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가의 두 번째 자리
살다 보면 사람을 억누르고 공포에 빠뜨리는 장소들이 있다. 처형장, 도살장, 영안실 같은 곳들. 하지만 내가 가장 억압적이고 두려운 장소라고 느끼는 곳은 학교다. 낮에는 문이 잠겨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어 감옥 같고, 밤에는 죽은 듯이 고요해 묘지 같다. 이 묘지는 모든 사람의 청춘을 묻어버리고,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그 장소가 아무리 싫어도 오랫동안 그곳에 있어야만 한다. 9년 의무교육에 매년 365일을 곱하면 나오는 숫자는 절망적이다. 그래서 학교는 오래전부터 자살의 성지라는 명성을 누려왔다.
철성 제4중학교 4학년 4반은 바로 이 묘지에서 가장 어두운 구석이다.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어떤 과거가 이 교실에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북방의 깊은 가을, 낮은 짧아 오후 다섯 시면 이미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다. 저학년 학생들은 이미 하교해 집으로 돌아갔다. 4학년 학생들만 중학교 졸업시험을 앞두고 홀로 학교에 남아 야간 수업을 듣고 있었다. 4학년 4반 교실에는 형광등이 희미한 윙윙 소리를 내고, 창밖의 어둠은 마치 보이지 않는 커튼처럼 숨 막힐 정도로 압박해왔다.
수마오는 벽가의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손목이 아프도록 칠판의 공식을 받아 적고 있었다. 성적이 우수해 늘 선생님의 특별 지도를 받았던 그녀는 시험 압박에는 이미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 교실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공기 속에 무언가 불안한 비밀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담임 샤오진이 칠판에 수학 공식을 빠르게 적어나가고, 분필 소리가 귀를 찌르며 학생들 하나하나의 신경을 두드렸다. 사십 대의 그녀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늘 차가운 말투로 수업했다. 교실 안 사십여 명의 학생들은 고개를 묻고 시험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감히 고개를 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벽가의 두 번째 자리 근처에서 낮고 기다란 하품 소리가 공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수마오가 흠칫 멈추며 펜 끝을 종이 위에 세웠다. 주변 학생들이 일제히 그녀를 돌아보며 의아하고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분필이 칠판을 긁는 소리도 잠시 멈추었다. 샤오진이 차갑게 말했다. "수업 들을 수 있으면 들어, 못 들으면 나가!" 몸을 돌리지도 않고 계속 칠판에 공식을 썼다.
"나 아닌데…" 수마오가 작게 중얼거리며 주변의 시선을 받았다. 자신은 분명 하품을 하지 않았는데, 그 소리는 자기 자리 근처에서 난 것 같았다. 고개를 숙여 필기를 계속하려 했지만 손에 쥐고 있던 펜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손에 쥐고 있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없어진 걸까?
수마오는 어쩔 수 없이 뒤돌아 가방에서 다른 펜을 꺼냈다. 다시 앞을 향하는 순간, 아까 없어졌던 펜이 저절로 나타났다. 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함께 나타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하얀 손 하나가 펜을 쥐고 그녀의 공책 위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핏기 없는 손, 가느다란 손가락, 파르스름한 손톱. 수마오는 굳어버렸다. 심장이 거의 멈출 것 같았다.
수마오가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뒷자리의 남학생 저우동은 언제나 얌전한 편으로, 열심히 칠판을 보고 받아 적고 있었다. 저우동이 아니다, 분명히 그 손은 남학생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저우동이 아니라면 누구? 왼쪽 학생은 자기 자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오른쪽은 교실 벽이었다. 혹시 그 손이 벽에서 나온 걸까? 수마오는 자신의 상상에 스스로 놀랐다. 오른쪽 벽을 바라보았다. 차갑고 흰 벽. 방금 나타났던 그 손과 같은 색이었다.
수마오는 침을 삼키며 억지로 고개를 숙여 공책을 확인했다. 공책에는 그녀의 빽빽한 글씨만 있었고, 다른 흔적은 없었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혼자 중얼거렸다. "시험 압박 때문에 환각을 보는 건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새 페이지를 펼쳐 계속 필기하려 했다. 그런데 그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그녀는 완전히 굳어버렸다.
비어 있어야 할 종이 위에 연필 스케치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멀리는 굽이치는 산들, 가까이는 꽃을 파는 행상들, 그리고 더 가까이에는 층층이 겹쳐진 사각형들. 자세히 보니 그 사각형들은 묘비였다! 그림 속의 장면은 묘지였다! 수마오는 그 장소를 알아보았다. 몇 달 전에 직접 가본 곳이었다. 그녀의 급우 구칭을 묻었던 그 묘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림의 선들을 바라보았다. 유려하면서도 우울했고, 특유의 필치가 담겨 있었다. 구칭이 살아생전에 그리던 화풍이었다. 공포스러운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구칭은 한때 귀엽고 순한 여자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연필 스케치를 배워 여러 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었다. 그러나 반 년 전 어느 밤, 그녀는 죽었다. 4학년 4반 교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다.
수마오는 그 스케치를 멍하니 바라보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종이 표면을 더듬었다. 그림 속의 묘비가 움직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묘비에는 희미한 글자가 떠오르고 있었다. '사랑하는 딸 구칭의 묘'.
"아--!" 수마오가 비명을 지르며 왼쪽 통로로 넘어졌다. 바닥에 앉아 두 발로 계속 바닥을 박차며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구칭이야! 구, 구칭이야, 구칭이 왔어!"
반 학생들이 수마오의 행동에 순간 얼어붙었다. 그리고 곧 모두가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수마오가 쓰러진 자리는 바로 구칭이 살아생전에 앉았던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