이 그제야 들어와서 러선에게 빈 종이 한 장을 얻어 어음을 싸서 옷섶 안의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리고 말하였다. "저 금은 혼자서는 못 옮기니 사람이 도와야겠소." 러선이 밖으로 나가 점원 두 명을 불러들였다. 금을 두 큰 보따리로 나누어 한 사람이 하나씩 들고 인청을 따라가려던 참에, 갑자기 인청이 멈추어 세우며 말하였다. "잠깐, 잠깐!" 다시 종이 꾸러미 두 개를 꺼내어 줴싱에게 물었다. "이건 백 냥에 하나씩, 맞지요?" 줴싱이 말하였다. "한 치도 틀리지 않소이다!" 인청은 그 두 꾸러미를 내려놓으며 말하였다. "라오젠! 이것은 여기 보관해 두고, 잠시 후에 내가 와서 가져가겠소. 이 일은 나 혼자서는 안 되고 누이가 도와줘서 된 것이오. 이건 누이가 원하는 것이니, 금방 와서 가져가겠소. 절대 잃어버리지 마시오!" 러선이 말하였다. "예, 예, 예! 가져가시고 나서 소식이나 전해 주십시오." 인청이 말하였다. "무슨 소식이 필요하오?" 러선이 말하였다. "어쨌든 안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나오셔서 알려 주시면 되오이다." 인청이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돌아와 말하였다. "별말은 없고, 누이가 내일 이미 심리를 촉구하겠다 하오." 말을 마치고 이백 냥의 금을 집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줴싱은 러선과 작별하고 구이싱(貴興)에게 돌아가 인청의 행동거지를 이야기하니, 모두 한바탕 웃었다.
다음 날이 되어, 황 지현은 과연 이 사건을 제심(提審)하여, 양측 당사자, 사방 이웃, 지보(地保), 책부(柵夫), 인증(人證)을 모두 소환하여 공당을 열어 심리하였다. 구이싱도 첸위궈(錢裕國)와 원창밍(文昌明)을 데리고 공당에 와 직접 답변 소장을 제출하였다. 황 지현이 살펴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다. "소장인 링구이싱(凌貴興), 죽음을 빌미로 재앙을 씌운 것이니 굽어 살피시어 이 죄 없는 자를 풀어 주시기를 삼가 청하옵니다. 소생의 부친 종커(宗客)와 악한 량천라이의 부친 차오다(朝大)는 남웅(南雄)에서 합자하여 장사를 하며 이십여 년을 지내면서 아무 원한도 없었습니다. 강희(康熙) 사십팔 년, 차오다가 모래밭을 구입하면서 대금이 부족하여 소생의 부친에게 은자 삼천 냥을 빌리고 차용증을 쓰고 증거로 삼았습니다. 이후 어느 해에 서로 헤어졌으며, 소생의 부친이 이 금을 돌려받으려 하였으나 차오다는 이자가 낮고 유리하여 돌려주지 않고 세월을 끌었습니다. 소생의 부친이 돌아가신 뒤 차오다도 뒤이어 세상을 떠났으나, 여러 번 천라이 형제에게 돌려줄 것을 촉구하니 처음에는 빚을 인정하더니, 나중에 다시 물으면 '사람이 죽으면 빚도 썩는다'는 말로 대답하였습니다. 생각건대 천라이는 백만 금을 가진 자인데 어찌 이 삼천 금을 갚지 못하겠습니까? 실은 억지로 떼어먹으려는 것입니다. 작년 길에서 만나 소생이 정당하게 물었더니 그 악한이 소생이 약한 것을 보고 주먹질을 가하였으며, 다행히 족숙 종쿵(宗孔)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이웃이 말려 화를 면하였습니다. 그때 소장을 올려 고소하려 하였으나, 그의 어머니가 바로 소생의 고모님이시라 친히 오셔서 눈물로 만류하시어, 고모님의 애통함을 보고 선인 사이의 정의도 생각하여 참았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고모님이 살아 계신 날 동안은 소장을 올리지 않겠다 하였습니다. 뜻밖에 도적이 그의 집에 침입하자, 이 악한이 여덟 목숨으로 남에게 덮어씌워 빚을 탕감하려 하였습니다. 이에 일곱 구의 시체 여덟 명의 목숨 사건에 소생 숙질을 억지로 끌어들였습니다. 은덕을 입어 심리에 불려 왔으니 어찌 삼가 받들지 않겠습니까. 별도로 량차오다의 친필 차용 목록 한 장을 첨부하여 올리오이다. 은혜 베푸시어 이 죄 없는 자를 풀어 주시고, 빚진 금액을 추징하시어 온 가족이 은혜를 입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상 아뢰나이다."
황 지현이 다 읽고 나서 공당을 탁 치며 천라이에게 말하였다. "네 아비의 빚을 갚을 힘이 없었다면 잘 상의를 하면 될 것인데, 어찌 그를 억지로 고소하여 떼어먹으려 한단 말이냐!" 천라이가 말하였다. "이건 증인도 없는 가짜 어음입니다." 황 지현이 말하였다. "진짜 어음인지 가짜 어음인지는 지금 당장 따질 것이 아니다. 네가 그가 강도 무리를 규합하여 행동하였다고 고소하였는데, 대체 어느 자의 증언이냐?" 장펑(張鳳)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엎드려 아뢰었다. "소인이 7월 18일에 친히 링구이싱의 창 밖에서 들은 것으로, 결코 허위가 없습니다." 량한자오(梁翰昭)도 아뢰었다. "그날 밤 소인이 친히 도적 무리 중에 링씨 집 자제들이 절반은 되는 것을 보았으니, 감히 허위로 끌어들이지 않겠습니다." 황 지현이 또 황위안(黃元)에게 물었다. "네가 책부로서 다른 사람보다 더 자세히 보았을 터인데, 너는 어찌 말하겠느냐?" 황위안이 말하였다. "소인이 보기에는 대부분 낯선 얼굴들이었고, 게다가 대부분 다른 현의 사투리를 쓰고 있었는데……" 황 지현이 한 마디로 끊으며 장펑과 한자오에게 말하였다. "너희 두 사람이 본 것이 책부의 것보다 더 정확하겠느냐? 분명히 모두 분수를 지키지 않는 자들이라, 쓸데없이 끼어든 것이다!" 말을 마치고 형벌 패를 던지니, 좌우의 차역들이 두 사람을 끌어당겨 쓰러뜨리고 각각 소태 삼십 대를 쳤다. 그때 첸위궈와 원창밍이 함께 아뢰었다. "소인들이 탄촌에서 오래 살며 평소에 링구이싱이 집에서 글을 읽고 다른 일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실로 량천라이의 허위 고소입니다. 나리께서 믿지 않으신다면 소인 두 사람이 모두 서약서를 쓰겠습니다." 장펑이 또 아뢰었다. "서약서를 쓰겠다는 이 두 사람을 소인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첸위궈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 자는 가응주(嘉應州) 사람 이발사 아산입니다." 또 원창밍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 자는 돼지 잡는 아얼입니다." 황 지현이 말하였다. "그들이 이발사와 백정이라면, 본현이 네게 묻겠다. 너는 무슨 생업을 하느냐? 말해 보아라!" 좌우의 차역들이 연달아 "말하라, 말하라!" 하고 외쳤다. 장펑이 말하였다. "소인은 평소 분수를 지키며 살아왔으나, 운이 나빠 못된 짓도 못 하여, 그저 거리에서 밥을 빌어먹고 있습니다." 황 지현이 한 마디로 끊으며 말하였다. "이 놈아! 사람에게는 백 가지 기술이 있어 모두 먹고살 수 있는 법이거늘, 네 나이도 젊고 장애도 없으니 무슨 일인들 못 하겠느냐, 거지 노릇이라니, 분명히 건달이로다! 또 쓸데없이 소송에 끼어들다니, 좌우는 다시 치거라!" 말을 마치고 패를 떨어뜨리니, 좌우의 차역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달려들어 장펑을 눌러 쓰러뜨리고 하나씩 열씩 세어 대태(大板) 팔십 대를 쳐, 살가죽이 터지고 살점이 뚫어졌다. 장펑이 고통을 참지 못해 큰 소리로 외쳤다.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외치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내청에서 북소리가 한 바탕 울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현감이 이미 공당에서 물러가 버렸고, 여러 차역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양측 사람들을 데리고 내려가 판결을 기다리게 하였다.
천라이의 가슴에는 한없는 억울함이 가득하였다. 한자오와 장펑이 아무 이유 없이 매를 맞고, 장펑은 피를 흘리며 한 발 한 발 절룩거리는 것을 보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문득 한 사람이 나와 큰 소리로 외쳤다. "대인 분부이시오. 량천라이 사건의 인증들은, 책부 황위안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모두 잠시 석방하라." 천라이는 어쩔 수 없이 한자오와 장펑을 데리고 천화행(天和行)으로 돌아왔다. 들어가 보니 찻방 종업원이 말하였다. "스 선생님이 안에서 오래 기다리고 계십니다." 천라이가 두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즈보(智伯)가 자리에 있었다. 만나자마자 물었다. "심리는 어떻게 됐소?" 천라이가 공당에서의 일체 문답을 낱낱이 이야기하였다. 즈보가 말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링구이싱에게는 단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단 말이오?" 천라이가 말하였다. "없습니다!" 즈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이건 일이 틀려졌소. 내가 또 한 가지 짐작하는 것이 있소이다." 천라이가 말하였다. "선생님은 무엇을 짐작하십니까?" 즈보가 말하였다. "두 번째 장펑을 칠 때, 내청에서 바로 퇴정 북이 울리고 현감이 즉시 물러가 버리지 않았소이까!" 천라이가 놀라며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찌 그것까지 아십니까?"
즈보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는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