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 속의 연대기
불경에 전해지는 천인(天人)과 아수라(阿修羅)의 전설에서 소재를 취한 《안개 속의 연대기》가 그리는 것은 하나의 전쟁이 아니라, 하나의 전쟁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이다. 전설에 따르면, 미무림(迷霧林) 속에는 아수라족의 어린 공주 아누(阿奴)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곳은 일 년 내내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아, 사람이 들어가면 목숨을 잃고 신선조차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아수라왕이 사랑하는 딸을 위해 펼쳐놓은 결계로서, 그녀를 숲 속에 숨겨 천족의 탐욕스러운 시선을 피하고, 지난날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안개 깊숙한 곳에 감추어진, 결코 입 밖에 낼 수 없는 가장 큰 비밀이자, 두 종족 간 분쟁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천족과 아수라족 간의 전투 중, 그녀는 뛰어난 매혹술로 적장에게 가벼운 상처를 입혀 아수라족이 징을 울려 군사를 거두게 함으로써 전화(戰火)를 그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