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
야간 수업 시간, 4중 교학동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고, 촛불이 켜지자 복도에 구칭의 영정 사진이 걸렸다. 학교는 어느새 구칭의 영당이 되어 있었다. 이 영당에 더 머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교 사생들이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다화." 마다화가 막 뛰쳐나가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교무주임 장야오였다.
"학생 두 명 불러서 복도에 있는 사진들 다 바꿔 놔. 교도처에 위인 초상화 몇 개 더 있으니까. 내일 아침 교장 선생님이 오셔서 이 꼴을 보면 어떡해."
마다화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임무를 내린 장야오는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마다화만 속으로 욕을 달달 외면서 남겨졌다.
마다화는 아무 남학생이나 두 명 불러서 일을 시키고 자신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곳의 분위기가 너무 기이해서 단 1분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학생들의 흐름을 따라 교문을 나와 반달음으로 집을 향했다. 학교에서 멀지 않아 10여 분쯤 뛰어가니 자신의 아파트 아래에 도착했다. 계단을 오르려는 순간에야 두 다리가 탈진했음을 느꼈다. 속옷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땀에 젖은 목을 스치자 절로 몸이 떨렸다. 한번 몸이 떨리기 시작하자 멈추질 않았다. 몸만 떨리는 게 아니라 마음도 떨렸다. 구칭의 영정 사진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핸드백에서 열쇠를 찾으려 했지만 손이 너무 떨렸다. 한참을 뒤적이다가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핸드백 안의 것들을 다 쏟아냈다. 가로등 아래에서 쏟아진 물건들을 보다가 갑자기 끔찍한 일을 깨달았다. 열쇠 지갑이 없었다. 지갑에는 은행카드와 휴대폰도 들어 있었다. 게다가 남편 라오차오가 출장 중이라 아무리 빨라도 오늘 밤 자정은 되어야 돌아왔다. 열쇠 없이는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팔자가 사나워도 이렇게 사나울 수가! 오늘따라 지갑을 사무실에 놓고 오다니."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거기는 분위기가 너무 기이했다. 하지만 열쇠도 전화기도 없이 밖에서 자정까지 기다리면 얼어죽을 것 같았다. 결국 용기를 내어 다시 학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학교로 돌아오니 교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지만 교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운동장을 지나 교학동으로 왔다. 먼저 수위실 창문을 두드렸지만 응답이 없었다. 두 할아버지가 안에 없었다. 교학동 정문을 밀어보니 열렸다. 안으로 들어갔다. 초들은 이미 꺼져 있었다. 등 뒤 대문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쾅!"
교학동 대문이 바람에 쾅 닫혔다. 죽은 듯한 정적 속에 울린 굉음에 마다화는 혼이 빠질 뻔했다. 문이 닫히자 그 유일한 빛도 사라졌다. 완전한 암흑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마다화는 손을 뻗어 앞을 더듬으며 발을 조금씩 움직였다. 오래 더듬어간 끝에 손이 계단 난간에 닿았다. 수십 년을 오르내린 익숙한 계단이었다. 평소에는 눈감고도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 이 완전한 어둠 속에서 계단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분명히 계단이 앞에 있는데 천길 낭떠러지처럼 느껴져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가 없었다. 결국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계단을 더듬으며 동물처럼 기어올라갔다.
계단을 다 기어오르고 2층에 이르니 1층과 마찬가지로 칠흑 같았다. 하지만 1층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는 자신 외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무언가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액자들. 2층 복도에는 액자가 가득 걸려 있었다. 갑자기 구칭의 영정 사진이 생각났다. 반쯤 웃는 듯한 그 표정. 그녀가 시킨 두 학생이 분명 사진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었다. 액자 안의 사진은 여전히 구칭이었다. 악독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 것이었다.
마다화는 등골이 오싹해지며 극도의 공포 속에서 미친 듯 기어갔다. 빨리 지갑을 챙겨 이곳을 탈출하고 싶었다.
"쓰..." 죽음 같은 정적 속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이미 꺼진 촛불 하나가 갑자기 다시 켜졌다. 마다화의 등 뒤에서 흔들리는 하얀 빛이 일렁였다. 순간 굳어버리며, 극도로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백한 촛불이 위의 액자를 비추었다. 구칭의 영정 사진은 없어져 있었다. 그 자리에 마다화 자신의 영정 사진이 있었다. 자신이 목이 꺾이고 눈을 뒤집어 흰자만 보이는 그림이었다.
새벽 2시, 한 남자가 철성 4중 캠퍼스로 뛰어 들어와 수위실 문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두 할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코트를 걸치고 나왔다.
"두 할아버지, 저 라오차오예요, 마다화 남편이요. 출장에서 막 돌아왔는데 집에 아내가 없어요. 오늘 아예 귀가를 안 한 것 같아요. 전화도 안 받고요. 혹시 학교에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럴 리가요. 이렇게 늦도록 있은 선생님은 한 번도 없었어요. 게다가 오늘 정전에 일찍 하교했잖아요."
"아내가 평소 퇴근하면 바로 집에 가는데 밖에서 이렇게 늦게까지 있은 적이 없어요. 학교에서 찾아봐 줄 수 있을까요?"
두 할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손전등을 들고 라오차오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 복도 벽에는 아직 구칭의 영정 사진이 걸려 반쯤 웃는 듯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국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3층으로 올라가 마다화가 담임인 4학년 1반을 확인했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라오차오가 포기하지 않고 마다화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때 두 할아버지는 발밑에 종이가 밟히는 것을 느꼈다. 손전등을 발아래로 비추니 황토색 종이 한 장이 보였다. 죽은 사람에게 태워 바치는 그 종류의 종이돈이었다. 두 할아버지가 놀라 한 발짝 물러서니 그 근처에 똑같은 종이돈이 몇 장 더 있었다. 차갑고 음산한 바람이 불어오자 더 많은 종이돈들이 두 사람의 발밑으로 날아왔다. 희미한 손전등 불빛에 종이돈이 4학년 4반 교실 문 틈에서 날려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뚜... 뚜..." 라오차오 손의 전화가 연결되었다. 동시에 마다화의 휴대폰 벨 소리가 들렸다. 4학년 4반 교실에서 들려왔다.
두 사람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한밤중에 마다화는 왜 한 무더기의 죽은 자들의 종이돈과 함께 있는 걸까? 두 할아버지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4학년 4반 열쇠를 찾아 문을 열었다.
교실 바닥은 온통 종이돈이었고, 마다화도 안에 있었다. 두 발이 공중에 떠 있었고, 목에 밧줄이 매여 있었다. 죽어 있었다. 4학년 4반 교실에서 목을 매 죽어 있었다. 죽은 방식이 이전에 이 교실에서 목을 맨 구칭과 완전히 똑같았다. 그녀는 이 영당의 제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