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통명전에서 옥황상제 조칙을 내리시고 금동이 직녀를 희롱하다 천벌을 받다
시왈:
칠월 칠석 견우 직녀 만나니, 천년의 은정 변함없어라.
삼생의 복으로 해로할 그날, 천궁의 즐거움 어이 떠나리.
환락을 탐하다 고난을 맞아, 속세에 내려와 온갖 고초 받네.
옥황상제 그 한을 씻어주시어, 오작교 만남이 예보다 낫도다.
예나 지금이나 남녀를 막론하고 누구든 '정(情)'이라는 한 글자를 벗어날 수 없다. 정이 맺히는 곳에 사랑의 정, 원망의 정, 화려한 정, 어리석은 정이 있으니, 정이 가장 깊어지는 자리에 이르면 대라천 팔동의 신선 여조사(呂祖師)조차도 '백모란을 세 번 희롱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지금까지도 소설 속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소설은 바로 천하(天河)의 인연과 오작교 상봉의 역사를 그린 것이다. 그러나 이 고전적인 이야기는 태허환경(太虛幻境) 속의 누대와 정자와 같아, 그 안의 사연이 기이하고 변화무쌍하기가 마치 무대 위의 등불 채색극을 보는 듯하다. 그럼에도 글로 남기는 뜻은 『제해지이(齊諧志異)』의 정신을 이어받아 권선징악을 담으려 함이니, 이른바:
고요한 밤 고찰의 종소리 울려 퍼져, 세상의 미혹된 자를 깨우치도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앞서, 앞서 부부가 되었다 하면서 어찌하여 칠석 하루만 만난다는 말이 생겼는지를 먼저 밝혀야겠다. 세상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본래 천하(天河)의 동쪽에 직녀가 있으니, 이는 천제의 손녀로서 부지런히 길쌈을 익히되 용모를 그다지 꾸미지 않았다. 뒤에 천제의 명을 받아 하(河)의 서쪽에 있는 견우랑(牽牛郎)에게 시집을 갔는데, 시집간 뒤로는 길쌈을 게을리 하였다. 천제가 크게 노하여 직녀를 다시 하동(河東)으로 돌려보냈다. 그 견우랑은 하서(河西)에서 그녀를 그리워하였고, 이에 오작교에서 재회하게 되어 해마다 칠석 하루만 온전히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이 두 신선의 내력이다. 이제 소설을 펼쳐 나가자면 먼저 이를 밝혀두지 않을 수 없으니, 독자들이 황당하다 나무라지 않도록 함이다. 본뜻을 밝혔으니 이제 본문으로 돌아간다.
원래 천하(天河)의 옛 이야기, 오늘의 사람들에게 전할 이야깃거리로 남겨두노라.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현묘하고 창창한 하늘 위에 옥황상제께서 삼십삼천을 다스리시며, 구요(九曜)와 이십팔수(二十八宿)를 통솔하시고 일월성신(日月星辰)과 칠정(七政)을 주관하시니, 지존무극(至尊無極)하시고 공덕이 높고 높으신 천존(天尊)이시다. 마침 하계(下界)에 한실(漢室)이 중흥하여 천하가 태평하던 때였다. 설날 원단에 신선들이 하늘에 조회하여 옥황상제께 어좌에 오르실 것을 청하고, 통명전(通明殿)에 납시었다. 보니 문무성신들이 반열을 나누어 조하를 드리고, 신선의 바람이 불어오며 향연이 자욱하고, 전상에는 생황과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시(唐詩)에 증거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희미한 달과 성긴 별이 건장궁을 감돌고, 신선의 바람은 어로향을 실어오네.
시신들은 통명전 앞에 학처럼 서 있고, 한 송이 붉은 구름이 옥황을 받들도다.
전 앞의 당가전선성군(當駕傳宣星君)이 발을 젖히고 선창하였다. "아뢸 일이 있으면 반열에서 나와 상주하고, 없으면 어가를 환궁시켜 주십시오!" 이에 보니 국사 태상노군(太上老君)이 좌우 이상(二相)과 복록수(福祿壽) 삼성군, 남두성군(南斗星君), 북두성군(北斗星君), 정을현단성군(正乙玄壇星君), 구천뇌부성군(九天雷部星君), 태백성군(太白星君), 오곡성군(五穀星君), 사방관음대사(四方觀音大士), 사토금강(四土金剛), 구요이십팔수, 그리고 세말에 조회하는 조왕성군(灶王星君)을 이끌고 함께 반열로 나와 조하를 드리며 산호(山呼)하였다. "만세! 성수무강(聖壽無疆)이옵소서!" 옥황상제께서 조칙을 내리셨다. "경들은 평신하라! 하계 한실이 재건되었거니와 그간 세월이 어떠하였으며, 생령들의 선악은 어떠한지, 감찰신은 즉시 아뢰라." 오곡성군이 홀(笏)을 높이 들고 반열에서 나와 상주하였다. "성상의 홍은으로 하계 한실이 중흥하여, 왕망(王莽)이 목을 베임 당하고 군주는 현명하며 신하는 충직하고, 바람은 고르고 비는 순조로우며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니 바다에 파도도 일지 않나이다. 생령들의 행복은 진실로 성상의 하사이옵나이다!" 옥황상제 이르시기를, "하계의 광무(光武)는 하늘의 뜻에 부응한 주인으로 백성을 도탄에서 구하였으니, 이미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편하게 하였으니, 마땅히 국조가 길이 이어지도록 더욱 도와 생령들이 재앙을 면케 하라." 성군들이 모두 엎드려 사은을 드렸다. 태상노군이 상주하였다. "정월 초육일은 폐하의 천추성탄일이오니, 신이 이미 두솔궁(兜率宮)에 반도대회(蟠桃大會)를 마련하고 여러 대신선들을 청하여 폐하의 만수를 빌고자 하오니, 윤허의 조칙을 내려주시옵소서!" 옥황상제 이르시기를, "지난 번 반도대회에 손오공 원숭이 녀석이 판을 뒤집어 놓았거니와, 이번에 또 성대한 행사를 맞이하니 상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경의 상주를 허락하노라." 노군이 사은을 마치고 또 상주하였다. "이번 만수성전은 오백 년에 한 번 있는 큰 주기이니 지난해와는 다릅니다. 연석에 쓸 백보(百寶)가 모두 갖추어졌사오나, 지존께서 드실 산호팔보온량옥배(珊瑚八寶溫涼玉杯)가 없으니 반드시 요지(瑤池) 서왕모(西王母) 처소에서 빌려와야 볼 만한 장관을 이룰 수 있겠나이다." 옥황상제 이르시기를, "그것은 쉬운 일이다." 곧 어가를 수행하는 열두 번째 금동(金童)을 어전으로 불러 이르시기를, "너는 요지 서성모(西聖母) 처소에 가서 짐의 뜻을 전하고 온량옥배를 빌려오되 어김이 없도록 하라." 금동이 어명을 받들어 조정을 나와 신운(神雲)을 타고 요지를 향해 떠났다. 옥황상제는 조칙을 내려 퇴조하시고, 여러 신선들도 흩어졌다.
이 열두 번째 금동은 오래전부터 요지 선궁의 빼어난 명성을 흠모하여 찾아뵙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 한을 품어왔었다. 오늘 마침 그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서기(瑞氣) 어린 구름 한 조각을 타고 높은 산 두우궁(斗牛宮) 앞에 곧장 이르렀다. 구름에서 막 내리자마자 홍불선녀(紅紼仙女)가 나와 맞으며 물었다. "상선께서는 무슨 일로 여기에 오셨습니까?" 금동이 대답하였다. "어명을 받들어 왔으니 성모님을 뵈어야 합니다." 홍불선녀가 말하였다. "어명을 받들어 오셨으니 들어오시지요." 금동이 두우궁 안으로 들어서니, 보이는 것마다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꽃술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하늘 위 으뜸가는 신선의 집이요, 인간 세상 제왕의 가정보다도 뛰어나도다.
신선 세계의 묘경이 한없이 펼쳐져 있었으나, 금동은 구경할 마음도 없이 곧장 궁문으로 향했다. 궁문 안의 몇몇 선동들은 어명을 받들어 온 터라 가로막지 않았고, 금동은 당당히 요지까지 이르렀다. 문득 향그러운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오더니, 선녀 하나와 마주쳤다. 쪽진 머리에 매화꽃 한 가지를 꽂고 망월각(望月閣) 아래 베틀 앞에 앉아 있었다. 이 선녀가 바로 두우궁의 일곱 번째 선녀로, 옥황상제의 사위 장천군(張天君)이 낳은 딸이었다. 세상에서는 흔히 장칠저(張七姐)라 불렀으니, 옥황의 외손녀인 까닭에 천손직녀(天孫織女)라고도 하였다. 용모는 절세였으나 꾸미기를 좋아하지 않아 지분(脂粉)을 바르지 않고 늘 담박하고 소박한 차림으로, 산호 노리개를 차고 표표(飄飄)히 더없이 청아한 선녀였다.
금동은 보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는데, 보는 순간 세속의 마음이 일었다. 앞으로 나아가 깊이 읍을 하며 말하였다. "천손 누님, 안녕하십니까!" 직녀는 깜짝 놀라 서둘러 답례하며 말하였다. "상선은 옥황 어전의 금동이신데, 무슨 일로 여기에 오셨습니까?" 금동이 말하였다. "옥황의 어명을 받들어 성모님을 뵙고 온량옥배를 빌려가려 합니다." 직녀가 말하였다. "성모님께서는 지금 취선대(聚仙台)에서 동방삭(東方朔) 대선과 바둑을 두고 계십니다. 상선께서 어명을 받으셨으니 제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금동은 이 말을 듣고 더욱 마음이 놓여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성모님께서 바둑을 두고 계시니 잠시 기다려도 좋겠습니다. 소선(小仙)은 오래전부터 천손 누님의 꽃다운 이름을 흠모해왔으나 뵙지 못한 것이 한이었는데, 오늘 요행히 만나뵈니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말을 마치고 다시 읍을 올렸다. 직녀는 그의 눈길에 정이 담긴 것을 보고, 또 그가 젊고 수려한 남자인지라 절로 살며시 고운 미소를 지었다.
그 한 번의 미소에 금동은 오해를 하고 말았다. 직녀가 뜻이 있는 줄 알고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또 공손히 읍을 올리고 웃음 띤 얼굴로 말하였다. "어여삐 여기신다면 이 목마른 마음을 위로해 주시기를 바라오니, 그 은혜 이루 다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직녀가 노하여 말하였다. "어명을 받들어 오셨으면서 어찌 저에게 이런 무례한 짓을 하십니까, 어서 물러나십시오! 성모님께서 아신다면 죄가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금동이 웃으며 말하였다. "아무리 노하셔도 죄는 제가 받겠습니다! 누님이 굳이 어여삐 여기지 않으신다 해도, 저는 지극히 진지하고 솔직하여 두 마음이 없습니다. 오늘은 어명 중이라 길게 이야기 나눌 수 없지만, 누님께서 특별히 어여삐 여기시어 훗날을 기약하는 표시 하나를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직녀의 쪽진 머리에 꽂힌 매화꽃을 뽑아 들고는 가버리려 하였다. 직녀가 돌려받으려 하였다.
바로 소란이 일어나려는 순간, 네 명의 시궁선녀가 붉은 실을 들고 와서 선언하였다. "성모님의 분부를 받들어 천손을 속히 뵈오도록 하라 하셨습니다." 금동은 혼비백산하였고, 직녀는 이 기회를 틈타 말하였다. "좋아요, 좋아요, 좋아! 성모님께 같이 가요!" 그러고는 바로 함께 궁 안으로 들어갔다.
보니 서왕모는 머리에 구운관(九雲冠)을 쓰고 몸에는 백치선의(百雉仙衣)를 두르고, 허리에 옥대를 두르고 손에 여의(如意)를 잡고 전 위에 단정히 앉아 계셨다. 양쪽으로 여러 선녀들이 시립해 있고, 아래에는 많은 황건역사(黃巾力士)들이 서 있었다. 직녀가 먼저 무릎을 꿇고 울며 상주하였다. "열두 번째 금동이 무례하게 굴었사오니 성모님께서 처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모가 말씀하셨다. "나는 방금 동방삭 대선과 바둑을 마쳤는데, 문득 마음이 울렁이어 궁 안에 속세의 마음에 관한 일이 생겼음을 알았노라. 그래서 대선과 작별하고 즉시 돌아왔느니라. 너희들 중 누가 먼저 마음을 일으켰느냐? 사실대로 아뢰어라!" 직녀는 모든 것을 금동 탓으로 돌리고, 금동의 손에 있는 매화꽃을 증거로 들었다. 금동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하였다. 성모가 말씀하셨다. "금동이 먼저 뜻을 내었다 해도, 너 또한 웃음으로 정을 남기지 말았어야 했느니라. 정이 한번 얽히면 만겁이 지나도 돌이킬 수 없으니, 천손도 잘못이 없지 않으니라." 직녀는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숙이고 죄를 청하였다. 성모가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이미 속마음을 품었으니, 이는 천율을 범한 것으로 징계하지 않을 수 없노라. 이로써 후환을 경계하리라!" 홍불선녀에게 명하여 천손을 데려가 감시하게 하였고, 홍불선녀가 어명을 받들어 먼저 직녀를 섬돌 아래로 데려갔다. 성모가 말씀하셨다. "열두 번째 금동은 어명을 받들고 와서 속마음을 품었으니, 온량옥배는 너의 손에 묻힐 수 없다. 내가 직접 옥황께 바치겠노라. 이미 천율을 범하였으니, 자연 규정대로 엄히 징계할 것이다." 즉시 황건역사에게 명하여 금동을 잡아두게 하고, 수진선녀(守珍仙女)에게 온량옥배를 들려 즉시 육운거(六雲車)를 타고, 열두 쌍의 선동 선녀를 거느리고, 황건역사가 열두 금동을 압송하여 채운(彩雲)을 타고 떠났다. 천궁의 영소전(靈霄殿)을 지나 옥청궁(玉清宮) 앞에 수레를 멈추었다. 수궁선관(守宮仙官)이 내정에 옥황상제께 전하자 편전에서 만나보셨다.
성모가 알현하여 조하를 드린 뒤 아뢰었다. "산호팔보온량옥배를 신이 직접 받들어 왔사오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수무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수진선녀에게 어전에 무릎 꿇고 바치게 하였다. 옥황상제 이르시기를, "옥배를 빌리는 것은 작은 일인데 경이 직접 오시느라 번거로우셨으니 짐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열두 금동이 필시 잘못을 저질렀겠지요?" 사실 옥황상제는 금동이 복명하러 오지 않는 것을 보고, 또 성모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있는 것을 보고 반드시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여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었다. 성모가 아뢰었다. "성상(聖上)의 밝은 판단이 맞사옵니다. 열두 금동이 천손 직녀를 희롱하여 천율을 가벼이 여겼으니 실로 죄가 있습니다. 직녀는 신이 이미 감금해 두었고, 금동도 섬돌 아래에 데려왔사오니, 폐하께서 처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옥황상제가 노하여 말씀하셨다. "짐이 열두 금동을 늘 신중하다 여겨 사랑해 왔거늘, 이제 갑자기 짐의 외손녀를 희롱하였으니 천율에 맡기지 않을 수 없도다!" 황건역사에게 명하여 금동을 전 앞으로 끌어다 꿇리고 힐문하셨다. "신선 궁궐을 어지럽히고 어명을 가벼이 여겼으니 그 죄가 어떠하냐?" 금동은 땅에 엎드려 만 번 죽어 마땅하다고 스스로 아뢰었다. 옥황상제 이르시기를, "천율의 조문은 너 한 사람을 위해 관대히 할 수 없느니라!" 형조성관(刑曹星官)을 불러 황건역사와 함께 열두 금동을 참선대(斬仙台)로 압송하여 주선검(誅仙劍)으로 목을 베라 하셨다. 이때 금동은 뉘우쳐도 이미 늦어 눈물이 비오듯 흘렀다. 황건역사들이 막 궁문 밖으로 에워싸 나오고 형조성관이 막 어명을 받았을 때, 궁문 밖 상서로운 구름 한 자락에서 신선 한 분이 표연히 내리며 크게 외쳤다. "형을 집행하지 마시오, 노신(老臣)이 알현하고 나면 반드시 구할 방도가 있을 것이오!" 여러 신들이 바라보니, 다름 아닌 태상노군(太上老君)이었다.
이후의 일이 어찌 되는지는 다음 회를 보아 알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