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칭 일기 (상)
공검법이 분리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한번 사건이 종결되면 그것은 반드시 철옹성 같은 판결이 되어 뒤집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사회 현상은 이미 상식이 되었고, 초등학생조차도 알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었던 사자의 일기를 창디도 어쩔 수 없이 태워버리려 했던 것이었다. 마침 후이난이 때맞춰 나타나 창디에게서 나머지 몇 장을 건네받았다.
후이난은 수학부로 돌아와 남은 여덟 페이지의 일기를 읽었다. 순수하고 풋풋한 여자아이의 모습이 종이 위에 생생하게 살아났다.
구칭 일기 - 전학 첫날
오늘은 4중으로 전학 온 첫날. 반은 4반이다. 숫자가 좀 불길하다. 내 운을 갉아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실이 낡고 환기도 안 되고, 선풍기도 없다. 찜통처럼 덥다. 그래도 다행히 벽가의 두 번째 자리에 배치됐다. 더위를 못 참을 때는 벽에 기댈 수 있다. 벽 색깔이 하얀색이라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아쉬운 건 한쪽 면만 벽에 기댈 수 있고 나머지 면은 여전히 더운 것이다. 몸 전체를 벽 안에 묻어두고 이 교실의 더운 공기와 완전히 차단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담임이 샤오 씨인데 물리 선생님이고 40대인데 성질이 안 좋은 것 같다. 오늘 수업에서 뭔가 기체가 물이 되고 물이 얼음이 되는 거 가르치는데 듣다보니 졸려서 하품을 했다가, 소리가 좀 컸는지 선생님한테 들렸다. 눈 꼬리로 날 훑어보더니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 "수업 들을 수 있으면 들어, 못 들으면 나가!"
그때 나는 눈물이 나올 뻔했다. 고의가 아닌데, 그렇게 심하게 말할 필요가 있나?
오늘부터 자주 일기를 쓰자. 소재들을 기록해두자. 졸업하면 이 소재들을 만화로 만들어서 이 학교에 있는 사람들을 다 그려 넣어야지. 그때는 담임을 갈치로 그려서 맨날 물속에서 기체가 물이 되고 물이 얼음이 된다고 중얼거리게 만들자.
구칭 일기 - 창디와 저우동
오늘은 전학 이틀째. 생리가 시작되어서 하루 종일 불편했다. 그래도 오늘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일들이 있어서 이 학교에 대한 호감이 꽤 생겼다.
아침에 담임 샤오진이 학급 대표한테 물리 숙제를 거두라고 했다. 학급 대표 이름은 창디. 키가 크고 잘생겼다. 그런데 그때 나는 그 외모를 볼 정신이 없었다. 물리 숙제를 완전히 안 했거든.
창디가 내 자리에 왔을 때 나는 황급히 고개를 계속 저었다. 그가 잠깐 멈추더니 그냥 지나갔다. 숙제를 다 거두고 나서 샤오진이 안 낸 학생이 있냐고 물었다. 창디가 없다고, 다 냈다고 했다. 그 다음에 샤오진이 그 숙제 더미를 가리키며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그렇게 많이 안 냈는데, 이번엔 다 냈네? 너희들은 채찍을 안 들면 움직이지를 않지. 다시 말하는데, 다음에 누가 내 숙제 안 내면 지난번처럼 복도에 세워서 지나가는 선생님 학생들한테 창피 당하게 할 거야!"
그때에야 비로소 창디가 나한테 얼마나 큰 도움을 줬는지 알았다. 뒤를 돌아보니 그도 표정이 불안한 것 같았다. 앞으로는 물리 숙제를 절대 잊지 않아야지. 다시는 그 때문에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참, 뒷자리 남학생은 저우동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좋고 친절했다. 오늘 나 불편한 걸 보고 스스로 매점 가는 김에 필요한 게 있냐고 먼저 물어봤다. 점심에 자기가 추천한 학교 식당 전병도 사다 줬다. 맛이 괜찮았다. 돈을 주려니 그가 내 손 위의 네일아트를 보고 교무주임한테 들키면 전교 방송으로 이름 불린다고 귀띔해줬다. 아이, 교무주임이라는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데, 이것저것 다 간섭하나?
구칭 일기 - 교무주임 장야오
오늘 많이 화났다. 우리 교무주임, 장야오, 40대 남자. 오늘 과간조체조 때 나한테 발길질을 했다! 다리에 멍이 크게 들었고 지금도 아프다.
이렇게 된 거다. 교육청 관계자가 우리 학교에 과간조체조를 참관하러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장이 긴장했다. 오늘 과간조체조에 장야오가 직접 운동장에 내려와 감독했다.
나는 줄을 잘 서 있었는데, 장야오가 내 옆을 지나다가 갑자기 세게 내 다리를 발로 찼다. 차고 나서는 내 다리가 줄 밖으로 나와 줄을 비틀었다고 했다. 정말 내가 비틀었다 하더라도 말로 하면 돌아가면 될 텐데, 이렇게 세게 찰 필요가 있나?
더 역겨운 건 그때 교장이 교단에서 보고 있었고, 담임도 뒤에서 보고 있었고, 모든 선생님이 다 뒤에서 보고 있었다. 그 모든 선생님들이 40대 남자가 나를 발로 차는 걸 보면서 아무도 나를 위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 만화에 장야오를 넣는다면 당나귀로 그려서 항상 뒷발질로 사람을 차게 만들 거다.
구칭 일기 - 국어 선생님 마다화
국어 선생님이 왜 이렇게 촌스러운 이름을? 오늘 처음 수업을 받았는데 사람 진짜 이름값을 한다. 온몸에서 촌스러움이 묻어나서 마치 시골에서 돼지 키우는 아줌마 같다.
오늘 수업에서 스튜어트 레이튼인가 누구에 관한 글을 가르쳤다. 뭔 내용인지는 몰라도 쉰 목소리로 미 제국주의가 어쩌고 저쩌고 마오 주석이 어쩌고 저쩌고 소리를 질렀다. 그 개 짖는 소리 목소리가 어찌나 듣기 싫은지, 한 시간 내내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소리를 지르면서 침까지 날렸다. 나 두 번째 줄 책상에까지 날아왔으니 첫 번째 줄 친구들은 어땠을까?
수업이 끝날 무렵 물리 숙제 쓰고 있던 학생을 잡아서 숙제를 바로 찢어버리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렸다. "짝" 소리가 엄청 크게 났고, 안경이 3번 열에서 맨 뒷줄까지 날아갔다. 무슨 계급원한이 있어서 그렇게 심하게 때리는 건지!
마다화는 1반 담임이다. 그 반 학생들 말에 의하면 예전에 홍위병이었다고, 부수고 약탈하는 것으로 출세했다고 한다. 지금도 홍위병 버릇을 못 버리고 자주 학생들에게 손을 댄다고 했다. 처음 보고 역겨운 사람이 거의 없는데 마다화는 첫인상부터 그런 사람이다. 내 만화에서는 이런 사람은 한 화도 못 넘기고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