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해골
심리상담소에서 나온 후 목욕탕에는 가지 않고 길가에서 찐빵 다섯 개를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침실로 가 침대에 누웠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왜 멈췄어? 왜 보냈어?" 쉬 선생 상담소에서 들린 그 늙은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생각할수록 그가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고, 생각할수록 온몸이 불편했다. 마치 위험이 바로 눈앞에 있어 언제든지 덮쳐올 것 같은데, 나는 눈이 먼 것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저 늙은 목소리가 정말 나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 그와 나는 어떤 관계인가? 왜 쉬 선생은 나에게 최면을 걸었을까? 그들이 뒤에서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침대에 눕고 나니 푹 쉬어야 할 것 같았다. 막 눈을 감는 순간, 갑자기 침실 벽 너머에서 낮고 침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옆집 남자가 울고 있는 것일까? 우리 아파트는 방음이 잘 되는데, 조용한 오후에 이 울음소리는 바늘처럼 머릿속을 파고들어 속이 자꾸 울렁거렸다.
결국 극도의 정신적 피로에 떠밀려, 짜증스러운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도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며 잠들었다.
나를 깨운 것은 "끼이익" 하는 문 여는 소리였다. 전의 울음소리가 그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증폭됐다. 이제 분명히 들렸다.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남녀노소 여러 명이 함께 울부짖는 소리였다. 짜증스러워 눈을 뜨고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우리 집 현관문이 열려 있었고, 어두운 거실에 검은 인영이 하나 있었다. 그는 여행 가방을 들고 절뚝거리며 내 침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놀라서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저 사람은 누구지? 어떻게 우리 집에 들어온 거지?
그가 침실에 가까워지자 창밖의 햇빛이 그를 향해 비쳤고, 그제야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은 매우 무서웠다. 이렇게 마른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살이 한 점도 없을 만큼 말라, 완전히 인피를 뒤집어쓴 해골이었다.
그는 계속 걸어왔다. 절뚝거리며 침실로 들어오면서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손에 든 가방이 그 굼뜬 다리에 부딪혀 삐걱삐걱 나무 마찰 소리를 냈다. 그제야 손에 든 가방을 제대로 봤다. 매우 낡은 가방이었다. 나무판자를 못으로 엮어 만든 것으로, 나무판자에는 원래 초록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지만 이미 절반이 벗겨져 나무 본래의 갈색이 드러나 있었다.
삐걱삐걱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그 '인피해골'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침실 문 입구에 멈춰 서서 나를 똑바로 쳐다봤는데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에게 누구냐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이 마비된 것을 느꼈다. 말하고 싶어도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당신은 앞으로 삼 일 더 살 수 있소."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바로 그 늙은 목소리였다! 분명히 그의 목소리였다! 그는 쉬 선생 상담소 안의 그 사람이었다!
삐걱삐걱 소리가 다시 울렸고, 인피해골이 말을 끝내더니 절뚝거리며 나가기 시작했다.
"……당신……" 이미 마비된 얼굴을 어떻게든 움직이려 안간힘을 써가며 목구멍에서 간신히 소리를 짜냈다.
그가 내 목소리를 들었다. 갑자기 그 자리에서 굳어지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한 마디를 더 했다. "본인이 더 일찍 끝내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소."
그 말을 끝내고는 다시 나가기 시작해 절뚝거리며 어두운 거실 속으로 사라졌다.
침실에는 나 혼자 침대에 똑바로 앉아 있었다. 왜 내가 두려워해야 하지?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나는 삼십 대 남자로 한창 나이다. 저 앙상하고 절름발이 노인이 대낮에 감히 내 집에 쳐들어와 사흘 안에 죽을 거라고 협박하다니! 그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분노가 치솟고 얼굴의 마비감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침대에서 뛰어내려 침실에서 거실로 뛰쳐나갔다.
침대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이미 계획이 섰다. 저 노인을 보면 먼저 멱살을 잡아 들어올린다. 양 발이 땅에서 떨어지게 한 다음 따진다.
그런데 어두운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낮인데 거실이 이상하게 어두웠다. 희미한 빛을 더듬어 벽으로 가 전등 스위치를 찾으려 했는데, 벽에 손이 닿는 순간 갑자기 광풍이 불어 모래와 흙이 눈에 들어왔다. 고통스러워 눈을 감고 서둘러 벽을 짚으며 몸을 낮춰 모래바람을 피했다. 한 손으로 벽을 짚고 다른 손으로 바닥을 받치며 최대한 몸을 낮췄다. 그때 갑자기 이상한 것을 알아챘다. 바닥에 짚은 손 아래 바닥이 우리 집 거실의 매끄러운 마루가 아니라 거칠고 까끌까끌한 모래흙이었다. 얼른 힘껏 눈을 비비고 눈을 뜨려 애쓰며 주변 환경을 살펴보니 여전히 매우 어두웠지만 내가 짚고 있는 벽이 보였다. 우리 집 흰 벽이 아니었다. 회색이었고 붉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고……현……고……포……"
이 글자들을 보자 놀라서 급히 뒤로 물러섰다. 우리 집 벽이 왜 묘비로 변한 거지!
물러서다가 다른 묘비에 부딪혔다. 그제야 알았다. 앞뒤좌우가 전부 묘비였다. 주변의 빛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시야가 선명해졌다. 여기가 어떻게 우리 집 거실이겠는가, 이곳은 분명한 공동묘지였다! 나는 이 공동묘지 한가운데 서 있었고 크고 작은 묘비 수십 개가 주변에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었다. 정면에서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낡은 목조 가옥 한 채가 공동묘지 가장자리에 쓸쓸히 서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저 가옥 쪽으로 걸어갔다. 안에 사람이 있어 나에게 답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가까이 다가가니 멀리서 보던 것보다 더 낡아 있었다. 나무판자로 이어진 벽에 못이 수없이 튀어나와 있었다. 녹슨 못들은 이미 많이 빠져 있었고 판자 사이로 크고 작은 틈이 벌어져 있었다. 가옥의 정면에는 빨간색의 낡은 나무문이 있었는데 자물쇠도 없고 문축도 망가져 문짝이 비뚤게 문틀에 기대어 있었다.
문짝을 가볍게 몇 번 두드렸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더 세게 두드렸다.
"퍽!" 집 안에서 갑자기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누구 있어요?" 문 밖에 서서 외쳤다.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 분명 안에 누군가 있는데 말을 안 하는 것이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가 보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반쯤 밀어 열었다. 안은 매우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이상한 바람이 불어나왔는데 집 안에서 나오는 바람이 이상하리만큼 음산하고 차가웠다.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막 고개를 안으로 들이밀려는 순간, 손목을 누군가의 손이 세게 잡는 것이 느껴졌다.
"여보! 여보!"
뤄리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점차 밝아졌다. 낡은 목조 가옥은 사라지고 공동묘지도 사라졌으며 발 아래는 매끄러운 바닥 타일이었다. 나는 우리 집 베란다에 서 있었다. 베란다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밖에서 북풍이 윙윙 불어오는 가운데 내 상반신이 이미 창밖으로 나와 있었다. 뤄리가 내 손목을 잡고 공황 상태로 나를 바라봤다. "당신…당신 뛰어내리려 했어요?"
13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래를 한번 내려다보니 그 높이가 전신을 떨게 했다. 급히 몸을 당겨 안으로 들어와 베란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갑자기 그 노인이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은 앞으로 삼 일 더 살 수 있소. 본인이 더 일찍 끝내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