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왔다
후이난이 자이자를 데리고 자신이 임대한 아파트로 돌아왔다. 방 하나짜리 작은 아파트였다. 미치광이와 같은 방에서 자야 한다는 생각에 후이난은 불안이 가득했다. 하지만 후이난은 몇 가지를 분명히 하고 싶었다. 자이자는 왜 미쳤는가? 정신 이상이 오기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정신병자의 입에서 말을 끌어내려면 먼저 신뢰를 쌓아야 했다. 자이자를 자기 집으로 초대한 것은 빠르게 신뢰를 쌓는 방법이었다.
후이난이 먼저 깨끗한 옷을 꺼내 자이자를 씻게 했다. 자이자는 정신이 이상해졌어도 자기 관리 능력은 아직 괜찮았다. 자이자가 씻은 후, 후이난도 샤워를 했다. 퇴근 후 씻는 것은 그녀의 오랜 습관이었다. 씻고 나서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자이자와 이야기할 참이었다. 하지만 후이난이 씻고 나서 침실로 돌아오니, 자이자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후이난은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 미치광이를 깨웠을 때 어떤 행동을 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후이난은 어쩔 수 없이 계획을 포기하고, 무력하게 자이자 옆에 누웠다.
자이자 옆에 누운 순간, 뇌리에서 무시무시한 것이 번쩍였다. 경찰 페이창이 말했다. 진짜 범인은 황루가 죽은 후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그날 밤 만찬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가는데, 자이자만은 살아 있었다. 그녀는 진짜 미쳤는가, 아니면 미친 척하는 것인가?
한밤중, 후이난이 변기 물 내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창밖의 희미한 빛에 의지해 보니, 옆에 누워 있어야 할 자이자가 없었다. 화장실에 간 것인가? 후이난이 눈을 뜨고 이불 속에서 십여 분을 기다렸는데 자이자가 돌아오지 않았다. 침실 밖이 고요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후이난이 옷을 걸치고 일어나서 침실 밖으로 나갔다. 자이자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화장실 문은 닫혀 있었고, 안에 불도 꺼져 있었다.
"자이자." 후이난이 작은 소리로 불렀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후이난은 이미 거실에 와 있었다. 거실 전등을 켜려는 순간, 전등 스위치 앞에 사람이 한 명 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거실이 어두워서 이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 형체의 검은 그림자만 보였는데, 두 손을 후이난 쪽을 향해 곧게 뻗고 움직이지 않고 어둠 속에 서 있었다.
후이난은 이 검은 그림자의 이상한 동작에 놀랐다. 곧게 뻗은 두 손이 언제든지 다른 사람의 목을 조를 것 같았다. 후이난은 다가갈 용기가 없어서 그 검은 그림자처럼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자, 자이자?"
후이난이 떨면서 또 한 번 불렀다.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탁!" 불이 켜졌다.
거실 불이 아니라 화장실 불이었다. 후이난은 문틈으로 화장실 안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화장실 안에 누군가 있었다!
후이난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의 아파트에 왜 세 번째 사람이 나타난 것인가?
화장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틈으로 종이처럼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 얼굴 위에 피처럼 붉은 입술이 있었다.
이 사람은 자이자였다. 얼굴에 매우 기이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때가 됐어요. 출발해요." 화장실에서 나온 자이자가 차갑게 한마디 했다.
화장실 빛을 빌려 후이난이 복도 벽의 걸이 시계를 살짝 봤다. 두 바늘이 모두 12를 가리키고 있었다.
후이난은 분위기가 긴장을 넘어 주변 공기까지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자이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언제든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자이자는 오히려 침착해 보였다. 발끝으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서 후이난 옆을 지나쳐 거실 안에서 두 손을 뻗은 사람 앞에 멈춰 섰다.
"탁" 자이자가 거실 전등을 켰다. 후이난은 마침내 이 사람의 모습을 분명하게 봤다. 얼굴이 자이자의 화장한 얼굴보다 훨씬 창백했다. 사람 얼굴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그것은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었다. 의류 상점의 플라스틱 마네킹이었다.
후이난은 왜 자신의 거실에 마네킹이 나타났는지, 그것도 그렇게 기이한 동작으로 서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목숨을 빼앗으러 왔어요." 자이자가 갑자기 한마디 했다. 말을 마치더니 자이자는 이미 그 마네킹을 들어 올려 현관 쪽으로 가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렸다. 음산하고 차가운 바람이 밀려들었다. 자이자는 마네킹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진짜 미쳤어요, 미친 척하는 거예요?" 후이난은 자신도 모르게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몰랐다.
밖으로 걸어가던 자이자가 갑자기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후이난에게 기이하게 웃고 작은 소리로 한마디 했다. "사실은, 제가 다섯 번째 마마자를 죽였어요."
후이난은 갑자기 그 마네킹의 창백한 얼굴에 다섯 개의 선홍빛 반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