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분한 기원에 천라이 처음으로 고소장 올리고, 뇌물 듬뿍 챙겨 러선이 관아 친척 먼저 찾아가다
각설하고, 천라이가 그 자리에서 사례금으로 은자 백 냥을 건넸으나 즈보는 어찌 받으려 하겠는가. 천라이가 재삼 강권하니 쩌천이 즈보에게 눈짓을 보냈고, 즈보는 그제야 받았다.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두 사람은 작별하고 떠났다. 한 화살 거리쯤 걸어 나오자 즈보가 그 은자 백 냥을 꺼내 쩌천에게 건넸다. 쩌천이 말하였다. "이건 천라이가 선생께 드린 사례금인데 어찌 제게 주십니까?" 즈보가 어리둥절하여 말하였다. "형이 받기 싫다면 어째서 내게 눈짓을 보낸 거요?" 쩌천이 말하였다. "선생께서 모르시는 게 있습니다. 천라이는 본래 성품이 고지식하고 고집이 세어서, 선생께서 받지 않으시면 오히려 선생이 온 마음을 다해 돕지 않는다고 의심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선생이 받도록 권한 것입니다." 즈보는 이 말을 듣고도 쩌천에게는 아랑곳없이 몸을 돌려 곧장 천라이의 행에 돌아와 면전에서 은자를 되돌려 주었다. 천라이가 크게 놀라 말하였다. "선생, 이게 무슨 뜻이십니까? 혹시 너무 적다 하여 싫으신 것입니까?" 즈보가 쩌천의 말을 그대로 전한 뒤 또 말하였다. "나는 예로부터 남의 소장을 써 주면서 돈을 받은 적이 없소이다. 그저 억울함을 참을 수 없어서 하는 일일 뿐이오." 천라이가 다시 강권하려 하자 즈보가 정색하며 말하였다. "량 형, 이건 잘못하시는 겁니다. 설마 나를 장펑(張鳳)보다도 못한 인간으로 보시는 것입니까?" 이 한마디에 천라이는 겁이 나서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연신 두 손을 모아 사과하였다.
즈보가 작별하고 떠난 다음 날 아침, 과연 친히 소장 한 통을 가져왔다. 천라이가 재삼 감사를 표하며 차와 다과로 대접하였다. 소장을 살펴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고소인 량천라이(梁天來), 호랑이 같은 악인에게 겹겹이 물어뜯기며 일곱 구의 시체 여덟 명의 목숨을 도살한 사건을 삼가 아뢰나이다. 소인은 슬프게도 가세가 영락하고 식구도 변변찮은 처지에 링구이싱(凌貴興) 숙질의 발아래 살고 있사옵니다. 저들은 풍수설을 믿어 소인에게 집을 헐어 내주어 자신들의 지기(地氣)를 도우라고 강요하였습니다. 소인은 선친이 마련해 주신 터를 자식된 도리로 차마 버릴 수 없어 거절하였더니 원수가 되어, 거듭 권세로 핍박하여 묘를 파헤치고, 나무를 베어 내고, 백호(白虎)를 세워 명당을 비추고, 뒷담을 무너뜨리며, 연못을 메우고, 나루터를 막고 언덕의 토란을 파헤치고 논의 곡식을 베어가며, 옥석 화분과 화리목 탁자와 의자를 빼앗아 가는 등, 갖가지 침탈이 이루 말할 수 없었사옵니다. 소인이 여러 차례 소장을 올려 호소하려 하였으나 어머님의 가르침에 막히고, 또 빈부의 차이가 너무도 커서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꾹 참아 왔습니다. 그러하오나 악인들은 열 가지 해악을 멈추지 않더니, 무신년(戊申年) 6월 18일 밤 소인 모친의 생신임을 알고 소인이 귀가하여 축수할 것을 짐작하여 강패를 규합하여 불을 지르고 노략질하며 억울하게 일곱 구의 시체 여덟 명의 목숨을 죽였습니다. 이미 대인의 검안(檢案)이 있사오며, 장펑이 직접 보고 직접 들어 기꺼이 확실한 증인이 되겠다 합니다. 이토록 큰 억울함이 있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하오니, 굽어 살피시어 인덕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천라이가 다 읽고 재삼 감사를 표하였다. 즈보가 말하였다. "량 형, 이 소장을 거듭 읽어 마음에 단단히 새겨 두시고, 공당에 올라 무슨 질문이든 막힘없이 대답하되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당부를 마치고 떠났다. 천라이는 소장을 꼼꼼히 읽어 익혔는데, 다행히도 모두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라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두 번만 읽으니 외울 수 있었다. 이에 황 지현(黃知縣)이 공당에 나와 사건을 심리할 때를 기다려 공당에 올라 소장을 제출하였다. 황 지현이 읽고 나서 천라이에게 말하였다. "어째서 이제야 보충 소장을 올리는 것이냐?" 천라이가 말하였다. "집에서 연달아 일곱 사람의 상을 치르며 뒷수습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시일이 지체되었습니다." 황 지현이 말하였다. "네 증인 장펑은 믿을 만한 자인가?" 량천라이가 말하였다. "장펑이 직접 보고 직접 들은 것으로, 확고히 증인이 되겠다 하니 언제든지 출두하여 심리에 응할 수 있습니다." 황 지현이 말하였다. "물러가 대기하라." 천라이는 절하고 물러났다. 황 지현은 즉시 당직 원차(原差) 천더(陳德)에게 지령을 내려 譚村(탄촌)으로 가서 링구이싱을 잡아오게 하였다.
천더는 패표(牌票)를 받들고 다음 날 이른 아침, 여러 하급 차역들을 이끌고 탄촌에 이르렀다. 구이싱의 집에 당도하니 마침 취줴싱(區爵興)도 그 자리에 있었다. 천더는 두 사람을 잡아 세우라고 소차역들에게 지시하였다. 줴싱이 깜짝 놀라 말하였다. "귀하신 차역께서 무슨 공무로 이곳에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소이까?" 천더가 냉소하며 말하였다. "당신들이 저지른 일을 당신들 스스로 모른다 하면서 내게 묻겠다는 것이오!" 줴싱이 말하였다. "말은 그렇다 해도, 공문을 먼저 보여 주셔야 마땅하지 않겠소이까? 이유도 묻지 않고 함부로 손을 쓰는 것이오!" 천더가 품에서 공문을 꺼내어 탁자 위에 탁 내던지며 말하였다. "보시오, 보시오!" 취줴싱이 집어 들어 훑어보고는 말하였다. "이런 공문이라면 공당에 따라가겠소. 당당히 올라가서 먼저 당신을 선비를 능멸한 죄로 고소하겠소이다!" 천더가 냉소하였다. "살인 방화한 선비라니!" 줴싱도 냉소하며 말하였다. "당신의 두 눈으로 내가 살인 방화하는 것을 보았단 말이오? 당신들 그런 수법으로는 글 모르는 시골 사람이나 겁줄 수 있겠소. 이 취줴싱은 관청 출입에 이골이 난 사람이오. 나중에 당신들 상관이 판결을 내려 줄 것이오." 알고 보니 천더가 들어설 때 공문에 '링구이싱 숙질'이라는 글자가 있어 눈앞의 두 사람이 바로 그 숙질인 줄 알았는데, 이제 줴싱의 말을 듣고서야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관아에서 잔뼈가 굵은 자들이 어찌 눈치 없을 리 있겠는가. 줴싱의 말투도 예리한 것을 보고 얼른 태도를 바꾸어 말하였다. "아이고, 취 대인이셨군요. 소차가 공무를 받들어 행하는 것이라 스스로 어찌할 수가 없었으니, 대인께서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러고는 소차역들에게 외쳤다. "두 분 대인 모두 글 읽는 군자이시니, 무례히 굴지 말라!" 소차역들은 이 말을 듣고 얼른 손을 풀어 두 사람을 놓아 주었다. 줴싱이 말하였다. "무릇 관청에 소송이 제기되면 허위는 허위대로, 사실은 사실대로 드러나는 법이라,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나듯 진상은 밝혀지게 마련이오. 이미 이곳 링 대인이 글 읽는 군자임을 아셨다면, 량천라이가 어찌 듣고 이런 소장을 올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쪽에서도 답변 소장을 올리지 않을 수 없소. 구태여 이렇게 급히 사람을 잡으러 오실 필요가 있었겠소이까? 지금 이 공문에는 심리 날짜도 적혀 있지 않으니, 며칠 여유를 두어 날이 되거든 다시 알려 주시오. 링 대인이 스스로 출두하는 김에 답변 소장도 함께 올릴 것이니, 이 사건 한 번의 심리로 결말이 나지 않겠소이까?" 말을 마치고 뒤돌아 구이싱에게 말하였다. "조카 어른! 이분 차역 어른께 찻값이라도 조금 드려 차 한 잔 드시게 하시구려."
구이싱은 평소 관청 일을 전혀 겪어 보지 못한 터라, 아까 천더가 들이닥쳤을 때 이미 손발을 어찌할 바 몰랐다가, 다행히 줴싱의 몇 마디 말에 천더가 손을 거두니 그제야 절반쯤 안도하였다. 이제 줴싱이 찻값을 주라 하니 얼른 안으로 들어가 은자를 꺼냈는데, 얼마를 드려야 할지를 몰랐다. 천더는 바깥에 있어 줴싱과 상의하기도 불편하고,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몰라 손에 잡히는 대로 은자 이백 냥을 집어 들고 나와 천더에게 건네었다. 천더가 두 손으로 받아들고 연거푸 감사를 표하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집 사람은 풋내기로군, 좋은 단골이 될 것이야. 앞으로 이 사건이 한 번에 끝나지 않으면 이런저런 꾀를 내어 더 뜯어낼 수 있겠어. 이 사건이 오래 끌리면 끌릴수록 좋은 일이 더 많겠지. 이참에 인심이나 쓰는 게 좋겠어.' 이리 생각하고는 웃는 낯으로 말하였다. "소차는 본래 공무를 받들어 행할 따름이라 감히 함부로 폐를 끼친 것은 아닙니다. 링 대인께서 이처럼 대접해 주시니 며칠쯤 늦추는 것도 무방합니다. 며칠 후 출두하실 때 잘 보살펴 드리겠으니 부디 안심하십시오!" 말을 마치고 여러 소차역들을 이끌고 신이 나서 떠났다. 구이싱이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는 관청 일인데, 무엇이 두려웠단 말인가!" 줴싱이 말하였다. "그렇게 말씀하실 게 아닙니다. 저와 조카 어른이 서둘러 성도(省城)로 올라가야 합니다. 어떻게든 손을 써야 하오. 이번에 천라이의 고소가 제법 사나우니 방비하지 않을 수 없소. 이 일이 이렇게 간단히 끝날 게 아닙니다!" 구이싱은 즉시 줴싱과 함께 시라이(喜來)를 데리고 배를 불러 성도로 향하여 싼더호(三德號)에 짐을 풀었다.
줴싱은 바쁘게 밖으로 나갔다가 이경(二更)이 되어서야 돌아왔는데, 온 머리에 땀이 가득하였다. "큰일이오! 이 소장은 공당에서 직접 올린 것으로, 아직 비준도 나기 전에 그 자리에서 바로 차역을 보냈다는 거요. 우리가 답변 소장을 올리려면 먼저 그쪽 소장의 사본을 구해야 글을 쓸 수 있소. 오늘 반나절이나 공을 들여 겨우 구했는데, 저녁밥도 아직 못 먹었소!" 구이싱이 급히 밥상을 차리게 하고, 한편으로 그 소장 초고를 집어 들어 살펴보았다. "증인으로 나온다는 장펑은 누구요?" 줴싱이 말하였다. "조카 어른도 참, 귀인은 건망이 심하다더니. 어찌 그 거지를 잊으셨소?" 구이싱이 말하였다. "아! 그 자였군요! 그깟 놈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감히 나를 상대로 나서는 거요!" 줴싱이 말하였다. "그렇게 보실 게 아닙니다. 어딘가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증거를 잡은 것이니 이렇게 일이 커진 거요. 서둘러 대비해야 합니다. 내 생각에 젠러선(簡勒先)이 판위현(番禺縣)에 이름이 걸려 있는 것 같으니, 그가 안에 무슨 연줄이 있는지 모르겠소. 내일 아침 일찍 시라이를 보내 찾아오게 하시오. 조카는 행에 계시면서 다른 점원 하나를 탄촌에 보내어, 미리 포섭해 둔 이장 노인 둘을 데려오게 하여 진술을 가르쳐야 합니다. 중요한 일이오! 나는 밥 먹고 나서 바로 답변 소장 초안을 잡겠소. 이 일은 정말 머리를 써야 합니다. 조카도 일찍 주무시고 내 작업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그리하여 식사를 마치고 줴싱은 따로 나가 초안을 잡기 시작하였다.
다음 날 이른 아침, 구이싱이 먼저 일어나 점원 한 명을 탄촌에 보내고, 또 시라이를 시켜 젠러선을 찾아오게 하였다. 사시(巳時) 무렵이 되어서야 줴싱이 일어나 함께 아침을 먹었다. 밥이 끝나고 얼마 안 있어, 탄촌에 갔던 점원이 노인 두 명을 데리고 왔는데, 한 명은 첸위궈(錢裕國)이고 다른 한 명은 원창밍(文昌明)이었다. 줴싱은 두 사람에게 관청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 것과, 구이싱이 집에서 고생하며 글만 읽고 바깥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힘껏 보증하라고 거듭 가르쳤다. 그제야 겨우 익혔다. 시라이도 젠러선을 데려왔다. 줴싱은 천라이가 이미 고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리고, 현청 안에 무슨 연줄이 있느냐고 물었다. 러선이 말하였다. "연줄은 따로 없어도, 제가 본관의 처남을 알고 있습니다. 생각건대 두둑한 선물을 보내면 말이 통하지 않을까요? 다만 이 분이 매우 청렴하다는 소문이 있어, 말이 통할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줴싱이 말하였다. "안에는 황금 천 냥, 처남에게는 은자 천 냥을 약속하겠소. 돈을 보면 눈 뜨지 않을 사람이 없는 법이오. 힘껏 말을 넣어 주시면 나중에 사례도 단단히 하겠소이다." 젠러선이 말하였다. "우리는 한 식구나 다름없으니 사례는 무슨 사례입니까. 일은 서두르는 게 좋으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 구이싱이 오십 냥을 꺼내어 주며 말하였다. "이걸 가져가서 차와 술 비용으로 쓰시오." 러선이 받지 않으려 하자 줴싱이 말하였다. "이건 사례가 아니오. 그 처남을 만나 말씀을 드리면서 차와 술을 대접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어른 돈으로 쓸 수는 없지 않소이까." 러선이 그제야 받아들고 곧장 그 처남을 찾아 나섰다.
알고 보니 황 지현은 가난한 서생 출신으로, 강서(江西) 고향에 있을 때 너무도 가난하여 거리에서 글씨를 팔아 생계를 이을 지경이었다. 그 무렵 소가문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였는데, 그 집 성이 인씨(殷氏)였다. 혼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씨 노부부가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임종 때 두 분 모두 사위에게 아들 인청(殷成)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 인청은 어릴 때부터 되는 게 없어 종일 거리에서 도박이나 하고, 형제자매도 따로 없었다. 인씨 노부부가 돌아가신 뒤 황 지현은 오히려 짐 하나를 더 얹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해 향시(鄕試)에 합격하고 이듬해 연이어 진사에 급제하여 방 아래에서 지현으로 임용되고 광동(廣東)으로 발령을 받았다. 강서 고향을 지나면서 아내 인유인(殷孺人)에게 자리를 잡으면 곧 데리러 오겠다 약속하고 떠났다. 몇 년이 지나 판위현의 결원이 생겨 임명되었다. 인유인은 소식을 듣고 남편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라비 인청을 데리고 스스로 광동으로 찾아왔다. 인청은 이로써 관아의 친척이 된 것이다. 황 지현은 처남이 행실이 못 된 것을 알고 밖에서 위세를 부리며 사기를 칠까 봐 여러 번 단속하고 경계하였다. 그러나 인청은 소가문 출신이라 참으로 촌무지렁이여서 대아를 논하기에는 부족한 인물이었다. 아문의 노부자(老夫子)들을 보면 겁을 먹고, 사람들이 정중히 대해 주면 얼굴만 붉히며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종일 밖에서 차역들과 어울려 도박을 하거나 술이나 마셨다. 황 지현이 몇 번 나무라도 인유인이 동생 편을 들었으므로 황 지현도 어쩔 도리가 없어 속으로만 답답하게 지낼 따름이었다.
바로 그날 인청이 아문에서 나오다가 딱 마주친 것이 바로 젠러선이었다. 인청은 큰 소리로 외쳤다. "라오젠(老簡), 잘 왔소! 오늘은 안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답답해 죽겠소! 어서 와서 나랑 양 몰기나 해 봅시다!"
러선이 어떻게 대답하였는지는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