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회랑 — 중화 문화 이야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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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발판

발판 위에 서서 왕얼랑은 벽에 그려진 비천(飛天)을 바라보며 가만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이 처음으로 굴 안의 비천 벽화 전체를 그 혼자에게 맡긴 것이었다. 이전에는 언제나 사형사제들과 다른 화사들과 함께 불상을 그려왔지만, 이번에는 스승이 마침내 새로 뚫린 이 사주(沙州) 석굴의 모든 비천을 온전히 그에게 맡긴 것이다.

그것은 그가 스승 밑에서 그림을 배운 이래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으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정성을 다했으며, 스승의 기대를 저버릴까 늘 노심초사했다. 수많은 밤낮을 등불 아래서 지새우며, 발판이 한 층 한 층 높아짐에 따라 오늘에야 완성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었다. 벽 위의 비천이 높이 날수록 그의 발판도 그만큼 높이 세워졌다. 지금 이 높은 곳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그는 처음 발판을 보기만 해도 다리가 떨리던 자신을 떠올렸다. 이제는 발판을 오르고 높은 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마치 평지를 걷는 것처럼 익숙해져 있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승이 맡긴 소임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었다.

어느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손에 쥔 붓, 그것이 바로 발판과 비천 사이의 거리였다. 붓에는 길고 짧음이 있고 굵고 가늠이 있었지만, 비천이 점점 온전한 모습을 드러낼수록 그와 비천 사이의 거리도 더욱 가까워지는 듯했다.

대충 점심을 먹고 석청(石靑)을 조금 더 갈고 석록(石綠)과 주사(硃砂)를 더한 뒤, 왕얼랑은 다시 발판에 올랐다. 절반쯤 올랐을 때, 발판 꼭대기 가장자리에 한 소낭자(小娘子)가 앉아 두 다리를 흔들거리고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왕얼랑은 그 모습에 몹시 놀랐다.

"뉘 댁 소낭자인데 이렇게 높이 올라와 있소? 위험하니 어서 내려오시오." 방금까지 다들 제 할 일에 바빴고, 등불도 어두워 아무도 누군가 발판에 오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자 소낭자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느긋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익숙해서요."

"익숙하다고?" 왕얼랑은 조금 놀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석굴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사가 한둘이 아니고, 오가는 사람이 많아 그가 다 알 수는 없었다. 어쩌면 어느 화사의 딸이 오랫동안 아비를 따라 굴 안을 드나들며 오르내리는 일이 이미 일상이 된 것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높이 올라와서 뭘 하시오?" 왕얼랑이 물었다.

"당신이 비천 그리는 걸 보러 왔지요!" 소낭자는 다시 다리를 흔들었다.

"이런 걸 아시오?"

왕얼랑은 반신반의했다. 보아하니 이제 막 성년이 된 듯한 모습인데, 화사인 친척이라도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걸 알겠는가? 그래서 특별히 물었다. "그럼 내 그림이 어떻소?"

"닮지 않았어요." 소낭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주: 사주(沙州)는 오늘날의 둔황(敦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