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묻힌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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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방망아, 엄마는 마지막으로 몇 마디 남기지 않을 수가 없었어. 엄마는 평소에 늘 너한테 관용적이고 선하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는데, 정작 엄마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했어. 엄마는 집착을 내려놓고 새로 살아가질 못했고, 그래서 결국 비극이 된 거야.

엄마는 실패한 엄마야. 엄마 역할을 다하지 못했어, 네 곁에서 네가 자라는 걸 지켜보지 못했고, 어떻게 선하게 살아야 하는지 본보기도 되어주지 못했어. 그래서 엄마는 네 이름을 방망(方忘)이라고 지었어. 엄마를 잊고,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편지를 다 읽고 나서 페이창은 라이터를 꺼내, 탕수이, 팡추추, 방망의 묘비 앞에서 편지지에 불을 붙였다. 팡추추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천천히 재가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페이창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망은 잘 해냈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모르는 사람을 구하려 했으니."

북쪽 지방의 청명절 4월, 날씨는 더 이상 춥지 않았고 땅 위의 풀잎들은 이미 새싹을 돋우고 있었다. 묘지 밖의 꽃 장수들에게는 한 해 중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계절이 찾아왔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묘지를 찾아와 세상을 떠난 친지를 위해 꽃을 바치고 성묘를 했다.

페이창은 팡추추 할머니, 어머니, 손녀 삼 대의 묘 앞에서 팡추추의 유언을 읊조리며, 몇 달 전의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을 되새겼다. 한낮의 햇살 아래서도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정말 공포 소설 같은 일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도 아니고, 살인범도 아니다. 평범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만드는, 비틀린 사회다.

묘지 반대편에서 젊은 남자아이 하나가 꽃 한 다발을 들고 세상을 떠난 친구를 찾아왔다. 묘비에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사랑하는 딸 구칭.

남자아이는 꽃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열어 묘비 앞에 세워놓았다. 휴대폰 화면에서 영상 하나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중년 남자 한 명이 교실 의자에 뒤로 묶여 있었고, 배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중년 남자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구칭아, 맞아, 맞아, 미안해. 내가 그때 음탕한 마음을 품었다가 결국 실수로 너를 죽이고 말았어... 정말 미안해, 구칭아, 부디 나를 용서해줘."

영상이 끝나자 남자아이는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 묘비 앞에는 꽃 한 다발과 긴 대나무 피리 하나가 남겨졌다.